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베이비 부머, 제2인생 쏘다/은퇴 창업 성공기
2010년, 올해는 1955년생들이 딱 55세가 되는 해다. 베이비 부머 세대의 정식 은퇴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제 2의 인생’, 변화 그리고 새로운 시작! 그러나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은퇴’는 아직 희망 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말이다.
은퇴 후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넘치는 체력과 젊은 감각을 앞세운 젊은 세대와 경쟁해야 하는 창업 시장은 절대 만만한 곳이 아니다. 더욱이 베이비 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 창업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아무리 치열한 시장에서도 승자는 있는 법. 베이비 부머 세대로서 같은 고민을 끌어 안고 은퇴 창업을 선택한 이들로부터 ‘은퇴 창업 성공기’를 들어보았다.
금융맨, 짬뽕집 아저씨가 되다-짬뽕늬우스 수지점 박정의 사장

테이블 다섯개의 좁은 식당. 지난해 12월 문을 연 ‘짬뽕집’의 사장님 부부가 손님들을 챙기느라 쉴 틈이 없다. 손님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직접 문을 열어주고, 자리로 안내하고, 물 한 컵까지 손님이 요구하기 전에 먼저 챙긴다.
경기도 용인시 '짬뽕늬우스 수지점'의 박정의 사장(50세)은 지난해 은퇴 전까지만 해도 자산관리전문업체 밸류에셋의 지점장을 지낸 금융맨이었다. 푸르덴셜생명, ING 등에서 부지점장을 지내고, 한때는 재무컨설팅 회사 케이리치의 대표를 역임한 경력도 있다.
“금융권이 워낙 치열한 분야잖아요. 정말 앞만 보고 달려서 어느 위치까지 올라갔는데,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 같더라고요. 내가 금융 분야에서 더 이상 뭘 할 수 있을까, 목표나 비전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마음 속으로 조금씩 은퇴를 다짐하면서부터 그는 창업설명회나 박람회 등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여러 업종을 둘러 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외식업이 제격일 듯 했다.
“금융이랑 외식은 너무 다른 분야잖아요. 하지만 음식점은 내가 서비스하는 음식으로 그 자리에서 고객들의 평가를 바로 받을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퇴 창업으로 음식점 하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 나이인데 해보기 전엔 진짜 어려운지 모르는 거잖아요.”
지난 연말엔 요리학원까지 다닐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다. 그렇게 지난해 12월 문을 연 그의 첫 가게가 ‘짬뽕늬우스 수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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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으로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꿈은 애초에 없었어요. 돈보다 중요한 건 새로운 꿈을 얻었다는 거니까요. 돈벌이는 그저 남은 인생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 만큼이면 충분하죠.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아주 조그맣게 테이블 5개 놓고 식당을 시작했죠.”
그러나 실제로 가게 운영을 시작하면서 부딪치는 어려움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은퇴 창업자들은 특히 ‘내가 왕년에 뭐 하던 사람인데’라는 생각을 없애라고 하지만 그게 참 어려웠다.
“떠들썩하게 오픈 행사를 하지 않고, 우리 부부가 직접 전단지를 돌리고 이웃 가게들을 찾아다니면서 인사를 했어요. 그런 제 모습이 어찌나 초라해 보이는지. 나는 예전의 제 권위나 스스로를 다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머리로 생각하는 것처럼 마음이 잘 따라주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내 가게를 위해, 내 가족을 위하는 일인데 어떻게든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버텼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업종이었지만, 금융맨으로 경력을 쌓으면서 서비스 마인드를 익혀 온 것이 장사에도 크게 도움이 됐다.
“그 동안 사회생활 하면서 배운 게 서비스잖아요. 손님들에게 그 모든 것을 아낌없이 풀어놓자는 생각으로 무조건 친절하게 대했어요. 비록 3000원짜리 짬뽕이지만 호텔에서의 서비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목표였죠.”
그 덕분일까. 주택가에 자리잡은 짬뽕 뉘우스 수지점은 오픈 한지 6개월이 막 지났는데도 벌써부터 단골 손님이 70%를 차지할 정도다.
“처음에 가게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아내의 반대가 심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주방에서 일을 도와주는 최고의 파트너에요. 저라고 겁이 안 났겠습니까. 그렇지만 겁난다고 가만 있으면 결과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새로운 시작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일단 부딪혀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절실한 마음으로 길을 찾으면 다 보이게 돼 있더라고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허투루 살아 온 게 아니잖아요. 하하”
패션맨, 맥주집 주인장이 되다- 가르텐비어 분당 미금점 김상현 사장

경기도 성남시에서 가르텐비어 분당 미금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현 사장 부부는 은퇴 전 패션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다. 이들이 은퇴를 선택한 이유도 비슷했다. 오랜 세월 패션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왔지만 워낙 창의적이고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다 보니 아랫사람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스트레스가 상당히 컸다.
“우리 나이면 자녀들이 아직 대학생이잖아요. 생계를 위해서도 직업이 필요한 데 패션 업종에서는 더 이상 승부가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죠. 자연스럽게 창업을 생각하게 됐고 은퇴하기 전부터 막연하게나마 2~3년 정도 뭘 해야 하나 아이템을 찾으러 다닌 것 같아요. 은퇴 창업을 결심하고 필요한 자금을 준비하는 데 1~2년 정도 걸렸어요. 그러느라 작년 8월에 은퇴하고 9월에 가르텐비어를 시작했죠.”
사실 가르텐비어는 김 사장의 지인이 운영을 하고 있던 터라 은퇴 전부터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은퇴 창업을 위한 업종으로 맥주전문점을 선택한 데는 다른 이유가 결정적이었다.
“막연하게 모니터링을 하다가 적극적으로 창업 준비를 한 건 6개월 정도 돼요. 그런데 1층은 권리금도 그렇고 투자비용이 너무 비싸잖아요. 너무 무리하지 않고 2층이나 3~4층에서도 장사가 될 수 있는 업종을 찾다 보니 맥주전문점으로 괜찮겠다 싶더라고요.”
김 사장은 층수를 올려 투자비용을 줄이는 대신 입지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울였다.
“어쨌든 장사는 목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대학로며 신촌이며 괜찮은 입지는 다 둘러봤어요. 우리 가게가 잘 되더라도 다른 경쟁 업체가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입지 조건을 고르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죠. 돈을 조금 더 들이더라도, 앞으로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곳인데 쉽게 들어갔다가 안 좋은 결과를 내는 곳을 많이 봐왔거든요.”
김 사장은 특히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내의 도움이 컸다고 말한다. 은퇴를 결심하는 순간부터 아내와 계속 의견을 나누며 함께 준비를 해 온 덕에 의지도 많이 되고, 준비 역시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아내도 직장 생활을 했던 사람이라 창업 전에는 각자의 생활이 바쁘잖아요. 그런데 같이 일을 하면서부터는 부부이면서 동시에 사업 파트너니까,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면 자잘한 의견 충돌이 생기기 시작하는 거에요. 은퇴하고는 대부분 부부 창업을 많이 하니까 아마 우리 같은 문제를 겪는 분들이 많을 거에요.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듣기도 하고요.”
김 사장은 “그래도 우리 부부는 원래부터 금실이 좋은 편이어서 큰 문제는 없는 편이었다”며 “남자가 되도록 양보하는 게 비결”이라고 말한다.
“창업을 하게 되면 확실히 직장 생활 할 때랑 다르잖아요. 더욱이 부부가 함께 일하면 남자 입장에서는 절제해야 할 것들이 많아져요. 원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고, 지금까지 누리던 자유를 적당히 절제하면 얻는 기쁨이 더 커요. 부부가 같이 하니까 서로 기댈 수도 있고, 체력 관리하며 쉴 때도 좋고. 그러니 부부가 서로 양보하며 이해해주는 것도 성공 창업을 위해 정말 중요한 지혜인 것 같아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