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자본은 이탈지속… 한국 헤지펀드社도 '기지개'
불과 2년 전만해도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던 싱가포르. 그러나 최근 방문해보니 곳곳에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즐비했다.
아시아의 금융허브 싱가포르가 위기 칼바람에 휘청대고 있다. 세계경제와 증시에 회복의 기운이 감돈다고 하지만 아시아 헤드쿼터를 싱가포르에 뒀던 외국계 금융사들의 이탈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방문 기간 자산운용이 주축인 글로벌 금융그룹 UBS와 푸르덴셜그룹이 2차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뉴스를 전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도 아시아 헤드쿼터를 홍콩으로 일원화한 상태다.

김종회 우리투자증권 싱가포르 IB센터 부장은 "실제 글로벌 기업들의 주재원 및 금융업 종사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북새통이던 시내 고급 식당들이 한산해졌고 고급 주택의 임차료도 크게 하락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부장은 "1년 전만해도 2년 이상씩 대기자 명단이 있던 싱가포르 소재 유명 국제 학교들도 싱가포르를 떠난 학생이 늘자 입학요건을 완화해 학생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극심한 침체와 고용한파에 '덜덜덜'〓 서구 자본과 외국계 기업들이 이탈하면서 싱가포르 올해 1분기 취업자수는 지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실업률은 지난 3월 3.2%로 높아졌고, 특히 내국인 실업률은 5년래 가장 높은 4.8%로 급등했다.
금융뿐 아니라 전자업종이 인력을 크게 줄이면서 1분기 해고된 근로자수는 1만260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외국계 필립스, 델 뿐 아니라 싱가포르 자국 기업인 세계 최대 전자제조서비스(EMS)업체 플렉트로닉스, 크리에이티브 등도 고용을 줄이면서 IT버블 붕괴와 9.11사태가 겹쳤던 지난 2001년 4분기 8590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4분기 경제성장률은 -16.9%로 추락했고, 그 동안 고공 행진을 계속하던 싱가포르 부동산 가격의 경우 1분기 동안만 14% 떨어져 16년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고 있다.
주재 한국대사관도 싱가포르의 고용전망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도 건설업을 제외한 올해 4분기 취업자수 감소 규모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나 2001 IT버블 이후 경기침체보다 클 것으로 전망했다.
◇'썩어도 준치'… 화교 '자산관리'로 부활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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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떠는 싱가포르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화교자본의 유입이다. 주식 브로커리지와 투자은행(IB)부문은 크게 위축됐지만,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부문은 금융허브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헤지펀드 업계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헤지펀드 사업에 뛰어든 한국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김종회 부장은 "싱가포르의 금융시장의 경우 고액 자산가 중심의 '자산관리' 중심으로 금융업이 발달했다"며 "동남아시아 화교 자금의 중심지로 부각되면서 인도네시아 및 말레이시아 화교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고 최근 중국 본토 자금도 유입되면서 점차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싱가포르 진출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지주가 미국 아틀라스와 합작설립한 헤지펀드 전문 투자회사인 케이아틀라스(K-Atlas Pte.Ltd)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헤지펀드들이 20%에 육박하는 손실을 냈지만, 4억달러 전후의 자금을 운용하는 케이아틀라스는 최근 4년간 60%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싱가포르 법인장은 "최근 4년간 매년 미국 달러 기준으로 매년 15%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지난해 원화기준 수익률은 70%에 달한다"며 "투자자들의 관심도 서서히 높아지면서 싱가포르 법인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