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투자결정, 과거를 보면 안다

당신의 투자결정, 과거를 보면 안다

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기자
2009.05.07 13:33

[MTN 세상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투자를 하실 때면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객관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합니다. 주가가 어떤 기업이 가진 가치보다 싸다고 볼 때, 또는 탄력을 받아 주가가 계속 오를 것 같다고 생각할 때 주식을 매입합니다.

그런데 이런 투자 결정도 따지고 보면 여러 분의 과거 투자 경험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계십니까?

그 동안 주가의 급등락을 경험했지만 그래도 수익률이 괜찮은 투자자들은 주식투자에 더 공격적이고 수익률이 부진했던 투자자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안전 위주의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지식 사회학에서 얘기하는 의식의 존재구속성 같은 것입니다. 존재 구속성은 사람의 생각이 자신의 사회적 조건, 즉 계층 같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명제인데요. 같은 식으로 얘기하면 투자의 경험구속성이라고나 할까요? 우리가 스스로는 객관적인 투자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실제로 미국의 두 교수가 지난 2007년에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선 주식투자를 시작한 이후 평균 수익률이 높은 투자자들은 더 많은 투자 위험을 감수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산의 많은 부분을 주식에 투자합니다. 주식투자에서 재미를 못 본 불운한 투자자들은 가급적 주식매입을 절제하려고 합니다.

그림을 같이 보시지요. 출생년도별로 36살에서 45살의 연령 대에서 주식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의 비율을 비교한 건데요.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1920년에 태어나 대공황을 경험했던 세대는 불과 13%만이 주식에 자금을 투자했습니다. 대부분 25%를 넘는 다른 세대보다 비율이 무척 낮지요. 반면 1931년부터 40년 사이에 태어나 2차 대전 후 호황기를 지낸 세대는 투자비율이 32%로 20년 출생 세대보다 배 이상 높지요. 41년부터 50년 사이의 출생 세대는 다시 증시를 멀리하지요. 이들은 70년 초반과 후반의 오일쇼크이후 불황을 겪은 사람들입니다.

어떻습니까? 오래 전 이야기지만 뭘 경험했느냐에 따라 투자 결정이 천차만별이지요. 여러 분들은 어떠십니까? 일리가 있는 얘기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연구결과를 우리 나라에 적용해보면 장년기에 지난해와 올해 초주가 폭락을 경험하신 분들은 아무래도 자산의 많은 비중을 주식에 투자하는 걸 기피하시겠지요.

국내 주가 흐름을 보면 1992년과 98년, 2001년에 급락 추세를 보인 반면 89년, 94년, 2007년에는 큰 장이 섰습니다. 여러분, 한 번 기억을 더듬어 보십시오. 그 시기를 겪었던 게 자신의 투자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 짚어 보십시오. 지금까지 말씀 드린 연구결과가 의미있는 것이라면 자신을 정확히 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남은 잘 몰라도 자신을 잘 알면 투자의 성공은 절반 정도 보장되는 게 아닐까요?

여기에서 다른 얘기를 드려 보겠습니다. 불황은 투자 태도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 온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즈가 지난 1월에 실은 기사 내용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살림살이가 어렵다 보니 돈이 많이 들어가는 외식 같은 바깥 활동을 줄이는 대신 집에서 인터넷 삼매경에 빠지는 등 허리띠를 졸라 매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또 불황은 스트레스 수준을 올려 정신 건강에는 해롭지만 오히려 몸에는 그렇지 않다고 하네요. 일단 스트레스 엄청 받는 일을 적게 해도 돼 잠을 더 잘 수 있고 운동시간을 늘리니 건강이 개선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근무시간이 줄어 들어 자동차를 덜 타다 보니 교통사고 위험도 감소하고 술 마실 기회도 줄어든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실업률이 1% 높아지면 사망률이 0.5%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와 있는 상탭니다.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거나 비슷한 말이기는 하지만 이 연구하신 분 자신이 실직하거나 급여가 삭감된 염두에 안 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시청자 여러분 오늘 드린 말씀을 정리해 보면 우리의 생각이나 의사결정은 자신의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이같은 한계를 알고 살아간다면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유연한 자세를 갖게 돼 삶이 더 행복해 지지 않겠습니까? 세상도 훨씬 부드러워 지구요. 물론 여러분의 투자 성적표도 우등생 대열에 끼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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