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공모株 투자주의보

'거품' 공모株 투자주의보

유윤정 기자
2009.09.29 15:32

기업·주관사, 증시 오르자 공모가 부풀리기… 상장후 하한가 직행

#상장을 앞둔 A사는 B증권사가 공모가를 수 만원 더 올릴 수 있다며 주관사를 교체하라는 말에 B증권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턱없이 높은 공모가로 수요예측에 실패한 A사는 상장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공공기관 C사는 IPO 주관사 선정의 최우선 순위로 높은 공모가를 꼽았다. C사는 공모가를 최고로 써놓은 증권사에 가장 많은 배점을 줬고, 가장 높은 공모가격을 써낸 D사를 결국 주관사로 선정했다.

#E사는 올 초보다 시장환경이 좋지 않은 IPO 시장에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높은 공모가에 기업공개 딜을 따낼 경우 이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하는 것이다. E사 직원들은 최대한 높은 공모가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위기로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하지만 ‘실적 쌓기’에 굶주린 증권사들이 IPO 실적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턱없이 높은 공모가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시에 첫 상장한 새내기주들이 연일 하한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 데뷔한 쌍용머터리얼은 공모가보다도 낮은 1만5750원의 시초가로 거래를 출발한 후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다.

쌍용머터리얼과 동시에 코스닥 시장에 첫 선을 보인케이엔더블유(8,110원 ▼300 -3.57%)는 공모가보다 45%높은 시초가로 출발한 뒤 개장 초에 급등했지만,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30여분 만에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전날 상장한에리트베이직(956원 ▲13 +1.38%)은 상장 후 이틀 연속 하한가로 추락했다. 이날 주가는 개장 한 시간도 안 돼 전일대비 14.99% 내린 3970원을 기록, 공모가(4000원)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같이 공모주들이 상장 첫날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이는 배경으로는 '과도하게 높은 공모가'가 꼽힌다. 코스피 지수가 1700선까지 오르는 강세장을 연출하자 기업은 공모가를 부풀려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려고 하고, 증권사들도 공모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공모가를 높게 산정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다.

또 대부분의 회사들이 여러 증권사를 통해 프리젠테이션을 받고 공모가 산정이 높은 곳이나 기타 조건이 좋은 곳을 주관사로 선정하는 구조다보니 기업이나 증권사 IB부서나 모두 높은 가격에 IPO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공모가 분석의 적정성이다. IPO 당시 업황이나 시장의 상황에 따라 버블이 많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항상 회사들은 높은 가격에 IPO를 하려하고, 증권사 IB도 이를 유도하는 상황”이라며 “시장상황이 좋을 때 상장된 종목들이 특히 공모에 버블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달 상장된 대부분의 공모주들은 시초가보다 크게 하락하거나 공모가보다도 하락한 경우가 많다. 지난 15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제넥신(4,645원 ▲30 +0.65%)은 보름도 안돼 시초가(3만500원)보다 35%이상 빠졌고 25일 상장한모린스도 시초가 대비 32% 이상 하락했다.

오는 10월과 11월에 상장을 앞두고 있는 동양생명, 진로, 한국전력기술 등도 고평가 논란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종목 선택에 주의가 필요하다.

동양생명은 공모가 밴드 최저가인 1만7000원에 일단 공모가를 확정지었지만 진로는 너무 높은 공모가 벽에 부딪혀 상장일정을 3주 연기하고 기존 주당 공모희망가 밴드를 기존 5만4000원~6만원에서 4만5000원~5만원으로 16% 가량 하향 조정했다.

증권사 한 IB담당 임원은 “기업들이 주관사 선정 시 높은 공모가를 내는 증권사에 많은 점수를 주다보니 증권사들도 공모가를 높게 제시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올 초보다 공모시장이 좋지 않다보니 증권사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공모기업 관계자는 “공모가를 너무 높게 책정해서 실제 상장 후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기업이나 증권사 입장에서는 공모가를 높게 산정해 자금을 더 많이 확보하고 싶겠지만 서로간의 이해관계를 잘 고려해 투자자들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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