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메스 든 검찰..수술대에 오른 의사

[기자수첩]메스 든 검찰..수술대에 오른 의사

최은미 기자
2011.04.05 17:12

"시장경제 어느 부분에서나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상행위인데 유독 의사들의 리베이트만 형사처벌을 하려는 것은 부당하다."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조사에 대한 의사협회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일부 의사들은 제약사로부터 처방건당 사례비를 받는 '리베이트'를 물건을 사주는 대신 물건 값 일부를 되받는 당연한 상행위의 일종이라고 주장하고 지금도 리베이트 받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성한 의료직에 종사하는 자신들이 '범죄집단' 취급받는 게 억울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28일 리베이트를 주는 업체 뿐 아니라 받는 의료인도 처벌하는 '쌍벌제'가 시행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오히려 변종 리베이트가 나타나며 더욱 성행하고 있다.

자녀 유학자금을 제약사가 대도록 하고, 제약사 법인카드를 개인카드인 양 사용하며, 가족모임도 제약사가 후원한다. 처방건당 사례비를 받는 행위는 어엿한 의료기관 수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처벌이 강화되다보니 처방액당 20~30%였던 리베이트 액수는 처방액의 100%로 껑충 뛰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의 이 같은 행위는 엄청난 '착각'에서 비롯됐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제약사의 약을 사주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환자가 먹어야할 약을 선택(처방)해주는 중간 역할을 할 뿐이다. 의사의 역할은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이지, 공급자의 물건을 많이 팔리게 하는 상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환자가 전문가 집단에게 부여한 선택권을 남용하며 뒷돈을 받아 챙기는 일은 의사들 스스로 '신성한 직업관'을 저버리는 일이자, 어려움에 처한 환자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행동이다. 정부가 모든 수사 조사기관을 총동원돼 리베이트에 메스를 들이댄 이유다.

일부 의사들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착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치유능력을 잃은 환자와 같다. 정부의 전담수사반이 이들을 '수술대' 위에 올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사회에서 의사는 존경받는 직업군이자 신성한 직업군에 속한다. 늦기는 했지만 스스로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일 때다.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선한' 일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더 존경받을 수 있도록 의사 사회 스스로의 자정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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