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남자 남자 남자 / 남자, 女心을 품다
백지장같이 하얗고 고운 피부에, 눈매는 검은색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로 또렷하고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입술은 너무 붉지 않은 색으로 적당히 촉촉하게 마무리해주면 끝.
3월11일 역삼동 옥션 본사.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스모키메이업을 가르치느라 분주한 게 여느 뷰티클래스와 다름없는 풍경이다. 그러나 이날 스모키 메이크업 도전에 나선 이들은 모두 남자. 온라인종합쇼핑몰 옥션과 화장품업체 에뛰드 하우스가 함께 마련한 ‘그루밍과 남성화장법’ 강의 행사였다.
그루밍. 마부가 말의 털을 곱게 빗어주며 치장한다는 뜻의 이 용어가 최근 ‘자신의 외모를 적극적으로 가꾸는 남성’들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그루밍족에게 ‘자기 관리’는 당연
최근엔 TV만 틀면 화장한 남자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빅뱅의 탑은 강렬한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으로 ‘짐승돌’의 매력을 물씬 뽐내고 있다. 탤런트 장근석, 이민호, 2PM의 닉쿤 등도 남자 답지 않은 고운 외모에 메이크업으로 강인한 남자의 매력을 더하며 여심을 사로잡는다. ‘연예인이니까 그렇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한다면 오산. 바로 내 남동생이나 아들이 아침이면 비비크림을 꼭 챙겨 바르고 밤이 되면 팩을 꼭 챙겨 붙이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루밍족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옥션과 에뛰드 하우스의 남성 뷰티 클래스에 참가한 20여 명의 남성들도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상담을 받고, 화장법을 직접 받아보느라 꽤 진지한 모습이었다. 30대 초반의 직장남성 신민재 씨는 “얼굴색이 칙칙해지고 다크 서클이 심해지는 것을 느껴 뷰티클래스에 참가하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작년 초부터 비비크림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팩트도 구입해 사용하는 중”이라며 “요즘에는 에센스나 마스크팩 등 기능성 화장품에도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물론 아직까지 화장하는 남성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시선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씨는 “주변에도 다크서클 등을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동료나 친구들이 적지 않다. 남자가 웬 화장이냐 하면서도 은근히 따라서 구입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그는 “옷을 깔끔하게 입는 것처럼 화장을 하는 것 역시 일종의 자기관리라고 생각한다”며 “칙칙하고 어두운 피부보다는 어느 정도 보정을 한 화사한 피부가 인상도 더 좋아 보이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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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편한 쇼핑은 따로 있다
이처럼 남성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남성전문 화장품 로드숍도 등장했다. 지난 2월26일 홍대역 5번 출구 근처에 오픈 한 아모레퍼시픽의 남성전용 뷰티숍 ‘맨스튜디오(MANSTUDIO)’.
이제 오픈 한지 한달이 채 안됐지만 벌써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3월16일 찾아간 맨스튜디오에서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자신의 피부 상태를 확인하면서 진지하게 상담을 받는 고객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강다현 매니저는 “평소에는 정말 멋이라곤 내본 적 없을 것 같은 평범한 남자들도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멋쟁이 남성들의 경우 처음부터 이것저것 적극적으로 물어오는 반면, 대부분은 처음에 들어와서는 쭈뼛쭈뼛거리며 점원에게 말도 잘 붙이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관심 있는 화장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매니저가 다가가서 먼저 말을 건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 피부 고민에서부터, 해결법까지 꼬치꼬치 묻기 시작하는 것이다.
강 매니저는 "피부과만 가도 여자가 너무 많아 눈치가 보이는데, 이곳은 눈치 보지 않아도 돼서 좋다는 고객이 많다"며 “여성 화장품 로드샵에서도 오랫동안 근무했는데 남자들은 정말 쇼핑 성향부터 너무 다르다”고 말한다.
여자들이 ‘자기 만족’을 위해 화장품에 관심을 갖는다면 남자들은 면접이나 소개팅, 프리젠테이션 등 목적이 뚜렷하다. 여자들이 파우더를 사러 왔다 아이라이너까지 충동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 남자들은 자신이 필요한 제품을 미리 알아보고 철저하게 목적 구매를 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여성들의 경우 매니저가 세세하게 하나하나 설명해 줄 때 더욱 편안함을 느끼는 반면, 남자들은 이를 귀찮다고 여기기 때문에 딱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제품에 한해서만 설명을 해주는 것도 요령이다.
패션마케팅 전문업체 말콤브릿지의 김소희 대표는 “외모를 가꾸는 등 분명히 남성이 여성화되는 경향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들이 일방적으로 여성성으로 옮겨가는 것은 아니다. 화장을 하더라도 내적으로는 남성적인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나친 여성성을 부각하는 것은 오히려 남성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남성들은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사회의 필요와 목적이 있기 때문에 화장품이나 패션 등을 구매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화장품이나 패션 같은 여성적인 제품이라고 해도, 남성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성의 얼굴 가꾸기는 성공을 위한 전략"
임중식 아모레퍼시픽 남성 PM팀장

“사실 아직까지 화장품 시장에서 남성화장품의 비율은 낮은 편입니다. 특히 남성들은 직접 구매비중이 낮기 때문에 부담이 컸죠. 하지만 분명히 남성 고객들의 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 없이 그루밍을 체험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남성전용 뷰티숍, 아모레퍼시픽의 맨스튜디오는 어떻게 보자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맨스튜디오를 기획하고 이끌어온 아모레퍼시픽 남성 PM팀 임중식 팀장은 “아직 초기라 성공을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그동안 침묵했던 남성 고객들이 맨스튜디오를 찾아 그들의 니즈를 말해주곤 한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그는 “철마다 한 벌로 살아가는 남성들이 남자답다고 선호되지 않는 세상”이라는 말로 맨스튜디오의 가능성을 정리한다. 프리젠테이션 전날 깨끗한 인상을 위해 비비로션을 사용하는 것은 남성들에게 성공을 위한 일종의 전략이다. 고객층 역시 30대 초반 이하의 비중이 훨씬 크다. 대신 그 이상의 연령대는 피부과 성형외과 시술이나 트리트먼트 쪽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 차이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올해 남성화장품 시장은 10% 정도 성장한 58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20대 고객층에서는 스킨로션만 사용하는 고객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남성 화장품의 유형별 세분화는 앞으로도 계속 강화될 것이다”며 “남성들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낯설어서 찾지 못했던 공간을 현실화한 것이 맨스튜디오다. 화장품 구매와 서비스를 비롯한 피부 관리 등 토탈 그루밍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