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재테크의 神 / 주식 열공반
"돈 있고 빽 있는 놈들이 판치는 이 세상이 역겹다고? 그렇다면 너희가 룰을 만드는 사람이 되면 될 것 아니냐. 이 악물고 죽도록 공부해서 천하대에 가라."
얼마 전 종영한 KBS2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변호사 강석호(김수로)가 던진 명대사 중 하나다. 강 변호사의 독설에 자극받은 다섯 명의 학생들이 스스로 천하대 특별반에 들어온다. 그리고 국어, 영어, 수학 등 각 과목의 내로라하는 선생님들이 천하대 합격을 목표로 스파르타식 수업을 진행한다.
드라마 속 천하대 특별반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만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주식투자자들을 위한 특별반도 있다.
주식투자자들에게 천하대는 당연히 높은 수익률을 의미한다. 돈 많은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를 탓하고만 있을 게 아니라, 나 역시 주식투자로 부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투자자들이 특별반의 문을 두드린다. 특별반 선생님들은 대부분 소위 재야고수로 불리는 주식전문가들이다.
과연 주식투자의 천하대 특별반은 어떤 곳이며, 어떤 선생님과 학생들이 특별반에 참여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일까? 주식투자 천하대 특별반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본다.

◆각양각색 천하대 특별반
주식투자 천하대 특별반은 방송 및 인터넷의 발달과 연관이 깊다. 1990년대 PC통신이 등장하면서 주식투자와 관련한 여러 동호회가 급속도로 생겨났다. 이 동호회에서 네티즌들이 실시간으로 주식시장을 분석하고 투자전략을 논하기 시작한 것.
2000년대 들어서는 주식에 대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주식전문포털들이 속속 등장했다. 슈어넷, 솔론, 씽크풀, 팍스넷, 에어스톡 등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주식투자 전문업체들이다.
단순히 주식정보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회사에 소속된 재야 주식전문가들은 주식 투자전략에 대해 강의하고 실시간으로 유망종목까지 추천한다. ARS 및 SMS 서비스, 온라인 방송 등을 통해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및 매도 여부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케이블방송이 발달하면서 주식투자 특별반은 더욱 활성화됐고, 관련 업체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한국경제TV, 매일경제TV MBN, 이토마토, 이데일리TV, SBS CNBC 등이 차별화를 내세우며 다양한 특별반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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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포털에 개설된 카페들도 특별반 경쟁에서 한 자리를 꾀차고 있다. 슈퍼개미 또는 재야고수들이 직접 개설한 카페에서 회원들에게 투자교육 및 추천종목을 제공하는 것이다.
◆천하대 특별반 수업료
<공부의 신>의 천하대 특별반과 달리 주식투자 특별반은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이므로 당연히 높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수강생이 되기 위해 매달 일정 회비를 내는 방식이다.
주식전문 방송 및 포털업체 등이 무료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일반 유료 서비스와 함께 특정 전문가의 회원이 될 수 있는 월정액서비스도 도입한 것이다. 각 특별반마다 월정액은 다양하게 책정된다.
대체로 포털업체보다 방송의 월정액이 비싼 편이다. 또 같은 방송이나 포털업체에서 활동한다 해도 각 전문가마다 월정액의 수준이 다르다. 보통 전문가의 실력이나 인지도 등에 따라 월정액이 결정되지만, 이와 무관하게 더 많은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월정액을 스스로 낮추는 전문가들도 있다. 3개월 내지 6개월 회비를 한꺼번에 납부할 경우 10%가량 할인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예컨대 A주식전문방송의 경우 150만원이 가장 비싼 월정액서비스다. 그밖에 전문가에 따라서 99만원, 88만원, 66만원 등으로 월정액이 차등화돼 있다. B방송은 99만원, 88만원, 77만원, 66만원 등의 월정액서비스를 마련해 놓았다. 주식전문포털 C사의 경우 월정액이 가장 비싼 전문가가 66만원 수준이다. 아울러 전문가에 따라 55만원, 44만원 등의 월정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별반 선생님과 학생들
주식투자 특별반의 선생님들과 학생들도 부류가 다양하다. 특별반의 선생님인 주식전문가들은 자신의 본명이 아닌, 보통 주식투자를 연상하게끔 하는 자기만의 독특한 필명을 사용한다. 굳이 필명을 사용하는 이유는 투자자들에게 조금 더 강한 인상을 남기고 쉽게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평범한 이름을 사용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대부분 본명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연령대도 20대 중후반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바로 주식전문가의 길로 들어서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일반 기업체나 금융권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꾼 전문가들도 많다. 단순히 전업투자자로 활동하던 중 높은 수익률을 올린 슈퍼개미로 유명세를 타면서 주식전문가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또 국어, 영어, 수학 등 각 과목마다 담당 선생님이 따로 있듯이 주식전문가들도 대부분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갖고 있다. 가치투자에만 집중하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테마주투자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가도 있다. 또 코스피 우량주 위주로 종목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있지만, 반대로 코스닥의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집중적으로 발굴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ELW,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가 전문인 사람들도 있다.
그러므로 주식투자 특별반의 학생인 투자자들은 특정 전문가의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기 전에 자신의 투자성향과 방향을 먼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의 연령대도 20대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부류가 다양하다. 경제 및 주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풍부한 투자자들도 있지만, 대체로 혼자 주식투자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일류대학교에 가겠다는 의지는 충만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유능한 선생님께 과외수업을 받는 셈이다. 직장인들의 경우 회사업무로 주식시장을 직접 분석하거나 종목을 고를 시간적 여력이 없기 때문에 특별반 전문가들에게 의지하기도 한다.
한 주식전문방송의 마케팅 담당자는 "보통 월 회원수가 100명 이상이면 인기 전문가로 평가되고, 150명 이상이면 A급 전문가에 속한다"며 "월 회원수가 400~500명에 달하는 전문가들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정도로 있다"고 밝혔다.
◆특별반에 열광하는 이유
많은 투자자들이 비싼 회비를 지불하면서까지 특별반에 들어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다. 얼마 전 모 증권방송에서 활동하는 한 전문가는 1000%의 수익률을 올리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전문가의 커뮤니티에 가입한 회원들 사이에선 거의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고 있을 정도"란 게 방송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특별반의 특징에 자칫 함정도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교육을 위해 특별반에 접근하기보단 소위 '족집게식 과외'만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나 회원 모두 자기 아집에 빠져, 투자에 있어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마련이다. 이는 결국 큰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전문가들이 작전 세력과 연계해 특별반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테마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한 주식전문가는 "전문가의 능력은 결국 수익률로 평가받아야 되는 것 아니겠냐"며 "회원 입장에선 일정 기간 한 전문가에게서 교육을 받은 후 만족할만한 수익률을 올리지 못했다면 빨리 다른 전문가로 갈아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회원들의 지나친 '전문가 갈아타기'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전문가 교체 가능 횟수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원칙에 충실한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하기보단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만을 욕심내는 투자행태도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다.
우량주 위주의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는 한 주식전문가는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안 좋을 때 리스크관리에 충실하다 보면 회원들이 급격히 줄어든다"며 "결국 투자자들은 시시각각 매도매수를 하며 수익률을 올리는 데 급급하기 마련이고, 전문가들은 이런 투자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무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