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금융강국 코리아] <제1부> 글로벌 금융 대격변기(3)
- 유럽 진출의 요충지, 서유럽 은행 각축장
- KDB 6년새 4배 성장, 여신 83% 현지기업
옛 소련 붕괴 후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헝가리는 서유럽과 동유럽, 남북 유럽의 중앙에 위치해 지정학적 요충지로 꼽힌다. 값싼 노동력까지 확보해 개방화 초기 외국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물밀 듯 들어왔다. 이들 기업은 헝가리의 심장인 부다페스트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헝가리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 휩쓸려 주춤하지만 여전히 유럽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이나 금융회사에는 외면할 수 없는 곳이다. 금융위기를 잘 넘기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서유럽계 치열한 각축장=헝가리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일찌감치 경제개혁을 추진했다. 덕분에 중·동유럽에서 가장 모범적인 체제전환국으로 평가받았다.
헝가리 정부는 시장경제체제의 성공적인 구축에 금융시장 선진화가 필수라고 판단해 은행 설립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국내외 은행의 신규 진입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국유은행이 민영화됐고, 수많은 서유럽은행이 자회사 형태로 헝가리에 진출했다.
현재 헝가리에선 31개 상업은행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대 은행은 '토종'인 국가저축은행(OTP·National Saving Bank)으로 지난해말 현재 시장의 27.2%를 차지한다.
하지만 소매시장만 보면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등 인접국 은행들이 80%가량을 장악했다. 여느 중·동유럽국처럼 서유럽계 은행들이 발빠르게 들어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영국계 은행은 없고, 미국계 은행의 자산비중은 7% 정도다.
◇한국이 주목한 시장=한국계로는 산업은행(KDB)과 한화증권이 현지법인 형태로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KDB헝가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1990년초 헝가리가 개방된 후 연락사무소를 연 산은은 13년간 현지에서 영업한 대우은행을 2002년 12월 인수했다. 대우그룹이 해체된 직후였다. 이 은행은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동유럽의 성장잠재력을 믿고 89년 설립한 것이다. KDB헝가리는 사실상 외국 금융기관 가운데 중·동유럽에서 가장 먼저 둥지를 틀었다.
KDB헝가리는 현재 아시아계 금융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크고 현지화에도 적극적이다. 7개 지점에 직원은 229명이고 여수신을 포함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헝가리 현지기업 여신비율이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고객수 기준으로 비한국계 비중이 90%에 달한다. 주로 한국계 기업이나 교포를 상대하는 시중은행의 현지법인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독자들의 PICK!
◇현지화 전략=헝가리는 유럽에서 중국 이민사회가 가장 크게 형성된 곳이다. 차이나은행이 진출했다. 하지만 업무가 제한돼 중국계 기업들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KDB헝가리는 이 점에 주목해 부다페스트에서 중국업체들이 밀집한 지역에 지점을 내고 지점장도 중국인을 고용했다. 그 결과 중국교포들과 업체들이 차이나은행보다 KDB헝가리를 찾기 시작해 지금은 주요 고객이 됐다.
이런 적극적인 영업에 힘입어 KDB헝가리의 총자산은 2002년 대우은행 인수 초 2억달러에서 지난해 8억달러에 육박했다. 자산규모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현지화는 감독당국도 호평할 정도다. 한국업체뿐 아니라 헝가리의 크고 작은 업체들에도 대출을 해줘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인 호 KDB헝가리 행장은 "자산규모 등에서 서유럽계 은행들에 뒤지지만 그간 적극적인 영업으로 경쟁할 수 있는 초석은 닦았다"며 "투자은행(IB)업무를 접목해 중견 유니버설은행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침체 여파는=국내기업 가운데 삼성전자한국타이어(23,200원 ▼250 -1.07%)대창전자 등이 진출해 있다. 지난해말 기준 한국의 투자규모는 153건, 4억4000만달러다.
삼성전자(186,200원 ▲7,800 +4.37%)는 2001년 LCD TV를 선보인 후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시장을 장악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23.4%(25만2000대)로 2위에 14%포인트 이상 앞선다. 수량기준으로는 독보적인 1위다. 헝가리의 1인당 평균 월소득은 18만포린트(717유로). 삼성 LCD TV는 102㎝(40인치)를 장만하는데 2~3년이 걸릴 만큼 고가품이다. 삼성전자는 경기침체로 대형TV 대신 소형TV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늘어 판매대수를 유지한다.
현대자동차(471,000원 ▲5,500 +1.18%)나기아자동차(150,200원 ▼400 -0.27%)의 활약도 눈에 띈다. 헝가리의 신차 판매대수는 지난 1월 전년 동월보다 51% 이상 급감했다. 대부분 자동차업체가 가격을 30% 이상 낮췄지만 기아차는 이에 가세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2월 '쏘울'을 헝가리시장에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김종춘 부다페스트 코트라센터장은 "외국계 기업들이 일부 철수하고 실업도 늘어 올해 소비가 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기업들에도 난관이 될 것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