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 과열과 사후약방문

SPAC 과열과 사후약방문

이재영 기자
2010.03.26 10:14

'감독 강화'로는 한계..제도적 보완 조치 따라야

더벨|이 기사는 03월25일(09:55)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상한가의 맛에 취한 투자자들은 금융위원회를 비웃었다. 23일 금융위가 상장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의 주가 급등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효과는 잠시 뿐이었다.

원래 무거웠던 대우 그린코리아 스팩만이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원흉'인 미래에셋 1호 스팩은 오전에만 하한가를 기록하다 오후에 하락폭을 줄였다. 현대PwC 드림투게더 스팩은 2시 이후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8% 상승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증권사 스팩 실무자들은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공모가 성황리에 끝나고 하루 이틀 주가가 오를 때에야 그저 좋았다. 상장 후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고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꿈쩍 않으니 속이 타오르는 것이다.

스팩의 과도한 주가 상승은 유일한 존재 목적인 인수합병(M&A)을 어렵게 만든다. 거품으로 인해 합병비율이 비정상적으로 조정되면 합병 대상 기업의 대주주가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굳이 스팩과 합병에 나설 까닭이 없다.

이렇다보니 스팩 자체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붕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스팩은 3년간 존속하는 장기투자 상품이다. 지금의 이상 급등이 진정되면 주가도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처럼 주가 급등락 과정에서투기 상품처럼 취급되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는다면 문제가 커진다. 나중에 '신인 효과'까지 사라지면소리소문 없이 잊혀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조치가 '무르다'고 비판하고 있다. 스팩이한국에 와서 급등과 과열이라는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반영해 바로 잡아줘야 한다는 것. 단순히 관리감독만 강화한다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 스팩 실무자는 "이미 스팩이 돈놀이판이 됐는데 단순히 감독을 강화한다고 뭐가 해결되겠냐"며 "한국거래소가 지난 18일 미래에셋 스팩을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조회공시 요구도 했지만 주가는 이후 3일이나 더 상한가를 쳤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스팩 주가의 이상 급등 방지를 위해 규모의 중·대형화를 유도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가 총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최근 스팩 주가 이상 급등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스팩 주가 급등은 지난 3일 상장한 대우 스팩이 아니라 12일 상장한 미래에셋 스팩부터 시작됐다. 미래에셋 스팩의 시가총액이 200억원으로 대우(875억원)에 비해 훨씬 적었다.

애초에 규모가 작은데다 개인투자자 비율이 높으니 주가가 불안해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이 분석이다.

국내보다 먼저 스팩을 도입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대형 스팩 설립이 추세다. 미국에서는 이미 1조원 규모의 스팩이 만들어지고 있다. 2008년 상장한 유럽 1호 스팩인 저머니1호의 공모 규모는 2억 유로(약 3000억원)였다.

국내에서도 당초 스팩을 유가증권시장본부에서 관할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코스닥 시장과의 형평성 문제와 벤처 육성이라는 정책적 고려가 맞물리며 '한국형 200억원 스팩'이 만들어진 것이다.

더불어 스팩에 대한 거래량 제한, 주가 급등락시 즉시 경고 등의 보완장치를 제도적으로 정비해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로운 제도가 정착하지 못하고 흔들릴 때 미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4~5월 중 상장할 후발 스팩들까지 주가가 이런 모양새를 보인다면 너무 늦어버릴 수 있다"며 "도입 초기의 진통을 본보기 삼아 제도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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