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브리오패혈증은 어패류를 익혀 먹으면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1년 전 채취한 바지락을 냉동했다가, 끓여서 먹었는데도 감염된 환자가 나타나 방역 당국이 사례를 전파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 간 질환자, 알코올 중독자, 면역결핍환자처럼 면역기능이 떨어진 고위험군은 위생 수칙을 보다 엄격히 지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비브리오패혈증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여성 A씨를 심층 역학 조사한 결과, 2024년 6월 채취해 영하 24도 냉동실에서 장기 보관한 바지락에서 비브리오패혈균이 검출됐다.
충남에 거주하는 A씨는 당시 설사, 복통과 하지 부종 등의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검사 결과 비브리오패혈균이 검출됐다. A씨는 고혈압과 당뇨를 앓았고 간염·간경변, 간암 수술로 3개월마다 정기적인 추적 관찰 중인 비브리오패혈증 고위험군(간 질환자)이었다.
증상이 나타나기 하루 전 A씨는 냉동실에서 바지락을 꺼내 냉장실에서 12시간 해동하고, 이를 냄비에 끓여 가족과 함께 먹었다고 진술했다. 다만 음식을 나누어 먹은 다른 네 명의 가족들은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리지 않았다.
이에 질병청이 A씨가 먹은 돌게와 바지락, 주거지 주변의 해수를 모두 분석했지만, 균이 확인된 건 바지락뿐이었다.

이를 두고 질병청은 "면역 저하 상태를 고려할 때 일반인에게는 발병을 일으키지 않는 소량의 균만으로도 심각한 감염이 성립될 수 있을 것"이라 추정했다. 이어 "채취 당시 오염된 바지락 내 균이 냉동 상태에서도 생존했다가 해동·조리 과정에서 활성화해 감염을 일으켰을 수 있다"며 "(섭취가 아닌) 조리 도구나 손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브리오패혈증은 비브리오패혈균 감염에 의한 급성 패혈증으로 치사율이 50% 안팎에 이른다. 급성 발열, 오한, 혈압 저하, 복통, 구토, 설사 등 증상에서 시작해 24시간 이내에 다리에 발진, 부종, 수포(출혈성) 등의 피부병변이 생긴다. 감염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48시간 이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비브리오패혈증은 보통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8~10월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해산물(어패류)을 날로 먹거나 상처 부위에 바닷물에 들어갔을 때 감염되는 경우가 흔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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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예방법으로 △어패류는 가급적 5도 이하에서 저온 저장하기 △어패류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85도 이상으로 가열해 섭취하기 등이 있었는데, 고위험군은 이 역시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게 이번 사례로 확인됐다.
실제 질병청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비브리오패혈증 환자 및 사망자의 역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확진자의 77.9%는 기저질환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사망자의 92.6%는 간질환을 비롯한 기저질환을 앓았다.
질병청은 "냉동 어패류라 해도 부적절하게 취급될 경우 고위험군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철저한 가열 섭취뿐만 아니라 조리 시 날 해산물·다른 식자재와의 분리 보관, 조리 후 손 씻기 등 위생 수칙 준수가 필수적"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