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잡아라 먹튀/ 스포츠·연예계의 먹튀들
'프로 스포츠리그에서 높은 계약금이나 연봉을 받고 이적한 선수가 이적한 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보일 때 그 선수를 일컫는 말'.
네이버 국어사전이 내린 '먹튀'에 대한 정의다. 먹튀는 재테크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원조는 프로스포츠 쪽에 있다는 얘기다.
◆프로야구의 FA 먹튀들
1999년 프로야구에 FA(Free Agent) 제도가 생기면서 거액 연봉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FA 제도는 ‘먹튀’도 탄생시켰다. 공교롭게도 투타 FA 먹튀의 대명사는 모두 LG에서 낳았다.
10년이 조금 넘은 FA 역사에 먹튀의 원조가 된 선수는 홍현우. 해태 타이거즈(현 기아 타이거즈)의 4번 타자였던 홍현우는 2000년 LG 트윈스와 4년간 계약금 12억원, 연봉 2억원, 옵션 2억원 등 총 22억원의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4년간 2할이 조금 넘는 타율을 기록하는 등 알 수 없는 침체에 빠지면서 프로야구계에 ‘먹튀의 대명사’로 남게 됐다.
홍현우가 타자 먹튀의 대표라면 투수 쪽 먹튀 대표는 진필중이다.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에서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다가 기아로 이적한 진필중은 2004년 FA자격을 얻어 LG 트윈스와 4년간 총액 30억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입단 첫해인 2004년부터 등판할 때마다 난조를 보였다. 이후 3년간 부상과 부진 속에 2군을 오가며 4년간 3승 14패 15세이브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긴 채 2007년 말 방출됐다.
삼성 라이노즈에서도 1999년 FA 제도 첫해 이강철과 김동수를 각각 해태와 LG에서 3년간 8억원에 데려왔다. 그러나 두 선수는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방출됐다. 김동수는 이후 현대 유니콘즈(현 넥센 히어로즈)로 옮겨 FA 이전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올 6월 명예롭게 은퇴했다.
삼성은 또 2004년에 현대에서 심정수와 4년 60억원에 계약했다. 그는 한국시리즈 2연패에 한몫 해 먹튀라는 말을 듣지는 않지만, 60억원에 달하는 몸값을 하진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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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롯데 자이언츠도 2003년 FA시장에 뛰어들었으나 결국 먹튀의 피해자가 됐다. 정수근을 6년간 40억6000만원에 두산에서 데려왔고, 한화 이글즈에서 FA 자격을 얻은 투수 이상목을 데려오기 위해 4년간 22억원을 쏟아부었다. 결과적으로 이상목은 4년간 1승에 1억원씩을 벌어들이는(4년간 22승) 짭짤한 수익(?)을 거뒀고, 정수근은 신문 스포츠면이 아닌 사회면에서 이름을 찾게 되면서 결국 지난해 옷을 벗었다.
마해영도 대표적인 먹튀 중 한명으로 꼽힌다. 롯데, 삼성을 거쳐 2003년 FA가 된 마해영은 그해 기아와 4년 28억원에 계약을 했다. 대표적인 홈런타자였지만, 광주에서의 마해영은 침묵했다. 결국 계약기간 중 LG로 트레이드 됐는데 여기서도 '007'이라는(타율 0.070) 별명을 얻으면서 계약만료와 함께 퇴출됐다.
전 LG 선수였던 김상호 씨는 “다년간의 FA 계약으로 일정기간이 보장되기 때문에 안도감이 생기고 기존의 실력만 믿고 현실에 안주하게 되면 먹튀가 될 수 있다”며 “결국 정신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사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예계 먹튀
연예계도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연예인 먹튀는 인기가 오르자 더 높은 계약금을 받고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경우다. 결국 소송까지 가는 사례가 종종 있지만, 최근 '노예계약' 문제가 불거진 이후 연예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액의 계약금을 받고는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 경우도 먹튀에 해당한다. 주로 인기가 높은 연예인 사이에서 발생하는데, 고액으로 계약한 후 좋은 작품을 고른다는 핑계로 여러 작품을 저울질 하다가 CF만 몇편 찍고는 계약기간을 끝내는 경우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CF도 돈이 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활동이 적으니 들어간 계약금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없다.
한편 활동 휴식기간에도 매니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식사비 등 잡비를 회사에 부담시키는 연예인도 있다고 한다. 하나하나만 보면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쏠쏠히 나간 것들을 합치면 결코 만만한 돈이 아니다. 특히 일부 여성 연예인들은 성형수술 비용까지 소속사에 부담시키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먹튀 연예인은 연기자 쪽이 많지만 가수 쪽도 예외는 아니다. 가수의 경우 일정 기간보다는 음반을 몇 개를 내고, 방송출현을 어느 정도 하겠다는 식으로 계약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계약만큼 음반을 내지 않을 뿐 아니라 내는 음반도 실패해서 방송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은퇴 또는 다른 기획사로 옮기는 경우 먹튀로 분류된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팬클럽 회장이 회원들의 돈을 먹고 튄 경우도 있다. 티아라의 팬카페인 ‘시트린’의 운영자가 ‘조공비’(연예인을 응원하기 위해 간식과 선물 등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돈) 명목으로 모았던 돈을 횡령한 뒤 잠적한 것.
시트린 운영진이 올린 공지글에 따르면 팬카페 운영자가 조공비를 횡령하고 카페를 양도하면서 조공비 관련 기록을 삭제했다. 다른 운영진이나 티아라 멤버들까지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이 운영진의 설명이다.
관련 기록이 삭제돼 정확한 피해금액이 파악되지는 않고 있지만, 약 1000만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회원들이 팬클럽의 회계처리 내역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발생한 먹튀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