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중학교 1학년인 선미(가명)는 부모와의 갈등으로 병원을 찾았다. 갈등의 원인을 찾아보니 부모가 어릴 적부터 선미와의 약속을 잘 안 지킨 것이 문제였다.
부모는 선미가 요구하면 우선은 '그래'라고 별 생각 없이 허락했다가, 실제로 해 줘야 할 때가 돼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안 된다'고 거절하는 식이었다.
선미 입장에서는 부모가 한 약속을 믿지 못하겠고,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한 약속도 어쩐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선미는 늘 약속한 것에 집착하게 되고, 부모가 말을 바꾼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화가 심하게 난다고 했다.
부모는 상담이 진행될수록 자신들의 약속 문제가 선미에게 상처를 줬음을 알게 돼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사소한 약속부터 점차 지켜나가면서 선미와 부모와의 사이도 점차 안정화됐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아이와 한 약속은 꼭 지키는 것이 좋다. 어른들과의 약속은 중요하게 생각해서 잘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어린 아이와 한 약속은 대개 잊어버리거나 소홀하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이와의 사소한 약속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엄마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엄마에 대한 신뢰감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감이 싹 트는 첫 출발지이다. 엄마와의 신뢰가 돈독하면 할수록 남의 저의를 의심하거나 불신하지 않고 세상에 대한 확신과 함께 미래에 대한 낙관성도 높아지게 된다.
둘째, 정서적인 안정감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약속을 잘 지키면 아이는 나의 기대가 결국은 이루어진다는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러한 정서적인 안정감이 없으면 “혹시 엄마가 약속 잊어버린 것은 아니겠지?”, “또 사정이 안 좋다고 말을 바꾸는 것은 아니겠지? “라고 불안해하거나 화를 쉽게 내는 등 감정 기복이 커지게 된다.
셋째,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엄마가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지켜주면, 아이는 ‘내가 존중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엄마가 존중해주는 사람이라면, ‘나라는 존재는 훌륭하고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인식이 생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 가치와 자신감이 발전하게 된다.
독자들의 PICK!
엄마가 아이와의 약속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에 신경을 써야 한다.
첫째, 대화할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도 습관이 될 수 있다. 아이와 말할 때는 반드시 주의 깊게 잘 들어야 한다. 아이와 어떤 약속을 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아이가 중요한 얘기를 할 때에는 잊어버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엄마가 귀찮거나 힘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대충 대답하는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 일생의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지금 조금 편하자고 사소한 회피를 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그 결과가 나중에는 더 힘든 일로 돌아올 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혹시 안 된다고 하면 아이가 속상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처음에는 될 것처럼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나중에 잘 설명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엄마의 승낙을 기억하고 기대감을 간직하고 있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거절하는 것이 애매하게 메시지를 흐리는 것보다 아이가 더 믿음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분명하게 이야기 해주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넷째, 보상과 관련해 아이와의 약속을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 “이거 한 페이지 다 하면 선물 사줄게”, “밥 다 먹으면 게임 하게 해줄게” 라고 아이가 응당해야 하는 것들을 너무 잦은 보상과 연결해 얘기하는 경우에는 엄마가 나중에 아이와 한 약속을 잊어버리기가 쉽고, 뒷수습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아이와의 약속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약속을 다 지킬 수는 없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정말 약속을 못 지키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평상시에 엄마가 ‘나와 한 약속을 잘 기억하고 지키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긴 아이는 이럴 경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부분 납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