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칼라일ㆍ자프코 등 외국계펀드 손대면 뜬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계 펀드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금융위기의 여파로 잔뜩 움츠려 들었던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새로 투자에 나서거나 기존에 투자했던 회사의 상장을 추진하는 등 발걸음이 분주하다. 삼성전자도 장비국산화 차원에서 관련 코스닥 기업에 지분투자를 단행해 주목된다.
◆칼라일 코스닥 투자 재개
외국계 펀드 중 코드닥 투자의 대표 주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다. 코스닥 상장 반도체장비업체이오테크닉스(483,000원 0%)는 지난 4월 칼라일 성장자금 펀드(Carlyle Growth Korea)를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오테크닉스는 그동안 레이저를 이용해 반도체 패키지 위에 제품 정보를 써넣는 장비를 삼성전자 하이닉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마이크론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제조업체들에게 납품해왔다. 지난해 매출액은 810억원, 영업이익은 68억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칼라일그룹이 이오테크닉스가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인 그루빙(절삭 가공)장비사업에 주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루빙장비는 기존에 다이아몬드 톱을 이용하던 방법과 달리 레이저를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를 자르는 장비다.
김희성 애널리스트는 "미세공정이 확대됨에 따라 반도체 그루빙(Grooving) 장비 시장이 도래하고 있다"며 "이 시장에서 이오테크닉스가 세계 1위 업체인 디스코(Disco)사와의 경쟁에서 사실상 승리한 점이 투자를 유치하는데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루빙장비뿐만 아니라 또 다른 신사업인 태양광 셀 패턴 인쇄장비사업의 성장성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태양광 셀 패턴 인쇄장비는 레이저 마킹 기술을 이용해, 실리콘 덩어리인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를 그려 넣는 장비다.
그루빙장비만큼 시장이 형성돼 있지는 않지만, 향후 태양광산업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칼라일그룹은 한번 투자하면 4~5년 이상 보유한다"며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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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칼라일그룹은 국내에서 연성회로기판 실적 1위 업체플렉스컴과 액정표시장치(LCD) 핵심부품을 생산하는티엘아이등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지지난해와 지난해 투자자금을 모두 회수한 바 있다.
칼라일은 지난달 25억5000만달러 규모의 칼라일아시아파트너스 III 펀드를 설립하며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이 펀드가 직접 이번 이오테크닉스에 투자한 것은 아니지만 외국계 펀드들의 아시아시장에 대한 높아져 가는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당시 언론보도에서 "이번 펀드 설립은 금융위기로 아시아를 잠시 떠나 있던 국제 바이아웃 자금의 관심이 다시 이머징마켓으로 쏠리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코스닥에서 재미 본 일본 자프코펀드
일본 노무라증권 계열펀드인 자프코(JAFCO)펀드는 지난 2005년을 전후해 투자했던 한국 중소기업들의 코스닥 상장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유저 인터페이스(UI) 개발 솔루션업체 투비소프트는 5월24~25일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를 진행한다. 자프코펀드의 계열 투자회사인 자프코 아시아 테크놀로지 펀드II는 투비소프트 전환상환우선주 48만5240주(15.61%)를 보유하고 있다.
자프코 아시아 테크놀로지 펀드II는 2005년 유상증자 형태로 투비소프트의 우선주를 취득했다.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가액은 공시되지 않았다. 투비소프트 공모주식의 주당 예정 발행가격은 6500~7500원이며, 25억7000만~29억6000만원 규모의 자금을 공모한다.
자프코펀드는 지난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이미지스테크놀로지의 전환상환우선주에도 투자한 전력이 있다.이미지스(1,339원 0%)는 자프코 인베스트먼트 아시아 펀드II가 상장 전에 우선주 230만6926주(공모전 기준 41.49%, 공모후 31.95%)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미지스는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와 같은 6000원에 형성됐지만, 상장 후 12거래일 중 10거래일이나 상한가를 치며 시초가 대비 385.8% 오른 2만9150원까지 상승했다. 그 후 3월17~18일 연속으로 하한가로 추락하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자프코펀드는 이미지스 상장 후 3월26일~4월1일에 걸쳐 보유 중이던 주식 가운데 139만9845주(19.39%)를 매각, 보유 주식을 90만7081주(12.56%)로 낮췄다. 처분단가는 1만3600원~1만7400원대다.
우선주의 전환가액은 950원과 1345원이라 자프코펀드는 최소 10배 이상의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자프코펀드는 이 밖에도 국내에서 광학필름업체엘엠에스(5,770원 0%)와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업체네이쳐글로벌등에도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업계 한 IPO 담당자는 "자프코 펀드가 2005년 이후 투자했던 국내 비상장 기업들이 이제 잇따라 상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기관 물량이 많은 종목의 경우 상장 직후 대규모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에서 주목받는 삼성전자의 행보
외국계 펀드는 아니지만삼성전자(217,500원 ▼1,500 -0.68%)의 투자 소식도 코스닥시장을 흔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LCD장비업체에스에프에이(31,550원 ▼250 -0.79%)의 지분 10%(91만1000주)를 최대주주인 디와이에셋으로부터 사들였다.
에스에프에이는 삼성전자 LCD 라인에 들어가는 공장자동화(FA)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로 지난 1998년 삼성항공에서 분사했다. '장하성펀드'로 알려진 라자드 에셋 매니지먼트가 투자한 후 삼성전자와의 협력관계가 약해지며 최근 실적 부진을 겪어왔다.
라자드에셋은 지난 3월 보유 중이던 지분을 주당 4만2000원에 디와이에셋에 넘기며 투자회수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지분가격과 수량이 라자드에셋이 디와이에셋에 넘긴 물량과 일치한다.
박태준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지분 취득으로 삼성전자와 에스에프에이는 주요 매출처와 공급업체라는 의미를 넘어 우선순위 수주, 장비 개발 로드맵 공유 등 장기적인 관점의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철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외산장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던 삼성전자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Applied Materials) 사건 이후 장비 국산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실적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