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기획]2010 연말 나눔매뉴얼/ 기업 기부마케팅
서울 방화동에 사는 이수영(33) 씨는 최근 한 인터넷쇼핑몰에서 운동화 한켤레를 샀다. 학창시절 신던 ‘하얀 실내화’ 처럼 생긴 평범한 운동화. 그런데 가격이 7만4000원이나 된다. 이씨는 이 운동화를 사면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반가움에 기꺼이 결제버튼을 눌렀다.

탐스슈즈(TOMS Shoes). 이씨가 구입한 이 운동화는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을 모토로 ‘기부형 운동화’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 구두업체의 브랜드다.
지난 2006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라는 미국 청년이 처음 선보인 탐스슈즈는 소비자가 한켤레를 구입하면 다른 한켤레를 아프리카와 남미, 동남아시아지역의 신발을 신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전하는 ‘1대 1 기부’의 판매방식을 취하고 있다.
2007년부터 국내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한 탐스는 품질과 착용감에 ‘착한 소비’라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어렵지 않게 이 운동화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탐스슈즈를 국내에 들여온 코넥스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이 운동화 판매량은 100만켤레는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응원 댓글로 기부천사되세요
올해는 특히 소셜네트워크 열풍을 기부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
얼마 전현대자동차(512,000원 ▼20,000 -3.76%)그룹은 TV광고에 ‘기프트카’ 캠페인을 실어 한국광고단체연합회가 주관하는 '2010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여러분의 댓글로 차를 선물해주세요."
이 광고가 이색적이었던 점은 철저히 네티즌들의 참여에 의해 기업의 기부가 이뤄졌다는 것. TV 광고에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연있는’ 사람들이 소개되고, 네티즌들이 캠페인 홈페이지를 찾아 이들에게 매일 100개의 응원댓글을 한달 동안 계속해서 달면 주인공들에게 차를 선물한다는 게 기본 포맷이다.

캠페인 기간 동안 가슴 따뜻한 사연을 TV화면으로 본 소비자들은 폭발적인 댓글을 남겨 959번 운전면허시험에 떨어졌던 69세의 차사순 할머니에게 ‘쏘울’을 선물했다. 또 시합장까지 버스를 타고 다녀야했던 진부중고의 역도부 5총사에게는 ‘그랜드 카니발’을, 장애를 딛고 밝게 살아가는 승가원의 천사들에게는 ‘스타렉스’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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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료된 풀무원의 ‘러브 케냐’ 캠페인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관심에 의해 사회적 기부가 진행된 사례다.
트위터 사용자들이 풀무원의 기업 트위터나 블로그에 들러 케냐 어린이들을 위한 응원메시지를 남기면 그 수만큼 기부금이 모이는 방식으로, 회사측은 소비자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기부금 500여만원을 케냐 어린이 돕기에 최근 전달했다. 500만원은 케냐 북부 코어지역 어린이 5000명이 제대로 된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금액이다.
온라인 서점예스24(3,505원 ▲25 +0.72%)역시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응원메시지' 캠페인을 진행해 네티즌들의 사회기부를 유도했다.
국어 교사를 꿈꾸지만 참고서가 하나도 없고,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한 소년에게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응원 메시지를 남기면 240원씩이 적립되도록 한 캠페인이었다.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예스24는 2차 사회기부 이벤트로 12월11일 홀트아동복지회와 ‘사랑의 책 나눔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2000원을 모금하면 신간베스트 셀러 1권을 선물로 돌려줘 우회적인 기부를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착한 소비, 물건도 사고 기부도 하고
기업들이 제품 판매와 연계해 전개하는 전통적인 기부 마케팅도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창립 24주년을 맞이해 'We bake love'라는 슬로건 아래 세이브더칠드런의 '아프리카 염소 보내기 캠페인'을 후원하고 있다. 아프리카 니제르지역에 중요한 생계수단인 염소를 보내는 이번 캠페인은 소비자들이 파리바게뜨의 24주년 대표 제품 6가지를 구입하면 그 판매금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피자헛은 유엔산하 세계식량계획(WFP)과 함께 진행하는 글로벌 기아돕기 캠페인 '2010 세계기아해방 캠페인'을 통해 총 5만3000여명의 소비자 기부참여를 이끌어냈다. 'Love beSIDE You'란 슬로건을 걸고 캠페인을 펼쳐 전국 매장에서 기아돕기 특별 메뉴인 'WHR' 샘플러를 약 5만2000개나 판매해(1개당 1000원 적립) 기아돕기 기금 5200여만원을 적립할 수 있게 됐다.

주방용품 제조기업 월드키친은 자사의 제품을 3만원 이상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컴패션으로부터 구매한 ‘2011년 책상용 캘린더’를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제품을 사면 자동으로 기부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어서 이벤트 초반임에도 반응이 좋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한국후지필름은 소비자들이 직접 기부금을 내면서 이벤트에도 참여하는 ‘일거양득’의 기부참여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한국유방건강재단과 공동으로 광화문에서 ‘인스탁스 컬러풀 필름 체험 행사’를 진행한 후지필름은 소비자들이 기부금 1000원을 내면 다양한 색상의 인스탁스 미니 컬러풀 필름으로 즉석 사진을 촬영해 1장은 직접 소지하고 나머지 1장으로는 단풍 나무를 만들며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행사에는 총 4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같은 돈을 기부해도 실제 기부는 기업이 하지만 ‘기부의 영광’은 소비자에게 돌리는 기업도 있다.
G마켓의 난치병 어린이 돕기 행사인 ‘100원의 기적’이 대표적이다. 고객들이 G마켓 홈페이지를 방문해 해당 이벤트 페이지에서 동전 이미지를 클릭하면 G마켓은 그 횟수만큼 100원씩 기금을 모아 후원금을 만드는 방식이다. G마켓은 지난 2005년부터 이같은 참여형 후원프로그램을 진행해 현재까지 접수된 1600만건(16억원 상당)의 클릭 후원금을 아동성폭력 피해자 지원, 지진피해 지원 등 국내외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올 들어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다채로운 기부마케팅이 펼쳐지는데는 대중화된 소셜 네트워크의 열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과 소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소셜 기부’의 경우 참여가 쉽고 친구의 친구 네트워크까지 메시지 전달이 가능해 연말연시 ‘나눔’의 채널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SNS를 통한 소셜 기부는 공익 활동이어서 메시지 전파력이 뛰어나고, 이를 통한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향후 기업의 기부 문화는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소통하고 함께 정을 나누는 소셜 기부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