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원격의료, '법 따로 현실 따로'

[기고]원격의료, '법 따로 현실 따로'

은종영 경상북도 영양군 보건소장
2010.06.09 12:05

"의료취약계층 원격의료 위해 의료법 개정안 국회통과 서둘러야"

국내 산간 오지 중 한 곳인 우리 경상북도 영양군의 어르신들은 요즘 표정이 아주 밝아졌다.

그 동안 거리가 멀고 교통편이 불편해서 병원 방문이 힘들어 치료받기 어려웠던 분들이 거주지 근처 장소에서 인터넷 영상 등으로 편리하게 원격의료를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지난 해 1월부터 운영된 원격영상진료시스템 덕분이다.

유비쿼터스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한 원격의료, 일명 U(Ubiquitous)헬스케어가 실현 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영양군처럼 의료사각지대인 산간 도서지역 주민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분들, 전방부대·교정시설 등 특수계층에게는 의료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안성맞춤' 의료서비스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U-헬스케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가장 큰 장애물은 현행 의료법 상의 규제이다. 예를 들어 섬 지역 환자를 원격으로 육지의 의사가 진료했다면 진료로 인정되지 않아 보험수가 적용을 받지 못한다.

현행 의료법은 원격의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의사는 불법으로 처벌받게 된다. 실제로 처벌을 당한 사례도 있다. 결국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원격의료를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양군의 경우에도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 형태로 일정기간 동안만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렇듯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와 달리 U-헬스케어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질병예방과 지속적인 건강관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원격의료가 최적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의 첨단 IT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이미 1990년대 후반 원격의료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도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원격의료 등 U-헬스케어 인프라 구축에 8억달러를 투자하고 미국 전역에 원격의료를 확대 허용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도 늦었지만 원격의료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4월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 통과 절차만 남겨놓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번 개정안은 원격의료 대상자를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환자로 한정했다. 재진환자이면서 도서·산간 벽지에 거주하는 주민이거나 거동 불편자, 전방부대나 교정시설의 특수계층 등이 해당된다. 영양군 주민을 포함한 의료취약계층에게 큰 희소식이다.

문제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려면 의료계의 협조가 필수적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일부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의학적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지난 1년 넘게 진행된 영양군 시범사업 결과와는 다른 지나친 우려라 하겠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사와 환자 모두 의학적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없었으며 환자들은 진료비가 비싼 대형병원보다는 저렴한 보건소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이러한 모든 우려들은 의료계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국가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뿐 아니라 국내 의료서비스 수준도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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