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베이버부머, 제2인생 쏘다/ 귀농 조언
'아~ 이제 시골갈까?'
은퇴하고 시골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풍치 좋은 곳에 집을 짓고, 텃밭 가꾸고, 농사도 지으면서 마음 편히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귀농의 현실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삶의 철학과 방식 자체를 도시형에셔 시골형으로 바꾸지 않으면 시골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 준비 없는 귀농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많은 도시인들이 농촌으로 갔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은퇴 후 성공적인 귀농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박용범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으로부터 조언을 들어 봤다.

Q. 귀농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A. 왜 귀농을 하고 싶은 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농촌문화는 폐쇄적 범위 안에서 개방적이다. 즉 외지사람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갖지만, 마을사람들끼리는 서로 모든 것을 터놓고 지낸다. 처음 도시인이 농촌에 들어가면 이러한 점에 당혹해 하곤 한다.
일부 사람들은 귀농을 해서 돈 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귀농은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삶의 뿌리를 옮기는 것이다. 농사를 경영이나 상업적으로 접근하면 실패한다. 기존의 소득이나 삶의 패턴을 버리고 농촌 특유의 가치와 문화를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만이 귀농에 성공할 수 있다.
Q. 마음으로 귀농을 결심했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나?
A. 요즘엔 전국 각지에 귀농학교가 많다. 이들 귀농학교를 통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진짜로 마음으로부터 귀농할 결심이 섰는지, 그리고 자신이 농촌에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먼저 귀농을 한 선배 등을 통해 농촌생활에 대한 얘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
그 후 구체적으로 분석에 들어가면 된다. 가고 싶은 농촌도 방문해 보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
농사에 대한 기술적인 교육은 현장에 가서 몸으로 배우는 것이다. 잠시 해 본 농사체험과 실제 농사는 엄연히 다르다.
혼자 귀농을 결심한 상태라면 가족 특히 부인을 설득시키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부모를 제외하고는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부인이다. 강제로 설득시키면 오히려 분란만 일어난다. 귀농에 대한 준비를 천천히 밟아가면서 하나하나 이뤄내면 자연스럽게 설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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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디로 귀농해서 어떤 농사를 짓겠다는 등의 결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A. 귀농할 때 땅 사고 집짓기를 먼저 하지 말아야 한다. 가고 싶은 지역이 있다면 그곳을 방문해 빈집부터 확인하고 그 집에서 거주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2~3년을 생활한 후 땅도 사고 자기 농사를 지어야 한다. 그 정도가 지나야 농촌에 대한, 농사에 대한, 그리고 땅에 대한 눈이 트이게 된다.
귀농하면서 바로 좋은 땅을 찾는데, 농사짓기에 적합한 땅을 고르기 쉽지 않다. 괜히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땅을 찾으면 땅값만 올라간다. 그리고 이미 좋은 땅은 남들이 다 농사를 짓고 있다. 귀농과 동시에 자신의 땅을 사다보면 자칫 자갈밭 같이 농사지을 수 없는 땅을 살 수도 있다.
귀농하면 2~3년 그냥 푹 쉬면서 농촌에 동화하는 연습을 먼저 해야 한다. 놀면서 마을사람 농사도 도와주면 마을사람들이 그곳에 정착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 먼저 땅을 사라는 제안이 올 수 있다. 농부들은 땅에 대한 애착이 강한데, 자식에게 물려줘봤자 농사를 짓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땅을 넘기고 싶어한다.
그리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 한적하게 혼자 먹고 살겠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생각은 버려라. 아무 것도 없는데서 혼자 지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 농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하는 일이다.
농사는 생각만으로 또는 책으로는 해결 안 되는 것이 더 많다.

Q.귀농에 적당한 나이가 있다면? 또 적당한 규모의 귀농자금도 필요하지 않은가?
A. 적당한 나이란 있을 수 없다. 농사라는 것이 힘든 일이긴 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체력이 되는 범위 안에서 하면 된다.
어느 정도의 귀농자금이 필요하냐는 질문은 설계사에게 집을 설계하는데 얼마냐고 물어보는 것과 똑같다. 한평에 1만원짜리 설계도 할 수 있고, 1억원짜리 설계도 할 수 있다.
귀농 시 필요한 것은 자금이나 나이가 아니라 마음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능력 범위 내 자금을 갖고 하면 된다. 돈이 많다고 꼭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귀농을 한다면 먼저 농사를 배워야 한다. 돈 한푼이 없더라도 머슴살이를 통해서라도 농사를 배우겠다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머슴살이로 귀농한 후 성공한 사람도 있다.
Q.귀농자에 대해 정부 지원제도가 있다. 이런 지원자금은 받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A. 정부에서 최대 2억원까지 귀농 정착 지원금을 빌려준다. 하지만 이는 곧 빚이다. 그리고 지원금을 받으면 욕심이 생겨 정부의 지원금만큼 추가로 돈이 들어가곤 한다. 이렇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수가 있다. 정부의 지원금에 연연하지 않는 게 좋다.
Q.농사를 지어 부자가 됐다는 사람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A. 물론 농사를 통해 ‘억대 부자’가 된 사람도 있다. 그러나 1000명 중 한명이 될까 말까다.
기본적으로 농사가 돈이 된 역사가 없다. 농업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농부가 쉽게 부자가 되게끔 만들 수 없다.
농사를 지어 소득을 많이 올리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고생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귀농의 본 목적인 전원생활과 행복과도 멀어지는 일이다.
귀농을 생각했다면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우리 표현으로 ‘자발적 가난’을 실천해야 한다. 돈에 집착하면 실패한다.
Q. 그렇다면 농사란 무엇인가?
A. 농사꾼은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농부는 씨를 뿌리기 위해 비올 날을 참고 기다린다. 기다릴 줄 알아야 농사꾼이 될 수 있다.
어릴 적 농촌에서 성장해 농사에 자신 있다고 말하는 도시인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오래 전의 일이다. 그것도 자신이 원해서 했다기보다는 부모가 시키니까 마지못해 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은 대부분 어설프게 알고 있다. 농촌 출신이라면 더욱더 잊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못해 아예 도시에서 자란 사람보다 귀농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