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SH공사 '가드파이브' 무리수?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가든파이브'의 9월 개장을 강행하기 위해 각종 무리수를 두고 있다. 가든파이브는 본래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를 위해 계획한 동남권유통단지였으나 SH공사의 기형적인 분양으로 상가업계 '큰 손'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SH공사는 기존의 분양계약조건을 바꿔 2개 이상 다점포를 신청하는 경우 우선권을 주고 있다. SH공사의 표현을 빌자면 '대상(大商) 유치'를 통해 상가를 활성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심지어 1개층을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신청자들에게 최대 64개 점포까지 '통매입' 신청을 받기도 했다.
이런 분양방식은 청계천 이주상인을 위해 계획한 가든파이브의 건설 취지와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SH공사가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분양을 하는 것은 9월 개장을 강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가든파이브는 당초 지난 4월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계약률이 저조해 7월, 9월로 두차례 연기한 바 있다.
◆청계천 상인 이주 위한 계획 벗어나

같은 청계천 상인이라고 해도 신청하는 점포수에 따라 우선순위가 갈리기도 했다.
지난 5월 발표한 특별 및 우선분양대상자 기준에는 '청계천 이주대상자 중 다점포 신청자'만 1순위로 인정해 6월1일부터 4일까지 먼저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청계천 이주대상자 중 1개 점포 신청자는 2순위로 밀렸다. 2순위는 왕십리뉴타운 및 삼일아파트 철거 영업자 등 3순위와 우선분양대상자인 4순위까지 6월16일부터 26일 사이에 한꺼번에 신청을 받았다.
이는 이주전문상가의 조기활성화가 불투명하다 보니 분양 및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SH공사가 특별분양대상 기준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원래 특별분양대상자 중 1순위는 청계천 이주대상자, 2순위는 청계천 상인 중 이주 미신청자(6만여명)였다.
지난 8월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동안 일반입주자 신청을 받았던 가든파이브 툴(다블록)상가는 아예 층단위로 통매각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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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모집공고에는 지하1층 및 지상4층의 일반판매시설은 '층단위 공급, 경쟁 시 추첨에 의한 공급'이라고 명시했다.
지상1층~지상3층의 공구판매시설 및 일반판매시설 역시 '다점포 신청자에게 우선공급하고 경쟁 시 추첨에 의한 공급'을 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추첨에 의한 공급이 원칙이지만 여러 점포를 한꺼번에 매입하는 경우 우선권을 준다는 설명이다.
같은 기간 신청을 받았던 가든파이브 웍스(나블록) 아파트형공장은 한발 더 나아가 선택권까지 부여했다.
나블럭 입주자모집공고에는 "공급대상 범위 내에서 다(多)호수 신청자가 신청호수를 우선 지정하는 방식"으로 공급한다고 적시했다.
또 "공실 없이 상하좌우 연접하여 지정해 신청 시 64호수 이하의 희망 동호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즉 1인이 최대 64개까지 '싹쓸이'할 수 있게 됐다.
8월25일부터 28일까지 신청을 받는 가든파이브 라이프(가블록)상가 역시 다르지 않다.
이번 역시 "신청업종에 대해 다점포 신청자 우선공급" 방식을 원칙으로 삼았다.
가블럭은 의류, 악세서리, 문구류 등이 중심이어서 소규모 점포 및 영세 점포주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청계천 상가 접어라"
가든파이브에 계약한 청계천 상인들은 무엇보다 먼저 기존의 청계천 점포를 접어야 한다.
'분양계약특수조건'에는 ▲계약일로부터 1년간 권리(매매, 증여 등)변동 금지 ▲입점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 청계천 상가 정리 등이 명시돼 있다.
그런데 입점기한이 계약일로부터 2개월 이내로 제한돼 있고 입점일로부터 1개월 내에는 영업을 개시하도록 정해놓았다.
즉 계약 후 최대 3개월 내 입점 및 영업시작을 해야 하며 청계천 상가는 정리해야 한다. 가든파이브 및 주변상권이 전혀 활성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영세상인의 경우 생계의 위험마저도 우려되고 있다.
◆비상식적인 가격
2003년 청계천 복원 당시 이주를 신청하지 않은 청계천 상인은 6만여명에 이른다. 청계천이주대상자는 6097명이지만 이 가운데 지난해 분양 신청을 하지 않은 상인 역시 1340명을 헤아린다.
이처럼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브)가 정작 청계천상인들로부터 외면 받은 것은 무엇보다 '너무 비싸다'는 이유였다.
청계천상인들을 대상으로 특별분양된 물건만 보면 가블록의 경우 가장 비싼 점포는 5억6543만8000원이며 5억원을 넘는 점포가 21개나 된다. 4억원 이상~5억원 미만은 118개, 3억원 이상~4억원 미만도 119개에 이른다.
게다가 계약금을 내고 2개월 후 잔금까지 지불해야 하는 조건이어서 청계천 상인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별분양과 일반분양의 가격 차이에서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가블록의 경우 가격 비율이 무려 160%를 넘어선다. Y관 1003호의 경우 특별분양은 5억2869만1000원이었지만 일반분양은 8억6299만2000원으로 가격비율은 163.2%다.
특별분양의 경우 1층의 3.3㎡당 평균 가격은 2321만6827원인데 반해 일반분양에서는 3174만6872원에 달했다. 가격비율은 136.74%였다.
반면 층단위로 통매각까지 추진했던 다블록의 경우 특별분양과 일반분양사이의 차이가 가장 작았다. 특별분양 가격에 대한 일반분양 가격 비율은 103.49~118.51%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여러 점포를 통으로 매각하기 위해 일부 상가에 대해 가격을 크게 깎아 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점포 신청자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우선 공급하는 방식은 결국 실수요자보다는 시세차익을 고려한 투기꾼들의 잔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처럼 개장만 강행하는 것은 가든파이브를 거대한 유령 상가로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