사실상 국유화된 영국의 대형은행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이 전 최고경영자(CEO)에게 거액의 연금을 지급하기로 한 사실이 드러난 이후 여론이 악화되면서 영국판 'AIG 사태'로 번지고 있다.
RBS를 파산위기로 몰아넣어 국유화되게 만들었던 프레드 굿윈 전 CEO는 퇴직후 회사로부터 매년 70만3000파운드씩 총 1690만파운드에 달하는 거액의 연금을 받기로 했다.
RBS는 200억파운드가 넘는 국민의 세금으로 연명하게된 처지임에도 전 임원에게 거액의 연금 지급을 약속했다.
굿윈은 지난해 10월 사임하면서 당초 예정된 액수의 두 배에 달하는 연급을 보장받았고, 300만파운드를 선불로 챙겼다. 게다가 연금소득에 대해 납부해야 할 세금마저 회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특히 RBS가 임직원들의 작년치 보너스 지급액을 90% 이상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굿윈이 거액의 연금과 선불금을 챙긴 이후였다.
지난 17일 폴 마이너스 재무부 금융담당 차관이 의회 재무위원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폭로한 뒤, 이 사건은 영국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시민들은 물론 영국 의회와 언론들이 굿윈이 연금을 자진반납해줄 것을 촉구했지만, 본인은 이를 거절했다. 급기야 영국 의회는 굿윈에게 고액 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톰 맥킬롭 전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굿윈 전 CEO는 회사와의 정당한 계약에 따른 연금 지급이라면서 자진 반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고, 영국 정부는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태도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굿윈이 사임할 당시 연금 지급 사실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곤혹스러운 상태다.
이에 대해 영국 현지 언론들은 RBS의 연금 스캔들을 영국판 'AIG 사태'로 빗대며 CEO들에 대한 보너스를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자 신문을 통해 영국 기업의 CEO들이 20여년전부터 자신들보다 거액의 돈을 챙기는 미국 기업들의 보상제도를 잇따라 도입한 결과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AIG와 RBS의 사례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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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최고경영자들이 전용기를 휴일에 사용하고 연금이나 보너스를 지급할때 세금을 회사에 부담시키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가 미국에서는 일반적이라면서 "보모를 고용할때 세금납부를 잊으면 백악관에서 일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지만 기업의 CEO가 되면 회사의 재산은 내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CEO의 보수는 단순한 원칙에 따라 연봉의 몇 배 이내 수준에서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회사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인정될 때는 앞서 지급한 보수와 성과급을 회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