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도급 불공정거래, 근본부터 해결해야

[기고]하도급 불공정거래, 근본부터 해결해야

김상준 공정위 기업협력국장 기자
2009.05.20 12:47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중소기업의 살림은 더욱 어려워진다. 기초체력이 튼튼한 대기업은 불황이 오더라도 상당기간 견뎌낼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체력도 약하고 ‘밑천’도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2007년 기준으로 59.2%가 하도급거래를 하고 있고, 주거래 대기업 1개 업체에 대한 매출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절반이 넘는 중소기업이 75.7%나 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소수의 대기업에게 매출을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구조에서 대기업으로부터 받는 하도급대금은 중소기업의 생명줄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하도급문제는 중소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대기업과 중소 하도급업자간의 거래에서는 힘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경우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운용하고 있다. 하도급거래를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rule)들을 규정한 법이다.

그동안 지속적인 법집행으로 하도급대금을 현금으로 받는 비율이 높아지고 법위반업체수가 줄어드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 구두발주, 부당단가인하, 기술탈취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은 미흡한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지난 12일 입법예고했다.

첫째로 구두발주 근절이다. 구두발주는 모든 불공정거래의 근원이다. 계약서가 없어 증거가 남지 않으므로 실제 계약이 있었는지, 계약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곤란하여 하도급업자가 일방적인 계약취소, 감액 등을 당해도 이에 대응하기 어렵고, 원사업자는 이러한 사실을 이용하여 각종 불공정행위를 자행할 유인이 생긴다.

공정위는 금번 법개정을 통해 ‘하도급계약 추정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구두계약을 체결한 경우 하도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그 내용을 서면으로 통지하여 확인을 요청하고 10일 이내에 원사업자의 회신이 없으면 이를 승낙한 것으로 보는 제도이다. 원사업자의 회신을 통해 계약의 증거를 남기도록 유도하고, 회신이 없는 경우 하도급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추정하여 법률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둘째는 하도급대금 감액과 기술탈취를 제재하는 일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하도급대금은 하도급업자의 생명줄과도 같다.

또한 이들의 독자적인 기술자료는 하도급업자들이 사업을 영위해가는 중요한 ‘밑천’이다. 금번 법개정안에는 하도급대금 감액과 기술자료 요구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부득이한 경우 그 정당성을 원사업자가 입증하도록 했다.

셋째는 상습적인 법위반사업자를 줄이는 일이다. 하도급법을 3년간 3회 이상 위반하는 사업자가 매년 50 ~ 70개가량 된다. 그 동안 공정위는 이들에 대해 과징금을 가중하고 매년 직권조사를 실시하는 등 상습법위반사업자를 중점 관리해왔다.

이번에는 이들의 명단을 일괄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법에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명단을 공개하면 사업자들은 명예와 신용상의 불이익을 우려하여 법 위반행위를 줄이게 되고, 아울러 이들과 거래하던 하도급업자들의 피해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건강하고 활기찬 시장경제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거래환경이 확립되어야 한다. 금번 하도급법 개정안이 이러한 거래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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