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테크 선생님, PB의 세계

대한민국 재테크 선생님, PB의 세계

배현정 기자
2009.11.05 10:31

[머니위크]창간2주년 기획/한국의 머니메이커 ③PB

[편집자주] 금융계의 꽃이자 핵이라 불리는 머니메이커(Moneymaker) 3총사 PB,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한국 금융계를 쥐락펴락하는 미다스의 손들인 이들 3총사가 우리의 투자시계를 맡고 있는 것이 현실. 대중의 선망 받는 인기 직업군에 속하는 이들의 세계. 하지만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그들의 진짜 맨 얼굴이 어떠한지 궁금하다. 겉으로 화려한 만큼 속도 화려할까? 연봉은 정말로 많이 받을까?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을까? 현장에서 발로 뛰는 스타급 PB,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를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담아봤다.

'PB들의 전쟁?'

경제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금융전문가의 대명사 PB(Private Banker). '억' '억' 소리 나는 자산가들의 컨설팅을 맡고 있는 그들의 투자 방향 분석과 전략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제전쟁터에서 귀한 나침반이 된다.

강광일 농협 강남PB센터장
강광일 농협 강남PB센터장

그런데 이처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도 정작 PB들의 세계는 베일에 가리워져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PB들의 전략이 아니라 PB들을 무대의 중심에 세웠다.

강광일 농협 강남PB센터장,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센터 PB팀장, 김은정 신한은행 분당PB센터 PB팀장, 김용숙 기업은행 영업부 PB팀장 등 4인이 그 주인공이다.

강광일 센터장은 2007년 4월부터 농협의 1호 PB센터인 강남PB센터를 이끌고 있으며, 신동일 팀장은 1988년 입행 뒤 15년간 개인고객 마케팅에서 탁월한 성과(은행장 표창 8회, 국민은행 최초의 국은인상 2회 수상 등)를 낸 뒤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의 꿈을 위해 PB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을 거친 김은정 PB팀장은 국제재무설계사(CFP), 파생상품 전문가 등 다수의 자격증을 보유한 금융전문가다. 김용숙 PB팀장은 기업은행에서 외환여신 등을 담당하며 주 고객인 CEO의 사업 성장과 개인적 자산 형성 방식에 매력을 느껴 PB전문요원의 길을 선택한 뒤 일반 PB로 3년, PB팀장으로 3년째 뛰고 있다.

혹시 미래의 PB를 꿈꾸는 이들에겐 더 반가울지 모른다. 총성 없는 전쟁터인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PB들의 '화려한 무대 뒤'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김은정 신한은행  분당PB센터 PB팀장
김은정 신한은행 분당PB센터 PB팀장

◆"수면 아래서 끝없이 발버둥치는 백조죠"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짱가 엄청난 기운이~~.'

로봇 만화영화에서는 어려운 일이 있으면 '짱가'가 나타나지만, 부자 고객의 앞에는 PB가 쏜살같이 달려온다.

실제 강광일 센터장의 사례를 보자. 강 센터장은 PB센터를 총괄하는 기본 업무 외에도 하는 일이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공장터 잡아주랴, 이삿날 정해주랴. 아기가 태어난 가정에는 이름도 지어주러 간다.

이뿐 아니다. 아픈 환자가 있으면 침을 들고 달려간다.

강 센터장은 "퇴직 후 농촌에서 봉사할 것을 찾다가 수지침을 배웠다"며 "풍수ㆍ명리학에도 취미가 있던 터라 고객이 원하는 경우 상담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의 경우 건물에서 회장실은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문은 어떻게 내야 하는 등에 관한 관심이 높다. 손주가 태어나면 작명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김용숙 기업은행 영업부 PB팀장
김용숙 기업은행 영업부 PB팀장

이와 같이 PB의 세계에서는 업무의 경계가 따로 없을 때가 많다. 이에 대해 김은정 팀장은 "한마디로 백조라고 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김 팀장은 "밖에서 볼 때는 거액의 금융자산가를 대상으로 우아하게 상담만 하는 줄 알았는데, 집안 대소사에서 자녀 고민, 커플 매칭 등 소소한 것까지 모두 PB팀장의 일이더라"며 웃었다.

또 다른 한 PB는 "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개가 아플 때도 연락이 온다"고 털어놨다(물론 이때는 개에 관한 상담도 진행한다).

PB들은 이처럼 "자산가들은 외부에 딱히 얘기 못하거나 마땅히 부탁하기 어려운 속내를 PB에게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때문에 PB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윤리'다. 김은정 팀장은 "PB가 되면 은행의 모든 PB앞에서 'PB서약'을 하는데 이때 주요 내용이 청렴이나 고객 비밀 준수 등에 관한 내용"이라고 했다.

업무시간도 마찬가지다. 보통 오전 8시 이전에 출근해 하루 일과를 준비하지만 딱히 퇴근은 정해져 있지 않다. 주말도 편히 쉴 수 없기는 매한가지. 고객이 언제 찾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PB팀장 = 1인 지점'이라고 표현한 신동일 팀장은 "365일 매 순간을 고객과 연락이 가능하고, 대기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부자 고객에게 한발짝 다가가기 위한 전략도 필수. 신동일 팀장은 "MBA과정 등을 통해 자산운용 능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골프를 배우고 와인강좌도 받으며 자질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외양에서도 PB는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김용숙 팀장은 "연세가 많으신 고객을 만나면 상냥하고 부드럽게 말하고, 전문직 고객을 상담할 때는 엘리트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등 고객 유형에 맞게 성격도 다변화 한다. 중요한 계약이 있을 때는 빨간색 의상이나 공주 스타일 등 평소 고객이 호감을 보이는 스타일로 옷을 차려 입는 등 코디 스타일도 달리하고 있다"고 했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센터 PB팀장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센터 PB팀장

또 다른 한 PB는 "최근 300만원짜리 명품시계 구입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고 귀띔하며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지만 PB는 외모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때로 자산가들에 대한 PB의 구애는 흡사 지고지순한 연애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눈물겹기도 하다.

신동일 팀장은 "지점장의 소개로 한 회장을 소개받았는데 첫 마음을 얻기까지 1년이 걸렸다"면서 "팩스 등을 통해 상품 자료를 보내드리고 수차례 문자와 방문, 전화를 했지만 1년이 되도록 냉담한 반응과 대우를 받았을 때는 포기하고픈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신 팀장이 제일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아" 기쁜 마음에 찾아가니 회장은 50억원짜리 수표를 끊어줬다. 신 팀장은 "이때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그는 "PB에게 전문지식은 기본적인 소양이고 고객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따라 고객 인생의 동반자도 될 수 있다"고 했다.

◆"돈방석에 앉았다고요? 돈보다 명예죠"

수십억, 아니 수백억 자산을 주무르는 PB들은 대우 또한 상당할 것 같다. 그러나 은행 PB들은 대체로 "딱 은행원 월급 수준"이라고 했다.

증권업계나 아니면 여타 선진국과 달리 은행에선 성과급이 적용되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강 센터장은 "선진국의 프라이빗 뱅크는 대부분 자산관리의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fee base) 영업을 하고 있지만 국내 은행은 그렇지 않다"면서 "때문에 PB업무를 하거나 일반 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하거나 급여에서는 특별히 차이가 없다"고 했다.

김은정 팀장과 김용숙 팀장 또한 "기타 성과에 대한 특별대우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의 경우 공식적인 우대는 아니지만 "PB 업무에 따르는 책임이 크고 성과 또한 높기 때문에 인사 등에서 이를 고려해준다"고 김용숙 팀장은 덧붙였다.

신동일 팀장은 "보통 PB들은 은행의 차장급이라 연봉은 평균 은행원 이상을 받는다"면서 "분기별 PB평가를 통해 인센티브(포상금, 국내외 연수 등)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PB의 강점으로 '돈'보다 '명예' '자부심'에 무게를 뒀다.

지난해 신한은행 분당PB센터에는 PB를 만나고자 전라도에서 60대 할머니 고객이 상경한 일이 있었다.

김은정 팀장은 "PB가 자산관리 전문가이기 때문에 PB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왔던 것"이라며 "너무 먼 곳은 PB업무를 원활히 할 수 없어 가까운 곳으로 소개해드렸는데 이런 일을 보면서 새삼 PB팀장을 진짜 금융전문가로 생각하고 있구나 느끼게 됐다"고 했다.

김용숙 팀장 또한 "PB라는 타이틀에 대해 금융전문가 또는 성공한 직장인으로 인정해주는 것 같다"고 했고, 신동일 팀장은 "은행 내부적으로도 최고의 인재로 인식 된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이외에도 PB의 특별한 매력은 또 있다. 성공했거나 성공할 VIP고객과 장기적인 유대 관계가 가능하고 그들로부터 분야별 성공한 삶과 생생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PB로서 가장 값진 소득"이라고 PB들은 입을 모았다.

  PB는 어떻게 뽑나?

PB들은 그야말로 회사의 핵심 고객들을 책임진다. 당연히 아무나 설 수 없는 자리다. 시중은행들은 직원 중 우수 인재를 발탁하거나 공모 형태로 선발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은행 내 공모(필기시험, 면접 등)를 통해 예비 PB팀장과 주니어PB팀장을 선발하고 이들을 예비 PB풀(pool)로 활용한다. 이들은 금융전문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금융연수원, 국제재무설계사(CFP), 자산관리상담사 및 마케리더 등의 교육을 받는다. 이들 중 역량이 갖춰진 경우 일선 PB센터의 PB로 발탁된다.

다른 은행들도 운영체계나 명칭이 다소 다를 뿐 대체로 유사하다. 기업은행의 경우 주니어PB(PB전문요원에 합격했으나 아직 발령을 받지 못한 직원으로 통장 PB팀장의 업무를 보좌)→ 일반PB → PB팀장 → 시니어PB팀장(3급으로 부지점장급) → 센터장(주니어PB와 PB팀장, 시니어PB, 세무사와 부동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조직의 장)의 단계를 거쳐 적합한 PB를 선발하고 있다. PB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되고나서도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유능한 PB로 인정받는 건 당연한 이치다.

강 센터장은 "자산가 고객은 어찌 보면 PB보다 더 많이 공부한다. 아침마다 비서에게 보고 받고,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정보를 모은다"면서 "일반적으로 신문에 난 흐름보다 더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남이 안 가진 무기를 가질 수 있어야 유능한 PB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용숙 팀장은 "PB가 되고 싶다면 대학교를 한번 더 다닌다는 각오로 자기계발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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