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로부터 해방…새록새록 피어나는 행복

자녀로부터 해방…새록새록 피어나는 행복

김성희 기자
2010.04.04 09:21

[머니위크 커버]베이버부머 제2인생 쏘다/ 실버타운에서의 삶

"애들에게 부담주면서 사는 건 싫어요. 자신들의 힘으로 각자 사는 게 좋지."

갖가지 화초가 예쁘게 놓여있는 거실에 앉아 은퇴 후가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노부부의 얼굴에선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전직 의사인 구본영 씨는 은퇴 후 약사였던 부인(왕교원 씨)과 함께 실버타운에 입주해 말 그대로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지난 2006년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삼성노블카운티'에 입주한 이들 부부는 "인생의 3분의 1이 노후"라며 젊었을 때부터 은퇴 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사라는 직종 탓에 비교적 늦은 나이인 74세까지 개인병원을 운영했던 구씨는 은퇴하자마자 부인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났다. 오랜 기간 가장으로서 졌던 짐을 벗은 홀가분함에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다.

처음엔 대전에서 자녀와 함께 5년여를 살았다. 그러다 '노블카운티' 소식을 듣게 됐고, 직접 방문해본 후 자신들의 여생을 보내기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에 입주를 결정하게 된 것.

"우리 부부는 오래 전부터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말고 오롯이 우리들의 힘으로 살아가기로 결정했어요. 자식들과 부대끼며 살지 말고 각자 살면서 왕래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한 거지. 그 결정을 실천에 옮긴 것뿐이야."

노블카운티에서 산 지 4년여가 지난 지금 그들은 새로 사귄 친구들과 동호회도 만들고 취미활동도 즐기면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구씨는 당구 동호회를 만들었고, 왕씨는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다.

"젊었을 땐 아이도 키워야 하고 생활도 해야 하니까 뭘 배우고 싶어도 그럴 시간이 없었지요. 젊었을 때부터 무용을 배우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제 이룬 셈이야."

이 말을 하는 순간 왕씨의 얼굴은 행복감이 충만해 보였다. 시니어 에어로빅도 배워 일본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단다. 아쿠아로빅과 수영도 취미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며 미소 지었다.

"시간이 아깝다"는 이들은 노후를 안락하게 보내려면 건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젊었을 때부터 등산을 즐겼다는 구씨는 80대 중반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보였고, 포켓볼 솜씨를 보여준 왕씨도 힘이 넘쳐 보였다.

'노블카운티'는 입주할 때 보증금이 필요하고 매달 생활비를 내야 한다. 구씨 부부가 살고 있는 185㎡ 규모가 가장 보편적인 사이즈인데, 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보증금은 6억~7억원 수준이고 월 생활비는 2인일 경우 290만원이 필요하다.

구씨 부부는 노후를 대비해 젊었을 때부터 차근차근 돈을 모았다. 주로 부인인 왕씨가 자산관리를 전담했는데 은행과 보험 등 금융상품을 적극 활용해 종자돈을 마련했다. 슬하에 2남3녀를 뒀지만 자녀들에게 전혀 부담을 주지 않고 모든 생활비를 자신들이 부담하고 있다.

모두 왕씨가 알뜰하게 모은 결과다. "통장이 50개"라고 말하는 왕씨는 은행의 적금과 투자신탁 등을 적절히 이용했고, 목돈이 모이면 다시 적금을 드는 식으로 돈을 불렸다. 연금보험도 들었다. 부부에게 각각 100만원씩 연금이 지급된다.

"생활비 걱정 없이 지내는데 그게 다 젊었을 때 고생한 보람이지. 젊은 사람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젊었을 때 고생하는 걸 힘들어하지 말라는 거야. 고생하지 않고 편하게 사는 건 가치가 없어. 젊었을 때 고생하고 노후에 편안하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야."

이제 봄이 오면 부부가 손을 잡고 전국일주 기차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말하는 구씨 부부의 얼굴 위로 그날따라 유난히 따듯했던 햇살이 비치는 느낌이 들었다.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2001년 5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세운 '삼성노블카운티'는 기존의 단순한 양로시설에서 탈피해 주거는 물론 첨단 의료서비스와 요양, 문화, 스포츠가 어우러진 새로운 개념의 선진국형 시니어 종합 주거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약 22만4800㎡ 부지 위에 540여세대가 입주해 있는 노블카운티는 식사와 청소, 침구류 세탁 등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양한 동호회 활동과 수영·헬스·골프 등 스포츠센터, 문화센터 등을 통해 여가활동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건강이 악화되거나 지속적인 간호가 필요한 만성질환자의 경우 너싱홈(요양시설)에서 체계적인 간호,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노블카운티는 단지 내에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의 모든 시설을 지역주민에게도 개방해 입주한 노인들과 지역주민, 그리고 어린이 등 3세대가 함께 하는 공동체를 조성해 노인들의 고독감을 해결한 것이 특징이다.

99㎡에 독신이 입주하는 경우 보증금은 2억8000만~3억2000만원이며 월 생활비는 110만여원이다. 보증금은 퇴소 시 전액 환불되며 월 생활비는 관리비와 스포츠·문화시설을 포함한 부대시설 이용료 등 제반비용이 포함돼 있다.

안용성 노블카운티 경영마케팅파트장은 "요즘엔 평균수명이 길어져서 30년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30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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