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동안 쌓인 기술과 인력이 '국가자산'..미래 성장엔진 삼아야
25일 오후 5시. TV를 보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발사성공률이 30%도 안된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나로호'는 예외이길 바랐다. 지난번처럼 또 발사 직전에 멈춰버리면 어떡하나, 하늘에서 폭발하면 어떡하나 초조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예정된 시간에 엄청난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는 '나로호'를 보자 기쁨이 밀려왔다. 위성이 분리됐다는 소식에 '첫 발사부터 성공하는구나…'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온국민이 그런 심정으로 '나로호' 발사를 지켜봤을 것이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로호'는 결국 과학기술위성2호를 목표궤도에 올려놓지 못하고 말았다. 현재까지 파악된 원인은 위성을 덮은 페어링 한쪽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위성을 싣고 가던 2단 추진체가 페어링 무게 때문에 제 궤도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위성은 대기권에서 소멸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이를 두고 "성공이다" "실패다" 평가가 엇갈리는 모양이다. 위성이 궤도진입에 실패했지만 발사체는 제 역할을 다했으니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고, 임무가 위성을 제 궤도에 올려놓는 것인데 이를 못했으니 실패라고 설레발치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나로호'에 들인 5000억원을 "아깝다"고 생각하는 이도 간혹 있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나로호'가 사라졌으니 우리에게 남은 게 하나도 없는 것일까. 결코 아니다. 우선 3300억원을 들여 건립한 나로우주센터가 있다. 다른 나라 발사대를 빌리지 않고 언제든 우리가 원하는 때 이 땅에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7년 동안 '나로호'를 개발하면서 엄청난 기술력과 경험을 쌓아놨다. 무엇보다 갚진 자산이다.
우주산업 기술은 우주개척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이렇게 쌓은 기술력은 전산업분야에서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나로호' 발사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월드컵과 올림픽에 버금가는 2조원대에 달한다고 한다.
70년대 전전자교환기(TDX) 개발이란 국책사업을 했기에 80년대 동기식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장비개발을 시작할 엄두를 낼 수 있었다. 80년대 CDMA기술 상용화에 성공했기에 오늘날 우리는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나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차곡차곡 쌓은 기술과 인력이 밑거름이 됐기에 지금 국산휴대폰이 전세계 시장의 30%를 석권할 수 있을 정도로 '휴대폰 강국'이 됐다. CDMA 장비개발을 계기로 우리나라 정보기술(IT)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지금은 경상GDP 비중이 30%에 달할 정도로 국내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로호'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92년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1호'를 다른 나라 발사대를 빌려 쏘아올린 지 17년 만에 자력으로 발사대를 만들었다. 우주산업에 뛰어들어 이렇게 단시간에 발사대까지 만든 나라는 세계를 통털어 우리가 유일하지 싶다. 우리처럼 30개월 만에 발사대를 건립한 나라도 드물다. 우리 힘으로 개발한 나로호 추진체 2단이 문제없이 비행했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일부 기술은 선진국을 능가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록 인공위성은 궤도진입을 못했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우주영토를 놓고 패권다툼을 시작했다. 이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제몫을 찾으려면 어느 때보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과거 CDMA가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했듯 미래 성장엔진 역할은 '나로호'가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