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샐러리맨의 이중생활/ 샐러던트에 관한 수다
초중고생 대상 영어전문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K씨. 사교육계에서 꽤 인지도 있는 학원이고 급여도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일을 하면서도 K씨의 마음은 늘 딴 곳에 가 있다. 학창시절 꿈이었던 특수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K씨가 떠올린 방법은 특수교육대학원에 진학하는 것. 강사활동을 하면서 돈을 모아 대학원 학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은 어느 정도 덜었다. 문제는 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 K씨는 전형적인 샐러던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런 이중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 지 스스로도 의문이다. 샐러던트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지난 3월 말 머니투데이에 입사한 김한솔 수습기자가 전한 한 지인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던 일을 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자기 뜻대로 되진 않는다. 근소한 실력의 차이일 수도 있고, 단지 운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런 꿈과 현실 간 괴리로 인해 많은 직장인들이 은밀한 이중생활을 하게 된다. 이유와 목표는 다양하다. 다만 공통점은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나 업무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이다.

머니투데이 새내기 수습기자들에게 주변에서 샐러던트 생활을 하는 친구나 선후배에 관한 실제 이야기를 수소문했다. 그들이 옆에서 직접 지켜봤거나 전해들은 샐러던트의 생활과 심경, 그리고 그들이 이런 이중생활을 택하게 된 이유 등을 '수습기자들의 수다'를 통해 들어보자.
◆꿈을 위한 주경야독
우선 배준희 수습기자가 자신이 바로 전형적인 샐러던트였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수다의 포문을 열었다. 사범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한 그는 머니투데이에 입사하기 전까지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근무했다. 대학 졸업 후 백수 생활에 대한 두려움에 일단 교사생활을 시작했지만, 기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힘들었죠. 주말에는 휴식을 반납하고 시험을 봐야했고,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 동료교사들이 교재연구를 할 때 저는 신문 읽는 게 더 중요했어요. 주중 2~3일씩 언론사 면접이 있을 때 가장 곤혹스러웠어요."
학교와 학생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동료 교사들의 핀잔도 감수해야 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가장 미안했다는 것이 배 기자의 고백이다. 그래도 그는 이중생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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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샐러던트 생활을 마감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직장 동료들에게 크게 드러나지 않도록 은밀하게 이중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뿐. 유현정 수습기자가 수다를 이어갔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했던 이들이었기에 역시 언론 및 미디어 업계 입사를 희망하는 샐러던트에 관한 얘기가 많았다.
"제 선배 분은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꿨어요. 하지만 일단 졸업 후 은행에 입사했는데, 회사생활을 하면서 갈등이 시작됐죠. 내로라하는 은행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샐러리맨이지만, 늘 일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고 해요."
결국 지난해 봄부터 친구가 만든 강연전문 회사의 영상 및 콘텐츠 담당을 맡으면서 이중생활을 시작했다는 것이 유 기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생활을 영원히 할 수는 없고, 둘 중 어떤 일을 택해야 할 지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업과 일에 대한 만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투잡족의 이야기다.
최보란 수습기자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보통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회사에 다닌다 해도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이 아니라면 업무 만족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결국 샐러던트가 되던가, 아니면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는 거겠죠."
그는 "선배 한명도 방송사 PD가 되려는 꿈을 일단 접고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일을 하면서 늘 뭔가 부족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는 말을 한다"고 덧붙였다.
◆회사에 대한 불만족
반드시 학창시절의 꿈을 위해 샐러던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큰 꿈을 안고 입사한 회사에서 막상 근무를 시작했지만,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직장인들은 이직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샐러던트와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회사 업무를 하면서도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김경원 수습기자가 한 후배에 대해 소개했다. "간호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지방의 한 대학병원 간호조무사로 입사한 후배에요. 그런데 근무한 지 2년이 지난 후부터 계속해서 다른 병원 면접을 보더군요. 연고가 없는 지방에서 자취하며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 현재 함께 일하는 선배들과 잘 맞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딱히 필기시험을 준비할 필요는 없지만, 면접이 있을 때마다 현재 근무하는 병원에 핑계를 대고 업무를 빼야 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고충이라고 김 기자는 말했다. 그래도 정 떨어진 직장에서 일하느니, 조금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이직을 하겠다는 것이다.
박성민 수습기자 역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친구에 대해 언급했다. 2008년 12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한해 동안 무려 세번이나 회사를 옮긴 친구에 관한 얘기다.
"해외 또는 영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입사했지만 막상 업무를 시작해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답니다. 그나마 세번째 회사에서 본인이 원하던 파트를 맡아 만족하고 있는데, 그래도 기회가 되면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옮기기 위해 꾸준히 영어학원 등을 다니면서 공부하고 있죠."
물론 꼭 다른 회사로 옮기기 위해 샐러던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순수하게 자기개발 내지 학문적 욕심으로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를 멈추지 않는 직장인도 있기 마련이다. 강성원 수습기자가 소개한 타 신문사의 기자이자 친구가 그런 경우다.
"그 친구는 지방의 한 특수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하지만 야근과 회식이 많은 업무 특성 때문에 지방강의는 온라인을 통해 참여하고, 주말에는 서울강의를 듣는 식으로 공부합니다."
그가 샐러던트가 된 것은 현 회사나 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실제 업무경험과 학문적 지식을 접목시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당당한' 샐러던트가 된 셈이다.
끝으로 김성지 수습기자가 샐러던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털어놨다. "제 친구 한명도 지난해 한 기업에 입사했는데 별도의 공부를 하면서 재취업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더군요. 결국 시간이 문제죠. 어쨌든 단지 마음이 딴 곳에 가 있는 직장인이 아니라, 자신의 꿈 또는 회사의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의미의 샐러던트 문화가 정착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