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과 귀차니스트의 '삼박자 호흡'

홈쇼핑과 귀차니스트의 '삼박자 호흡'

김부원 기자
2010.05.26 10:21

[머니위크 커버]귀차니즘이 돈이다/ 귀차니스트 사로잡는 노하우

▷사례1 - 직장인 K씨는 평소 워커홀릭으로 불릴 만큼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이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부지런한 사람으로 통한다. 하지만 그가 유독 싫어하는 게 있다. 바로 운동이다. 운동을 안 하다 보니 자꾸만 늘어가는 뱃살이 걱정인 K씨.

운동을 하기도 귀찮고, 운동으로 단기간에 살을 빼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편한 다이어트 방법을 궁리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홈쇼핑을 보던 중 개그우먼 김지선 씨가 놀라운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다. 몸에 발라주기만 하면 체지방을 없애준다는 제품이었다.

▷사례2 - 가정주부 P씨는 가족들 뒷바라지부터 크고 작은 집안일들을 혼자 도맡아하는 슈퍼우먼같은 존재다. 그렇지만 그도 매일 해야 하는 집안 청소가 너무 귀찮다. 로봇청소기나 진공청소기 등 전자제품들이 청소를 도와줄 수는 있다. 하지만 직접 물걸레로 닦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에 고생스럽더라도 물걸레 청소를 한다.

그런데 홈쇼핑에서 편하게 빨고, 탈수하고, 선 채로 걸레질까지 할 수 있는 '물걸레 청소기'를 팔고 있는 게 아닌가. 물걸레 청소가 힘들고 귀찮던 참에 자신에게 딱 맞는 제품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특정한 일에 있어서는 귀차니스트가 되곤 한다. K와 P씨 외에도 요리가 귀찮거나, 쇼핑 자체가 귀찮은 사람도 있다. 그런 현대인들의 심리와 일상에 홈쇼핑이 깊숙히 자리 잡았다. 쇼핑 방식 자체가 편할 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극대화해주는 아이디어 상품들이 대거 판매된다는 점이 홈쇼핑의 매력이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상품이라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낭패다. MD, 마케팅 담당자, 방송 제작자, 쇼호스트 등 홈쇼핑을 이끄는 모든 사람들의 노력과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판매에 성공할 수 있다. 귀차니스트들의 마음을 끌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롯데홈쇼핑의 임성균 생활인테리어팀 차장과 이동규 마케팅팀 과장, 김민향 CJ홈쇼핑 쇼호스트 그리고 NS홈쇼핑의 유희경, 하재원 쇼호스트 등 다섯 명의 홈쇼핑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크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이 세가지가 방송을 통해 적절히 전달돼야 귀차니스트들의 지갑을 열수 있다.

◆심리적 자극을 줘라

우선 귀차니스트들에게 심리적인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 귀차니스트들은 자신이 게으르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다 해도 남들과 상대 비교를 하지 않으려 한다.

단지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차원이 아니라 노력조차 안 하려는 극단적인 귀차니스트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상품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것으론 부족하다. 대표적인 예가 다이어트 관련 제품들이다.

김민향 쇼호스트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은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몇 배로 뛰고 노력한다는 점을 부각시켜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대를 형성하라

귀차니스트의 심리에 자극을 주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상품 판매자들이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홈쇼핑 방송의 최전방에 나서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쇼호스트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당신들이 평소 귀찮아하는 이유와 고민을 나도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재원 쇼호스트는 "고객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나 역시 귀차니스트가 돼보기도 한다"며 "특히 중요한 것은 상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그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유희경 쇼호스트 역시 "거의 대본 없이 상품을 소개하고 방송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마음과 상품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실패 할 수밖에 없다"며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게스트들의 역할도 절대적이다. 출산 후 몸매를 잘 관리한 김지선 씨가 다이어트 상품을 홍보하는 것은 같은 고민을 하는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물걸레 청소기'의 편리함을 알리기 위해 방송인 송도순 씨가 나선 바 있다.

임성균 차장은 "'물걸레 청소기'가 큰 인기를 끌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주부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송도순 씨가 그들의 고충을 대변하며 상품의 장점을 설명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트렌드를 강조하라

귀차니스트들은 자칫 유행에 둔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으로 유행이 무엇인지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도 홈쇼핑의 중요한 마케팅 스킬이다. 김민향 쇼호스트는 "상품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유행을 알려주고 강조해야 매출이 늘곤 한다"며 "특히 여성들은 유행에 뒤쳐지는 것에 경각심을 갖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심리적 마케팅뿐 아니라 타이밍도 중요하다. 귀차니스트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TV리모콘 족'을 잡기 위한 것이다. 이동규 과장은 "홈쇼핑은 채널이전 효과를 잘 활용해야 한다"며 "공중파방송의 주요 프로그램이 끝난 후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는 순간 소비자의 눈길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귀찮아도 챙기자

아무리 편하게 그리고 빨리 홈쇼핑을 이용하는 게 목적이어도 시간을 내서 챙기면 좋은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특집전'이다.

하재원 쇼호스트는 "귀차니스트들도 가격이 할인되거나 보너스 상품이 제공되는 특집전은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며 "특히 방송심의 때문에 마지막 기회라든지 매진 등을 절대 과장이나 허위로 말할 수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상품 구매 전 홈페이지를 통해 상품평을 확인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유희경 쇼호스트는 "생방송으로 판매 중인 상품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미 사용해 본 고객들의 상품평을 확인할 수 있다"며 "조금만 더 시간을 들이고 수고를 하면 정말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고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무료체험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하재원 쇼호스트는 "무료체험 기회를 준다는 것은 해당 상품이 이미 고객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는 의미"라며 "무료체험 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망설이거나 미안해하지 말고 구매를 거절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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