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기는 올려야 하는데 찍힐까봐…".
식음료업체 한 임원은 정부 눈치만 아니었다면 벌써 제품 가격을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원재료 비용 탓에 영업이익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맨 먼저 가격을 올릴 경우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어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고 했다.
"매도 먼저 맡는 게 낫다"는 속담은 최근 식음료업계에선 금기다. 누군가 총대를 메줄 때까지 버틴 후 '따라 올리는' 게 최선책이다.
기업 경영의 핵심인 가격 인상을 극심한 눈치 속에 해야 하는 상황은 씁쓸하다. 그마저도 안 돼 가격을 올리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기업들은 더 속이 탄다. 가격인상 타이밍을 놓쳐 기업들이 적자로 내몰리는 상황은 나와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가격 인상 자체를 막기보다 인상폭이나 속도를 조절하는데 더 치중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물가 상승은 정부도 막기 힘든 영역이라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물가 상승은 식품이나 음료 등을 넘어 화장지나 세제, 고무장갑 등 비식품 부문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이들 생필품의 수급을 살피며 단기 폭등을 막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업체 간 가격 담합이나 원가부담이 크지 않은데도 '올리고 보자'는 식의 얌체 기업들은 철저히 걸러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이미 제품 가격을 올린 한 식음료업체의 사례를 보자. 이 기업이 가격을 인상한 시점은 최근처럼 물가 상승 우려가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아 비교적 조용히 가격인상 이슈를 넘겼다.
그런데도 이 업체 관계자는 최근 "여러가지 상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가격을 한 차례 올린 뒤여서 다른 기업보다 현 상황을 느긋하게 즐기는 입장이면서도 추가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은 납득하기 힘들다.
1년에 두 차례씩 가격을 올리는 또 다른 외국계 음료회사도 상식 밖이다. 이 기업은 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기업들 때문에 가격 인상이 정말 절실한 기업들까지 도매금으로 당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