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담은 화가의 마음을 보라

캔버스에 담은 화가의 마음을 보라

박정수 현대미술경영연구소장
2010.03.15 11:11

[머니위크]박정수의 미술 감상법

모든 것을 그리기 위해 모든 것을 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화가는 보통사람들과 다른 눈을 지니고 있다. 세상을 눈으로 보기보다는 마음으로 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사람으로 살면서도 사람이 아닌 또 다른 존재이고자 노력한다.

예술작품으로 표현되는 사물은 구체적인 무엇을 그렸다 할지라도 그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산은 산이 아니어도 좋고, 허공에 떠다니는 집은 집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보는 사람에 따라 늘 새로운 생명을 지닌다. 화가가 간직한 마음 속의 집이 바람결에 날린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돌풍에 날리는 집이 아니라 봄바람에 두둥실 떠가는 집으로 표현한다.

이재상, 如-바람으로 피다, 캔버스에 아크릴, 65x53cm, 2010

이재상의 <如-바람으로 피다>의 '如'는 스스로 자연의 섭리를 깨우치기 보다는 본인 스스로가 자연 그 자체가 돼가는 과정을 표현한다. 같다, 미치다, 닿다, 좇다, 따르다 등의 사전적 의미를 지닌 '如'의 의미는 화가 자신이 지정한 목표점에 다다르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제목이다.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如意珠)의 ‘如’이며, 뜻하는 바에 대한 이루어짐을 의미하는 如意의 ‘如’다. 따라서 이와 같은 풍경은 화가의 의지를 위한 마음을 그린 풍경이다.

풍경화만 아니라 많은 미술품을 감상할 때 제목을 유심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재상이 구성하는 풍경들은 풍경이면서 풍경이 아니다. 집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든 기물을 대신하며, 새는 자연에 사는 모든 생명을 대변하는 기호일 뿐이다. 보이지 않는 바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캔버스에 묻힌다. 우리는 화가가 묻혀놓은 바람을 보고, 색에 묻어나는 화가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풍경이면서 풍경이 아닐 수 있는 작품들은 감성이 머무르는 여유의 공간으로 자리한다. 과거나 미래와 같은 시간적 개념이 아닌 사물과 그것을 음미하는 공간의 것이다. 조용한 오솔길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그림을 감상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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