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늦은 밤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평소 친분이 있던 한국거래소 전 임원이었다.
“이번 인사를 똑바로 보십시오. 살아남은 임원이 어느 기관 출신인지요”
'외부'로부터 강제된 변화에 대한 'OB'로서의 거부감을 감안하더라도 일리가 있는 지적이었다. 오래 생각해볼 것도 없이 '공통점'이 떠올랐다.
얼마전 김봉수 이사장에게 사표를 낸 다섯 명의 본부장 중 사표가 반려된 세명은 모두 관료 출신이다.
이창호 본부장은 기획예산처 재정전략실장과 통계청장을, 이철환 위원장은 재정경제부 국고국장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박상조 본부장도 재정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쳤다.
반면 사표가 수리된 이광수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본부장 가운데 유일한 거래소 공채 출신으로 직원들에게는 '롤(role) 모델' 같은 존재였다. 전영주 파생상품시장본부장도 재무부 비고시 출신으로 2001년부터 선물거래소에서 근무해 굳이 따지자면 '거래소 인사'로 분류된다.
취임후 3주일간 김 이사장은 ‘혁신과 개혁’을 내걸고 임원 임금삭감과 인원 감축에 착수, 회원사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임원 인사에서 관료출신들만 살아 남았다는 점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공공기관 지정으로 '사실상의 주주' 역할을 하게 된 정부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물론 인사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해당 인사들의 건강, 전문성 등도 인사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공공기관 지정 이후 처음으로 취임한 이사장의 전격인사 칼날이 관료출신만을 비껴갔다는 건 '불길한 우연'이 될 수 있다.
첫 민간출신 김이사장의 개혁의지를 깎아 내리려는게 아니다.
'우연의 일치'를 바라보는 불안감이 기우였음을 보여주는게 '김봉수식 거래소 개혁'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만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