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식품도매시장도 단골 끊겼다"

"국내 최대 식품도매시장도 단골 끊겼다"

원종태 기자, 장시복
2011.01.17 09:35

[르포]가격인상 후폭풍, 국내 최대 '영등포시장'도 썰렁..설 대목 실종

↑영등포 시장 풍경.
↑영등포 시장 풍경.

라면 과자 주스 등 식품·식음료 도매시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영등포 도매시장. 청량리도매시장과 함께 국내 식품 도매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통한다.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을 빠져나와 3분 정도 걸으면 영등포중앙시장 주변으로 'ㅇㅇ상회', 'XX상사', 'ㅁㅁ유통' 등 수십 개 도매상들이 밀집해 있다. 각 도매상마다 상점 입구와 내부에 수 백개 제품을 박스 단위로 쌓아 놓고 팔아 거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일반 재래시장과 달리 영등포 도매상들은 대형음식점에 식품을 납품하는 속칭 '중상'(중간상인)부터 동네슈퍼나 소매점 점주에 이르기까지 고객층이 두텁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지난 14일 찾은 영등포 도매시장은 '국내 최대'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였다. 설 명절을 2주여 앞둔 시점이었지만 '대목' 분위기도 실종된 모습이었다.

◇국내 최대 도매시장도 한파..설 대목 실종=지난해 말부터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며, 영등포 도매시장도 수요가 급감하는 '한파'를 겪고 있었다. M상회 관계자는 "영등포 도매시장이 잘 나가던 시절에는 도매상마다 단골 거래처만 80∼100곳에 달했다"며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제품 가격이 많이 오르며 단골조차도 이곳을 잘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품 가격이나 구입을 문의하는 전화도 하루 10건이 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식품 가격인상의 후폭풍이 서민경제의 야전부대 격인 도매시장까지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식용유와 설탕 등 이른바 '소재 식품'을 전담하는 도매상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도매상마다 취급하는 품목 중 90%에 달하는 제품이 가격이 오르는 이례적인 연쇄 급등에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D유통 관계자는 "18리터 짜리 식용유가 지난해 11월만해도 2만8000원 선이었지만 한 달 새 3만3000원으로 18% 올랐다"며 "3kg 짜리 설탕도 비슷한 기간동안 3000원에서 4500원으로 15% 뛰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5%만 가격이 인상돼도 '죽겠다'고 난리를 쳤는데 최근 들어 제조업체가 20∼30%를 눈도 깜짝 안하고 올린다"고 했다.

워낙 가격이 단기에 오르다보니 조금이라도 저렴한 대체재를 찾는 문의만 늘고 있다. 100% 오렌지주스 대신 50% 감귤주스를 찾고, 콜라도 아직 가격이 오르지 않은 회사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 음료 전문 C상회 관계자는 "최근 가격이 많이 오른 콜라 브랜드 대신 가격이 아직 오르지 않은 경쟁사 제품을 찾는 문의가 늘고 있다"며 "오렌지주스도 60∼70% 이상 가격이 저렴한 감귤주스로 바꿔 주문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2차 가격인상 후폭풍 온다(?)=밑바닥 경제에 정통한 영등포 도매상들은 조만간 음식점을 중심으로 한 3차 서비스업종의 '가격인상'을 우려했다. 도매상 관계자들은 "식품과 식자재 값이 많이 올랐지만 아직까지 음식점들은 손님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밥값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설 이후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음식점들이 차례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가공식품 외에 야채 가격은 더 큰 폭 오르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J야채 관계자는 "대파·마늘·콩 등은 최근 100~200% 오르는 것은 기본"이라며 "35년간 영등포에서 장사를 했지만 최근처럼 가격이 많이 오른 적은 없다"고 했다.

영등포 도매상들은 특히 밀가루 가격인상 여부가 '물가 불안' 확산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매상들은 "밀가루는 거의 모든 음식점에서 주 재료로 쓰기 때문에 밀가루 값이 오른다면 음식점 등 전반적인 추가 물가 불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가격인상이 앞으로 대형마트 대 동네슈퍼 간 경쟁력 간극을 더욱 벌려 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격인상은 바잉파워가 있는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라며 "제조업체들이 동네슈퍼나 소매점, 도매상 등을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어 이곳들은 더욱 설 자리가 위태로워 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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