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삼성, 변해야 산다

[광화문]삼성, 변해야 산다

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겸 문화과학부장
2010.04.07 09:06

분기마다 깜짝실적…그러나 반도체·휴대폰 잇는 신수종 발굴 시급

삼성전자(186,200원 ▲7,800 +4.37%)가 또 시장을 놀라게 했다. 6일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34조원의 매출과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8.6%, 영업이익은 무려 628.8% 늘어났다.

 

올 1분기에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2월 결산법인 코스닥 상장사 859개사가 1년 내내 벌어들인 이익을 훨씬 앞서는 것이라고 하니 삼성전자의 이익규모는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삼성전자는 '위기'와 거리가 멀어보인다. 그런데도 2년 만에 삼성전자로 복귀한 이건희 회장은 "지금이 진짜 위기"라며 "앞만 보고 가자"고 한다. 세계적 자동차기업 토요타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지켜본 이건희 회장으로선 토요타 사태가 남의 일같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이 아닌 삼성전자로 경영복귀를 결정한 것은 삼성의 대표상품인 반도체와 휴대폰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 아닌가 싶다. "10년내 삼성의 대표제품들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에서 이같은 의중이 엿보인다.

 

삼성반도체는 세계 D램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올 1분기에도 삼성은 D램사업으로 2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이 이처럼 반도체사업에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아무도 삼성이 인텔을 능가하는 반도체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반도체의 핵심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비메모리분야에서 삼성은 여전히 주변인일 뿐이기 때문이다. 삼성도 비메모리의 중심부로 진입하려고 갖은 노력을 쏟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다.

 

미래가 불안하기는 휴대폰사업도 마찬가지다. 삼성폰은 지금 세계 2위 자리를 꿰차며 호시탐탐 노키아 자리를 엿보지만 세계 휴대폰 트렌드는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급격히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휴대폰시장에서 삼성은 오히려 한발 뒤처지는 느낌이다. 4년 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할 당시에도, 지난해말 '아이폰'이 국내시장에 시판될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변화의 기운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말았다.

 

따지고 보면 반도체나 휴대폰 모두 삼성의 창작물이 아니다. 삼성은 그저 '대량생산, 대량공급'을 해왔을 뿐이다. 이런 구조에서 트렌드를 주도할 만한 창의적 사업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어찌보면 무리다. 규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경직된 조직, '별종'을 인정하지 못하는 조직에서 창의성이 발휘될 리 없다. '아이폰'에 뒤졌다고 '아이폰'을 판단기준으로 삼으면 '아이폰'을 능가하는 제품이 나올 리 만무하다.

 

다행히 이 회장이 복귀하면서 삼성전자 내부에도 변화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구태에서 벗어나려는 몸짓도 느껴진다. 오전 10시에 출근하는 신입사원도 있다고 하니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헐렁한 모습이다.

 

그러나 삼성은 지금보다 더 많이 변해야 한다. 특히 의사결정권을 쥔 임원들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직원들은 언제나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윗사람에게 제안할 수 있어야 하고, 윗사람은 직원들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도록 열린 문화를 조성해줘야 한다. 세계적 소프트웨어회사 오토데스크가 애견과 함께 출근하는 것을 허용하고 곳곳에 직원들의 쉼터와 취미공간을 마련한 것은 바로 직원들의 상상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지금 삼성전자도 직원들의 상상력을 총동원할 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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