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주의 타성 허문 猛將 민유성

관료주의 타성 허문 猛將 민유성

배현정 기자
2010.06.15 11:10

[머니위크 CEO In & Out]민유성 산업은행장 겸 산은지주 회장

산업은행은 대한민국 은행 중 CEO(최고 경영자)가 가장 많은 은행이다. 민유성 행장 외에도 11개 본부와 44개 점포에서 각각 다른 CEO를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CEO만 수십명에 이르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모든 본부와 영업점의 독립 책임 경영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본부장·지점장 최고경영자(CEO) 제도'를 도입했다. 이름만 CEO가 아니다. 각 본부와 지점의 CEO들은 자기 지점(본부)에 대해서는 CEO급의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대신 연말에는 목표 달성 여부와 따라 철저하게 평가받는다.

반세기 동안 국책은행으로 군림해온 산업은행의 변화를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6월11일 취임 2주년을 맞은 민유성 산업은행장 겸 산은지주 회장의 지난 발자취는 이와 같은 혁신으로 요약된다.

그간 관료적이고 경쟁을 모르는 은행으로 인식됐던 산업은행의 체질을 뼛속부터 변화시키겠다는 것. 민 행장은 산업은행을 글로벌 상업투자은행(CIB)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지금 과감한 개혁을 단행중이다.

'2020년, 세계 20위권' 향해 '민영화' 체질 개선

"2020년에는 세계 20위권의 글로벌 금융명가로 우뚝 선다."

민 회장은 향후 산업은행과 산은지주가 나아갈 큰 그림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바로 '비전 20-20-20'이다. 단순히 머릿속의 구상이 아니라 단계적인 전략도 매우 구체적이다.

먼저 1단계(2010~2012)는 '아시아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선 아시아지역 CIB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PF, PEF, 기업구조조정 등 경쟁력을 확보한 업무를 중심으로 향후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2단계(2013~2020)는 런던, 뉴욕을 거점으로 글로벌 CIB로 발전하는 것이다. 범아시아 지역 및 주요 국제금융센터를 중심으로 글로벌화해 유럽과 미주(동유럽, 남미 포함)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 회장은 2008년 6월 취임 직후부터 산업은행 민영화에 매진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맞아 민영화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듯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민 회장은 결국 취임 1년여 만에 정책금융공사와 분리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민영화의 첫 초석을 다졌다.

기업 구조조정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산은 사모투자펀드(PEF)로 인수됐고, 금호타이어의 경영 정상화 등 금호그룹 구조조정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개인금융센터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이 결합한 프라이빗(PB)센터는 강남권 자산가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예상 수신고였던 1000억원을 2배 이상 초과 달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드러운 리더십에 숨어있는 뚝심

산업은행이 국내외 불안에도 불구하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민 회장의 부드러운 리더십 속에 숨겨진 강단과 뚝심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금호그룹에 대한 최후통첩도 그런 경우다. 금호그룹 대주주간 갈등과 반목으로 금호그룹 계열사 워크아웃이 지연되고 있던 지난 2월, 민 회장은 "대주주들에게 경영권을 박탈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고, 결국 대주주들의 지분 의결권과 처분권을 확보했다. 대우차판매의 워크아웃도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많았지만 "산업은행은 시중은행들과 다른 입장에서 다가갈 것"이라며 뚝심 있게 버텼다.

이처럼 위험을 무릅쓰는 민 회장의 추진력과 혁신은 일부 우려 섞인 시선도 받고 있다. 민 회장의 소신 경영으로 금융당국과 긴장 관계가 형성되는 가하면, 직원들은 산업은행의 민영화에 불안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 회장은 직접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독려하며 흔들림 없는 조직의 체질 개선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다.

산은지주는 2011년 국내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2012년에는 해외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당장 올해 국내 은행권의 최대 화두인 인수합병(M&A)의 키 플레이어로서도 민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산업은행이 의욕을 보였던 외환은행 합병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은 1년의 행장 임기 동안 산업은행을 그의 비전대로 순조롭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강한 친화력으로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

미국 씨티은행 뉴욕 본점 근무를 시작으로 자딘플레밍증권ㆍ리먼브러더스ㆍ모건스탠리 등 굴지의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성장한 민유성 회장은 국내 금융을 대표하는 '국제금융 베테랑'으로 꼽힌다.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할 당시 부실자산 정리와 국내외 동시 상장을 이뤄내는 탁월한 실력을 보여줬다.

스타일은 대표적인 외유내강형이다. 민 회장을 주로 표현하는 수식어가 '뚝심'일 만큼 업무에서는 강력한 추진력을 보이지만, 내적으로 매우 부드러운 CEO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과거 관료 출신의 딱딱한 산업은행 총재 스타일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민 회장은 경비원이든 청소원이든 마주치는 누구에게나 환환 웃음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는 친화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2008년 산업은행 행장 취임 직후에는 여의도 선상 카페에서 젊은 사원들과 넥타이를 머리에 두르고 대화하면서 거부감을 떨쳐낼 정도로 인간미가 물씬 묻어난다. 이러한 친화력은 그의 인적 네트워크의 강력한 무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을 비롯한 국제 금융계 거물들과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 민유성 회장 주요 약력

- 경기고, 서강대 경영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경영대학원 졸업

- 씨티은행 서울 기업금융그룹 지배인

- 자딘플레밍증권 서울사무소 부소장

- 리먼브러더스 서울사무소 부소장

- 모건스탠리 서울사무소장·지점장

-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대표이사 사장

- 우리금융지주회사 부회장 겸 재무담당 최고 임원

-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

- 한국산업은행장(현)

- 산은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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