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M&A]⑪민간 생산분 국내 반입 힘들어...에너지자급률 제고 도움 안돼
이 기사는 05월12일(09:51)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해외자원개발은 국가의 에너지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윤 추구가 지상 과제인 민간기업이나 국가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뛰고 있는 공기업 모두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확보라는 명제 아래서 움직인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을 비롯해 대우인터내셔널, SK에너지 등 민간기업들도 해외에서의 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며 글로벌 자원개발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높은 리스크와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수하면서 힘들게 자원을 확보해도 국내로 해당 자원을 들여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현지의 규제나 운송비 등 각종 이유로 인해 자원이 국내로 반입되는 루트가 사실상 막혀버린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 생산한 자원을 국내로 들여오지 못할 경우 국내의 에너지자급률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각종 지원정책을 쏟아내며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가 실적 달성에만 급급해 정작 내실 다지기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발견한 가스전 중 최대 규모인 미얀마 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미얀마 광구의 천연가스 매장량만 우리나라가 향후 5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광구의 생산설비 증설을 위해 약 15억달러에 달하는 자금 조달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생산될 가스는 중국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난해 12월 미얀마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중국 국영석유업체인 차이나내셔널페트롤리엄(CNPC)의 자회사 CNUOC에 향후 30년간 공급하는 장기판매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장기계약을 통해 미얀마 광구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해 회사로서는 긍정적이라는 입장이지만 미얀마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군부세력이 친(親)중국파로 구성돼 있는 현실적인 장벽이 CNUOC와의 계약 체결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최대 정유회사인 SK에너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SK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는 페루 카세미아(Camisea) 지역을 포함한 페루지역 매장량은 3억3000만배럴(원유 1억배럴, 가스 2억3000만배럴) 규모. 이는 SK에너지 전사 매장량 5억2000만배럴의 61%에 해당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SK에너지는 페루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사용되는 원유의 성분이 중남미에서 생산되는 것과는 다른데다 국내 반입에 소요되는 운송비 등을 고려할 경우 생산현지와 인접한 미국 등지에 직접 판매하는 것이 수익측면에서 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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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을 통해 해외에서 생산된 가스나 원유 등을 우리나라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스공사나 석유공사 등 국영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스개발의 경우 유전개발에 비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개발 및 생산 이후 가스를 공급할 시장이나 대상이 확보돼야 개발에 착수할 수가 있다.
가스공사가 '마켓'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정된 예산을 통해 운영되는 가스공사로서는 국내 기업이 생산한 가스라고 해서 무턱대고 인수할 만큼 자금 확보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원유 역시 가스와 비슷한 현실에 직면해있다. 최근 석유공사가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며 직접 해외 유수 광구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 또한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려면 민간 기업과는 별도로 스스로 광구를 확보해야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 규모가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적다는 것도 에너지자급률을 높이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생산된 자원을 국내로 들여오려고 해도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수익을 기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즉, 해외자원개발 계약 체결 당시 계약서 문건에 해당 자원을 국내로 반입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는지 유무를 논하기 이전에 과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이 마련돼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에너지자급률을 높이려면 정부 당국의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막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국영기업들이 앞장서서 이끌고 민간기업들이 이를 따라갈 만한 경쟁력을 확보할 때 비로소 우리나라도 에너지 강국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