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직장인의 이중생활/新온라인투잡족 '파워블로거'
국어교사이자 여행작가, 광고회사 직원이자 디자이너.
명함 한개 갖기도 힘든 시절에 두개의 직업을 동시에 갖게 됐다. 그것도 취미로 시작한 블로그 덕분에.
인터넷 네트워크의 힘이 커지면서 이른바 ‘파워블로거’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소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시작한 개인 블로그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영향력이 커지면서 보다 전문화되고 실제 수익으로까지 연결된 사례들이 적지 않다. 주부로 또 직장인으로 각자의 현실에 충실하면서도 블로그로 새로운 경력을 쌓아나가고 있는, 말하자면 ‘新온라인 투잡족’인 셈이다.
◆여행작가를 꿈꾸는 국어쌤, ‘짱아’ 장은숙 씨

부산에서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장은숙 씨는 퇴근을 하고 돌아와서도 밀린 집안 일이며 아이들을 챙기느라 쉴 틈이 없다. 늦은 밤 10시쯤 쌔근쌔근 아이들이 잠들기 시작하면, 장씨는 조용히 컴퓨터 앞에 앉는다. 블로그에 새로 올라온 댓글을 살펴보고, 새 글을 올리고, 청탁 받은 원고를 마무리하고 나면 새벽 1시가 훌쩍 넘는 시간. 그제서야 장씨의 하루일과가 마무리된다.
‘짱아’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 ‘그 여자가 사는 법(http://capzzang70.com)’을 운영하는 장씨는 스스로를 “여행작가를 꿈꾸는 트래블로거”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아마추어라고 하기엔 여행 후기를 기다리는 그의 팬들이 꽤 많다. 언론매체를 통해 맛집이나 여행 칼럼을 기고하기도 하고, 5월 말에는 여행서적 출간도 준비 중이니 프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원래 여행작가가 꿈이었어요. 예전에는 싸이월드 같은 미니홈피에 맛집이랑 여행사진만 간단하게 올리곤 했는데 뉴스에서 블로그를 알게 돼서 시작했어요. 그때만 해도 이게 제 꿈을 이뤄줄 거라곤 꿈에도 몰랐죠.”
지난 2005년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으니, 이 모든 것이 5년 만에 찾아온 변화다.
“2008년 네이버에서 파워블로거에 선정이 됐어요. 방문자 수는 그 전부터 꾸준히 늘었는데 그때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 같아요. 기업체 같은 곳에서도 ‘마케팅 리뷰’를 부탁하는 경우가 부쩍 잦아지고, 언론사에서도 연락이 오고.”
처음에는 취미로 하던 일을 보다 전문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좋기만 했다. 블로그에 빠져 새벽잠을 설쳐가며 매달렸던 때도 있었다. 장씨는 “그러나 지금은 과도기를 견뎌내고, 어느 정도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은 상태”라고 말한다.
“블로그의 비중이 점점 커지면 순간순간 마음이 흔들릴 때가 왜 없겠어요. 실제로 주변에서 블로그 때문에 직장 생활에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를 보기도 했고요. 그러나 제 직업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잖아요. 물론 여행 작가도 프로로서 잘 해내고 싶어요. 하지만 중심은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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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책임감도 더 커졌다. 여행기 하나를 올리더라도 예전보다 정성을 다하게 되고,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는 무조건 자주 올리는 걸 목표로 삼았지만, 요즘엔 한번을 올려도 제대로 전달하고픈 욕심에 너무 힘이 들 땐 블로그를 쉬어가는 여유도 생겼다.
기업체와 함께 진행하는 마케팅도 마찬가지. 어차피 수익을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도 그는 ‘벌이’ 보다는 ‘의미’에 더 기준을 두고 일을 맡는 편이라고 한다. 어쩌다 뜻이 맞는 업체의 후원을 받아 가족 여행이라도 하게 되면, 잔뜩 신이 난 가족들의 행복은 그가 블로그 활동을 하며 덤으로 얻은 기쁨이다.
“처음엔 가족들도 반대를 많이 했어요. 직장도 있는데 굳이 새벽 2~3시까지 힘들여가며 블로그를 할 필요가 있냐는 거였죠. 하지만 지금은 남편도 여행 갈 때면 항상 운전 해주고, 글 쓸 때 자료도 찾아줘요. 블로그를 통해 ‘여행 작가’라는 꿈을 이뤄가는 제 모습을 이제는 알아주는 것 같아요.”
◆디자인 하는 광고쟁이, ‘월신’ 신문식 씨

디자인 블로그 ‘상상력 공작소 디자인 하우스(blog.naver.com/adbrain0518)’을 운영하고 있는 ‘월신’ 신문식 씨. 그가 블로그를 시작한 것 역시 2004년 무렵. 한참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때다.
“광고일을 하다 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해 외국의 사례를 참조하는 경우가 많아요. 업무에 필요해서 자료를 찾고, 그 자료를 모아놓는 공간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잠자기 전 1~2시간 자료를 찾고 그걸 블로그에 올려 놓는 게 전부였죠.”
차곡차곡 자료가 쌓여가던 그의 블로그를 통해 본격적으로 수익을 얻게 된 것은 2009년 무렵. 검색포털 사이트의 메인에 그의 블로그가 종종 소개되면서 방문자수가 하루에 4만명에서 10만명까지 늘었다.
“그때쯤 블로거들과 기업체의 마케팅 제휴를 연계해주는 회사들이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대부분은 마케팅 리뷰를 쓰는 일을 하는데 가구업체 등에서 디자인 의뢰가 개인적으로 오기도 해요.”
신씨는 “내가 블로그에 올린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사용하고 싶다는 요구도 있고, 새로운 디자인을 의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소개한다.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한 블로그가 그에게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직업’까지 안겨 준 셈이다.
막상 투잡족이 되고 보니, 직장 회식 때 불참하고 저녁시간에는 꼼짝없이 디자인 작업에 매달려야 할 때도 다반사. 그는 “작업비를 받으면 동료들한테 거하게 쏘는 걸로 미안함을 표현한다”고 멋쩍은 듯 말한다.
그가 직장 월급 외에 블로그를 통해 얻게 되는 수익은 평균 월 300만원 정도. 신씨는 “마케팅 리뷰는 글의 질이나 양에 따라 건당 10만원에서 몇 백만원까지 진행될 때도 있고, 디자인 역시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하기엔 대중없다”고 덧붙인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또 다른 수익원이 생기니 그 역시 일하는 데 신이 나는 것이 사실. 아무리 그래도 밤낮없이 매달려야 하는 광고 일을 특성상, 투잡을 계속하는 게 만만치 않아 보인다.
“광고는 프로젝트가 걸리면 밤샘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땐 집에 돌아오면 컴퓨터 앞에 앉지도 못할 만큼 녹초가 될 때가 있죠. 그런데 이게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피곤해도 1시간 정도는 꼭 블로그를 살펴보고 잠이 들게 되니까요.”
그 중독성 때문에 그는 한동안 직장인이자 블로거로 힘겨운 이중생활을 계속할 작정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참 어려울 만큼 저에겐 모두 다 소중한 직업이에요. 직장생활이라는 게 언젠가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블로그는 그런 저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줬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블로그를 전문적으로 하기엔 직장인으로서 안정적인 수익이라든지 얻는 부분도 크잖아요. 블로그라는 게 참 신기한 매체에요. 단순히 수익원으로 여길 때 보다 나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을 때 내 브랜드나 영향력도 더 커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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