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출구전략 유감

[기자수첩]출구전략 유감

배현정 기자
2009.09.04 11:14

[머니위크]

#1. "미국 경제라는 환자가 버냉키 박사의 치료를 받고 중환자실을 벗어났다. 부양책이라는 약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만 아직 건강을 회복한 것은 아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8월12일 미국의 현 경제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2. 이스라엘이 최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국면에서 첫 출구전략을 단행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어디?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전 세계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아니 "한국경제가 너무 빨리 좋아져 불안한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선제적인 대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현재로서는 "출구전략은 아직 이르다"는 게 정부의 공식입장.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출구전략이 '뜨거운 감자'로 거론되고 있다.

본래 군대 용어에서 비롯된 출구전략이 경제에서는 '양날의 칼'로 바뀌었다. 경기 회복이라는 전제 아래 인플레이션을 대비해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한다는 전략이지만, 자칫 일어서려는 경제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과의 소통이다.

8월28일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관심은 강남집값이 아닌 서민집값"이라는 엉뚱한 말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소위 부자동네인 강남3구를 중심으로 집값 폭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폭등 진정대책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이미 '강남發 전세난'이 서민지역인 강북과 수도권으로 번지는 조짐. 정부의 안이한 시장 인식 태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투자자들도 출구전략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점검해야 할 때다.

"출구전략은 단순히 금리 인상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식ㆍ부동산시장의 위축과 더불어 기업은 체질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산뿐 아니라 본업까지 흔들리는 리스크에 오픈되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최근 증시와 부동산시장의 활기에 힘입어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다소 느슨해진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언제까지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말만 되풀이하기보다는 현실적인 경제 인식과 대책 마련이 다각도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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