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카드 표준안 ‘삼국지’

모바일카드 표준안 ‘삼국지’

김성욱 기자
2011.03.30 10:11

[머니위크]기표원·방통위 각각 협의체 구성…금융당국은 ‘뒷짐’

모바일카드 지급결제 표준안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표준화 작업에 나섰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민간기업들끼리 산발적으로 추진하던 모바일카드 결제 표준안 마련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바일카드 결제 표준안 마련에 정부의 3개부처가 동시에 나서고 있어, 업종간 경쟁을 넘어 부처간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기표원)은 올해 중 모바일카드 지급결제 국가표준을 제정한다는 목표로 지난 2월 말 ‘모바일 지급결제 표준화 추진협의회’ 구성에 나섰다.

기표원이 주도하는 모바일 지급결제 표준화 추진협의회에는 롯데·비씨·삼성·신한·하나SK·현대·KB국민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 전부와 외환·씨티은행·농협중앙회 등 겸업은행, 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한국은행, 금융결제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여신금융협회, 한국인터넷진흥원, 한양대 등 19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향후 필요하다면 밴사와 PG(Payment Gateway)사, 제조사 등도 참여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표원 3개 분과 선정해 쟁점 논의 착수

기표원은 관련 기업을 모두 회의에 참여케 하지만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별도 표준제정 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전업계 카드사와 은행들이 다수 참여했기 때문에 기표원은 3개 분과를 구성해 분야별로 약 3곳 정도의 기업을 선정, 위원으로 위촉한다는 방침이다.

기표원은 지난 3월9일 1차 회의를 갖고 ▲모바일 신용카드 ▲오프라인 RF결제 ▲모바일 인터넷결제 등 3개 분과를 결정했다. 이에 각 업권에서는 각 분과에 참여할 업체를 추천하고 향후 추진상황에 표준화 쟁점에 대한 의견을 제출한 상황이다.

그런데 기표원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자체적으로 모바일카드 활성화를 위한 표준안 마련을 위해 지난 3월21일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이 모임에는 5개 카드사와 3개 통신사, 금융결제원 등 기표원 협의회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기관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특히 ‘NFC(근접통신) 기반의 모바일 스마트라이프 서비스 활성화 추진계획(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업계의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그러나 ‘금융’을 주관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뒷짐’만 지고 있는 상태다. 기표원에서는 금감원의 참여 요청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방통위 주간 모임에는 참여하고 있으나, 주도권은 잡지 못한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 3월21일 방통위 회의 이후 카드사 등에 모바일카드에 대한 의견 수렴을 별도로 실시하는 등 뒤늦게 모바일카드 지급결제 표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결국 지식경제부(기표원)가 모바일카드 표준안 마련을 위해 발 빠르게 나선 가운데 정보통신부(방통위)와 기획재정부(금융위·금감원)가 뒤따르면서 영토싸움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카드업계에서는 새로운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초부터 모바일카드 결제 표준안 마련을 위해 여신금융협회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러나 공감대만 형성됐을 뿐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신한-삼성카드와 SK텔레콤, KT, 마스터카드 등 5개사가 ‘모바일 페이먼트 & 커머스 5개사 공동사업단’을 만들면서 탄력이 붙었다. 이후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3사와 금융결제원, BC카드 등이 ‘모바일지불결제표준화협회’를 구성,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한 표준안 마련이 본격화 됐다.

그러나 기표원에서 국가표준을 만들겠다며 협의체를 구성하자 카드사와 통신사가 연합해 운영되던 ‘모바일 페이먼트 & 커머스 5개사 공동사업단’은 표준안 마련에 대한 논의를 사실상 중단하고, 공동사업단에 참여했던 인력들이 기표원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공동사업단은 모바일카드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전략에 중점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표원 협의회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제 1차 회의를 가진 수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것은 없다”며 “향후 3개 분과 위원들이 선정되면 어디까지 표준화를 할 것인가 등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방통위 나선 것 통신사 위해서?”

그러나 방통위가 주도하는 모임에 대해서는 카드업계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금융’업무에 대해 방통위가 나서는 것은 결국 주도권 싸움에서 통신사의 편을 들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표원에서 국가표준을 만들겠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이해가 되지만, 방통위에서 왜 금융업무에 대한 표준을 만들겠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방통위가 요구한 의견 제출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출하지 않기로 입장정리를 한 상태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갑작스럽게 참여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8월부터 추진해 온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인터넷 등과 관련한 기준은 방통위에서 만들도록 하고 있는 만큼 법적으로 당연하다는 것이다.

홍진배 방통위 인터넷정책과장은 “우리는 인프라 구축과 응용 서비스 쪽에 집중할 뿐 결제부문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추진하는 논의에 대한 참여 여부는 강제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방통위가 마련한 모바일 활성화 추진계획(안)에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이통사, 카드사, 밴사, 제조사 등이 NFC 추진협의체에서 출자기준을 마련하고 공동펀드를 조성하는 안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카드사들은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 카드사에 의견을 구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모바일카드를 결제하는 단말기인 ‘동글이’ 보급은 밴사의 몫이지 카드사의 임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나선 것이나 기표원에 금융당국이 참여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자칫 카드사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통신사의 요구만 받아들여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걱정된다”며 “자칫하다가는 표준안은 마련됐으나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각사별로 따로 가는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바일카드 표준안의 중요 핵심 중 하나는 현재 유심칩에 담기는 개인의 신용정보를 어디에 담느냐는 것”이라며 “신용정보를 유심칩 외에도 NFC칩 등에도 담을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다방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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