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추진 논란 예고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초과이익공유제' 못지않은 논란이 일 전망이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범위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데다 선정에 따른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탓이다.
대기업이 이미 진출한 업종이 선정되면 신규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만 피해를 볼 수 있고, 중국 등의 대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하면 같은 잣대를 적용해 제한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소모적인 논쟁 끝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갈등만 키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동반성장위원회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공청회'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시장규모 1000억∼1조5000억원인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실무위원회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품목에 대한 분석작업을 거쳐 오는 29일 가이드라인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선정 때 △1인당 생산성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 △소비자 만족도 △협력사 피해 △대기업 수출비중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입비율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시장에 참여하는 대기업은 앞으로 해당 품목의 직접 생산과 내수용 생산 등에 제한을 받는다. 중소기업 업종·품목은 3년 주기로 재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재지정을 통해 최대 6년간 적합업종·품목을 보호받을 수 있다.
◇엇갈린 목소리=중소기업단체 관계자는 "1998년에 설립된 두리화장품은 직원 4명이 1억5000만원의 자금으로 4년간 연구 끝에 한방샴푸 '댕기머리'를 개발했다"며 "이 샴푸는 탈모방지에 효능이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대기업들의 마구잡이식 진출로 결국 매장에서 철수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방샴푸시장엔LG생활건강(255,000원 ▲1,500 +0.59%)'리엔',아모레퍼시픽(132,500원 ▼700 -0.53%)'려', 애경 '에스따르' 등이 진출했다.
두부도 마찬가지다. 두부사업체 수는 고유업종 지정에 따른 사업영역 보호정책 등에 힘입어 188개까지 늘었지만 2006년 지정이 풀리면서 대기업들이 진출해 122개 중소기업이 퇴출됐다는 것. 두부시장에는CJ(215,500원 ▲2,000 +0.94%)제일제당 풀무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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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대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거론된 품목에는 11개 대기업에서 5000여명이 근무한다"며 "대기업의 참여를 갑자기 제한해버리면 그 직원들은 실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효성 있나='중소기업 적합업종'이 2006년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 업종제도'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정부는 1997년 중소기업의 안정적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사회와 경제가 급변하면서 대·중소기업 구분이 어려워진데다 중소기업들이 가격경쟁에만 몰두해 품질향상이 미흡하고 외국기업 진출로 국내시장을 잠식당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해 폐지했다.
업계에선 중소기업의 경영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불과 5년 만에 비슷한 제도를 꺼내는 건 시장경쟁을 오히려 후퇴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은 "이번 논의가 소모적 논쟁만 일으킬 수 있는데 오늘도 특정 업종이 선정된 것처럼 알려져 해당 업종의 대기업 직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것 자체가 기술경쟁이 아닌 가격경쟁을 유발할 수 있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에선 이날 예시된 가이드라인 자체가 미흡하다는 주장이 나와 업종별 혼선도 예상된다. 금형업계 관계자는 "시장규모를 1조5000억원으로 제한하면 금형처럼 중소기업이 많은 업종의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시장규모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소기업기술협회 관계자는 "적합업종과 품목에 대한 산업동향, 대기업 참여 여부, 기술수준 등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뭔가에 쫓기듯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