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이 야권 최대 조직인 무슬림 형제단을 비롯한 반정부 세력과 대화를 시작하며 이집트 시위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시위대의 주요 요구사항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화가 잘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많은 이집트 국민들이 반정부 세력과 대화하겠다는 현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으며 술레이만 부통령이 무바라크의 오랜 측근이자 전임 정보국장이란 점에서 현 정부의 일원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술레이만 부대통령과 대화 파트너에서 빠진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이번 대화에 신뢰성이 결여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 협상 과정은 불투명하며 이 단계에서 누가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시위대의 요구 사항과 관련해 현 집권여당에 유리하게 되어 있는 헌법에 대한 개정 방안을 오는 3월 첫주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반정부 세력은 헌법 개정 외에 정치범 석방과 언론의 자유 보장, 인터넷과 휴대폰에 대한 제한없는 접근, 비상계엄법 철회 등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는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은 물론 명망 높은 기업가와 학자, 법률가 등으로 개혁을 위하 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서방 외교관들에 따르면 대화는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으나 무바라크 대통령의 진로가 여전히 가장 큰 문제다.
시위대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당장 퇴진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술레이만 부통령과 서방측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는 9월 대선 때까지 상징적인 대통령으로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서방 외교관은 "타이밍이 문제"라며 "정권 이양을 서둘러 추진하다 실수할 수도 있지만 정권 이양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이집트 국민들이 실망하고 좌절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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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레이만 부통령과 무슬림 형제단의 첫번째 협상은 6일 시위대가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계속 요구하는 가운데 열렸다. 시위는 주로 어떠한 정치 세력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는 이집트 청년층이 주도했다.
하지만 이집트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거의 2주일만에 처음 문을 여는 은행 앞에 줄을 섰고 아직 진압군인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음에도 도심 도로는 차들로 붐볐다.
한편, 무슬림 형제단은 첫 협상 뒤에 "우리는 개인적인 협상 아젠다를 갖고 있지 않으며 여러 번 강조해왔지만 권력이나 특권적 지위를 원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무슬림 형제단에서 누구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무슬림 형제단이 정권을 잡을 수도 있다는 서방측과 일부 이집트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