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에너지리포트]전력 패러다임 바꾸는 분산에너지①현대차 V2G 실증 '흥행'

현대자동차그룹이 제주도에서 시행 중인 '전기차-전력망 연계(Vehicle-to-Grid·이하 V2G)' 실증 사업에 예상보다 많은 고객들이 몰리면서 대기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V2G는 전기차가 '바퀴 달린 배터리'로 역할을 하면서 풍력·태양광 잉여 전력을 흡수하고 필요할 때 다시 공급하는 기술이다. 차주는 수익을 얻고 전력망 안정화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실증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 제도가 있다. 정부는 2023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해 다양한 분산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2025년 11월 제주가 분산특구로 지정되며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V2G 같은 기술 실증이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해 주철규 현대차 EV(전기차) V2X 팀장은 지난 11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당초 35대 규모로 계획된 개인 고객 실증에 참여 희망자가 많아 대기 고객이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차 아이오닉 9이나 기아(162,000원 ▼2,300 -1.4%) EV9 차주인 동시에 개인주차장을 보유해야 하는 등 모집 조건이 까다로운데도 신청자가 생각보다 크게 많았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2월 제주 V2G 실증에 들어간 후 이같은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대형 화석연료 발전소에 의존해온 전력 시스템이 태양광·풍력 등 분산된 소규모 전원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평가다. 관련 제도만 뒷받침된다면 전기차주가 전기차 충전요금을 내지 않고 차를 운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의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는 전력 소매판매와 송배전에 민간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라 V2G 사업이나 전력 소비를 줄여 보상을 받는 수요반응(DR) 등의 사업 영역이 활성화 되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대차 내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현행 제도하에서 전기차 차주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월 1만~2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V2G는 전기가 남을 때 싸게 충전했다가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비싸게 판매하는 구조인데 이 폭이 국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얘기다.
주 팀장은 "한국에서는 V2G 참여로 차주가 최소한 전기차 충전요금을 내지 않고 자차를 운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현실적 목표"라며 "제도적으로 전기차가 분산자원으로 지위를 인정받고 전력거래소에서 전력 판매를 할 수 있게 제도를 만듦과 동시에 V2G 요금제를 운영해야 하는 것이 V2G 상용화의 과제로 남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