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4% 집착하면 무너질 수 있다"

"물가상승률 4% 집착하면 무너질 수 있다"

김성욱 기자
2011.06.19 10:36

[머니위크 커버]하반기 투자전략/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의 경제전망

“관건은 세계 경제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할 영역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전 세계가 아직도 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잘 대처를 하고 있지만, 전 세계의 금융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그리스 재정위기와 미국의 제3차 양적안화(Quantitative easing ;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시중에 직접 푸는 정책) 논란 등은 한국 경제는 물론 증권시장에도 커다란 변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부터 2년간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역임한 김종석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세계 경제에 달려있다면 이 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를 얘기하는데 해외 변수가 70~80%를 차지하고 있다”며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변수는 결국 해외경제 변수에 따른 물가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경제변수는 결국 투자의 지침이 될 수밖에 없다. 김종석 교수로부터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전 세계 경제를 보는 시각은 둘로 나눠져 있다. 하나는 디플레이션으로 간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다른 말로 달러 약세다.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 우려는 금과 은값이 급등할 때 이미 우려되기 시작됐다. 그리고 현재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곡물 등 원자재와 원유가 인상에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우리나라에서는 스테크플레이션(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으로 다가오게 된다. 솔직히 자원수출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괴로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은 원자재 수입국은 인플레이션이 큰 문제다.

올 하반기와 내년에는 정치 일정과 맞물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류승희 기자

-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약 4.5% 안팎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능하다고 보는가.

▶ 정책 당국에서 4%에 집착하면 4%는 무너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그리고 지금도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놓고 고민해 왔다. 이는 한국경제의 영원한 딜레마다. 성장을 원한다면 물가불안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안티인플레이션을 과감하게 할 수 없다.

아마 차기 정부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해야 할 것이다.

- 그동안 금융통화위원에서 금리인상 시기를 놓쳐 물가를 잡는데 실패했다는 시각들이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강조하고 있는 금리인상 베이비 스텝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명목금리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시장플레이어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부문이 있다. 물가상승률을 따라가게끔 기준금리를 인상한다 하더라도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물가를 잡는데 효과가 없다. 금리를 통한 물가 조절은 안 된다. 미국발 국제유동성이 컨트롤 되지 않는다면 물가상승 억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율이다.

- 하반기에 물가인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 같은데.

▶현재 우리나라 인플레이션 우려 문제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의한 인플레이션이라는 데 있다. 원재료가 상승과 유동성 인플레이션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심리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는 결국 인플레이션을 부르게 된다.

1980년대 미국은 고인플레이션으로 많은 비용을 치렀다. 우리나라도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 같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일거리 창출 문제가 심각한 경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문제는 또 하나의 악재가 되고 있다. 정책 선택자가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시점이다.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인 맨큐는 3~4% 인플레이션이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 미국이 긴축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미국은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을 적정히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 그동안 정부에서 기업을 압박해 물가인상 억제책을 써왔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 시장원리에 어긋한 정책은 언젠가 시장에서 보복을 받을 것이다. 시장원리는 순리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급한 나머지 기업을 윽박지르면서, 거기에 반기업정서까지 얹어서 소비자 물가 잡기에 나섰다. 단기적으론 정치적 이득을 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장원리에 맞춰 가게 나둬야 한다.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를 일반 국민들이 안다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억제될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물가안정 의지를 보여줬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심이 간다. 정책신뢰라는 측면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 가계부채가 8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빚이 하반기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경제의 암덩어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과거 경제정책의 실패를 보면 알려진 부문에서 터진 사례는 없다. 알려진 리스크에 대해서는 미리 대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항상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서 알려지지 않은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증권 격언에도 있듯이 알려진 리스크는 이미 리스크가 아니다. 가계부채가 블랙스완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가계부채 사이즈가 큰 것은 문제지만 부실률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고, 중상류층의 부채가 상당부문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큰 리스크로 보지 않는 이유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이유 중 하나는 낮은 금리다. 그런데 반대로 금리를 높이면 가계의 이자부담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금리 인상엔 신중한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서서히 야금야금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하게 금리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 하반기 경제를 읽는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내보다 국외 변수가 과제다. 국제 변수에 노출돼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숙명이다.

그리스나 스페인 등 유럽의 불안이 여전히 잠재돼 있다. 유럽이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변수다. 중동의 악재 발생 시에도 문제가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의 정책선회도 배제할 수 없다. 버냉키 미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이 3차 양적완화는 안 한다고 했지만, 언제까지일지는 모른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는 것은 결국 미국의 금리인상일이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또한 그 리스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 중에는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 국내 기업과 금융이 견뎌줬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대처할 수 있었다. 가계부채도 통제가능한 리스크다.

결국 국제금융과 통상 상대국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생길 것인가가 관전포인트다.

- 금융권에서는 ‘메가뱅크론’ 문제로 시끄럽다.

▶은행의 사이즈를 키우겠다는 명분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이즈가 경쟁력은 아니다. 메가뱅크론은 경쟁력 강화조치가 핵심이 되야 한다.

삼성전자 같이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을 만들자고 하는데, 과연 그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시스템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대책이 있다면 메가뱅크 출현에 찬성할 것이다.

-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경제팀이 출범했다. 박재완 경제팀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현안은 역시 물가안정이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파퓰리즘에 대한 재정건전성 유지도 새로운 경제팀의 과제다.

현 정권의 임기가 끝나가는 만큼 경제 개혁이나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차분한 성격의 박 장관 취임은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그동안 현 정권이 추진해 온 신성장동력에 대한 제도적 지원 마련과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문제 등을 잘 해결해야 한다.

☞ 김종석 교수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프린스턴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박사

미 다트머스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현)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현)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