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의 꽃' 해저케이블, 동해서 꽃핀다"

"'전선의 꽃' 해저케이블, 동해서 꽃핀다"

동해시=진상현 기자
2009.09.20 11:00

[르포]LS전선 국내 첫 해저케이블 공장 가보니

지난 18일 오후 동해시 송정동에 위치한 LS전선 해저케이블 생산라인. 거대한 실린더 모양의 연선기가 가는 구리선들을 꼬아 원형의 도체를 만드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LS전선이 생산하는 해저케이블에 들어갈 도체로 전기가 흘러가는 통로가 된다. 가는 구리선 수십개를 꼬아야 비로소 하나의 해저케이블을 위한 도체가 만들어진다.

각각의 구리선들이 둥글지 않고 사다리꼴 모양인 것이 특이하다. 이인호 LS전선 동해공장 공장장은 "사다리꼴 모양의 선들을 꼬면 틈새가 줄어들어 절연 특성이 좋아진다"며 "사다리꼴 모양의 구리선들을 촘촘히 꼬기 위해서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LS전선이 세계 4번째, 국내 처음으로 생산하는 해저케이블은 최첨단 전선 기술의 집합체다. 방수는 기본이고 바다 물에 노출돼도 녹이 스는 일이 없어야 한다. 30년 이상 바다 속에 묻혀있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체와 절연체, 납, 아연도철선 등이 빽빽히 들어가다 보니 케이블의 직경만 10.3㎝에 달한다.

↑여러 가닥의 가는 마름모꼴 구리선들을 꼬아 원형의 도체를 만드는 연선 공정 모습.
↑여러 가닥의 가는 마름모꼴 구리선들을 꼬아 원형의 도체를 만드는 연선 공정 모습.

더 어려운 일은 따로 있다. 수십㎞ 길이의 해저케이블을 끊김없이 한 번에 뽑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바다 속이라는 특성상 케이블 간의 연결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 해저케이블은 최대한 연결부분 없이 '통으로' 만들어야 한다. LS전선의 첫 해저케이블이 설치될 전남 진도-제주 구간의 길이는 105㎞로 55㎞짜리 케이블 2개를 연결하게 된다.

김원배 해저케이블팀 부장은 "55㎞선 가운데 일부만 불량이 있어도 전체를 못 쓰게 된다"며 "수십 ㎞의 긴 케이블을 불량없이 관리하고 생산하기 위해서는 각종 첨단 생산 관리 기술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이블 길이가 수십㎞이다 보니 전선을 감아서 운반할 때 사용되는 '릴'은 무용지물이다. 릴 대신 각 공정이 끝날 때 마다 케이블을 감아 놓는 턴테이블이 공장 곳곳이 위치해 있다. 말이 턴테이블이지 지름만 10~20m가 넘는 대형 구조물들이다.

공장 한 켠에 설치된 거대한 찜통 모양의 '함침' 설비도 해저케이블 생산라인에서만 볼 수 있다. 이 장치는 절연지를 여러 장 감은 도체에 광유를 스며들게 해 절연성능을 높여준다. LS전선이 세계 4번째로 개발한 MI(Mass Impregnated; 절연지 강제 함침)타입의 초고압 케이블을 만들기 위한 핵심 공정이다.

함침 공정을 통해 절연 성능이 강화된 도체는 △납으로 케이블의 금속 외장층을 입히는 연피기 △금속 외장층을 보호하기 위해 금속 외장층 위에 폴리에틸렌(PE)과 폴리염화비닐(PVC) 등을 입하는 시스기 △외부로부터 케이블을 보호하고 기계적 강도를 높이기 위한 강대 △아연도철선 등을 감아주는 외장기 등을 거쳐 해저케이블로 완성된다. 완성된 케이블은 공장 바깥에 설치된 대형 턴테이블로 옮겨져 운반선을 기다리게 된다.

LS전선은 '케이블의 꽃'으로 불리는 해저케이블 사업을 위해 4년간의 면밀한 준비 끝에 지난해 4월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경기도 안양에 있던 산업용 특수케이블 생산라인 이전 작업과 함께 해저케이블 생산라인 건설에 투입된 자금은 총 1800억 원. 오는 11월 공장 준공식에 앞서 이미 양산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LS전선 동해공장 전경. 뒷쪽으로 동해항이 보인다.
↑LS전선 동해공장 전경. 뒷쪽으로 동해항이 보인다.

해저케이블 시장은 그동안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프랑스의 넥상스,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 스웨덴의 ABB 등 유럽 '빅3'가 80% 가량을 과점해왔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1조5000억 원이었으며 매년 20% 중반대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해상 풍력 발전, 도서간 전력 전송 등에 주로 이용된다.

LS전선은 올해 2월 한국전력으로부터 수주한 전남 진도-제주간 105㎞ 해저 전력망 공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저케이블 시장 공략에 나서게 된다. 진도 제주 구간은 내년 7월 설치가 시작돼 오는 2011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공장장은 "공장 규모는 아직 유럽 '빅3'에 뒤지지만 최근 지은 만큼 설비 수준은 더 낫다"며 "한국인의 특유의 기술 등을 더해 오는 2015년에는 해저케이블 시장 1위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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