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리먼 뛰어넘는 헤비급 위기 온다

그리스 디폴트, 리먼 뛰어넘는 헤비급 위기 온다

권성희 기자
2011.06.28 06:57

[긴급점검=유럽發 쇼크 오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운명이 그리스 의원들의 손에 달렸다. 이번주 그리스 의회에서 이뤄지는 재정긴축안에 대한 표결 결과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정이나 위기냐 운명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스 의회는 27일 오후 6시(현지시간)부터 그리스 정부가 제안한 향후 5년간 780억유로 규모의 재정 감축과 공공자산 매각 패키지에 대한 토론에 들어간다. 3일간의 토론 끝에 29일 찬반투표가 이뤄지며 재정긴축안이 가결될 경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 30일 다시 표결에 들어간다.

집권 사회당이 의회 300석 가운데 155석을 차지해 과반을 넘는데다 이번 재정긴축안이 부결될 경우 그리스의 채무불이행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모두 인지하고 있는 만큼 재정긴축안이 가결될 것이란 낙관론이 많다.

하지만 사회당의 알렉산드로스 아타나시아디스 의원과 토마스 로보풀로스 의원이 전력 공기업 매각 등을 포함한 정부의 재정긴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서 의회 표결 결과를 안심하긴 이르다.

사회당의 파나기오티스 쿠루블리스 의원도 신임 에반젤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이 자신이 보낸 재정긴축안과 관련한 서한에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표결 때 어떤 입장을 취할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에서는 재정긴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1년 전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여건이 악화되기만 하자 국민들 사이에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자국 알짜 재산을 해외에 매각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반발이 심하다.

◆재정긴축안 부결시 그리스 디폴트, 영향은?

불안한 정치 기류와 국민들의 대대적인 반대 속에서 그리스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긴축안이 부결된다면 어떻게 될까.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지난 19일 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1차 구제금융 1100억유로 가운데 다음달로 예정된 120억유로의 5차분 구제금융은 그리스의 재정긴축안이 의회를 통과해야 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의 자구 노력을 압박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공표한 말이 있는 만큼 재정긴축안이 그리스 의회에서 부결되면 추가 자금 지원은 일단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그리스는 당장 오는 8월 만기가 돌아오는 66억유로의 국채 원금을 상환하지 못해 유로화 사용 국가 중 처음으로 디폴트를 내게 된다. 따라서 그리스 의회에서 재정긴축안이 부결되는 즉시 글로벌 금융시장은 심리적으로 엄청난 충격에 휩싸일 것이 분명하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 버금가는 심각한 글로벌 위기로 비화되느냐 여부는 EU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과 부채위기의 전염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EU가 디폴트를 그리스 한 국가로 국한시킬 수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 대한 충격은 일시적으로 그치고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 버금가는 위기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17일 렉스 칼럼에서 "유럽은 지금까지 2년간 그리스의 부채위기를 분석하고 디폴트에 대비해왔다"며 "반면 리먼 브러더스는 파산 수개월 전에야 파산 가능성이 인지됐으며 준비를 할 시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에서 리먼 사태에 버금가는 심각한 위기는 그리스가 아니라 유로존 4위의 경제국인 스페인, 3위의 경제국인 이탈리아가 디폴트 위험에 빠져야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리스 디폴트, 유럽 은행 연쇄 도산 불가피

반면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22일 FT 칼럼에서 그리스의 디폴트는 포르투갈과 아일랜드는 물론 스페인의 디폴트까지 연쇄적으로 촉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펠트스타인 교수는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는다 해도 디폴트는 시간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지금 그리스가 디폴트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의 민간 금융회사는 물론 독일과 프랑스 같은 유럽 양대 채권국조차 이같은 대규모 손실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연쇄 디폴트는 유럽 전역에 심각한 신용경색을 일으켜 유럽 주요 은행들이 줄줄이 도산될 것이라고 펠트스타인 교수는 우려했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포르투갈과 아일랜드가 디폴트에 빠지고 경제 구조가 취약한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 흔들리며 유럽 은행들이 연쇄 파산 사태에 빠지면 이는 리먼 사태를 뛰어넘는 초강력 글로벌 위기를 초래한다.

◆유럽 은행들, 그리스 국채 충당금 거의 쌓지 않아

이미 지난달 25일 CNBC의 칼럼니스트 존 카니는 그리스의 디폴트는 리먼과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위기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니는 리먼 사태의 경우 대마불사 신화가 깨진데 대해 심리적 충격은 컸지만 실질적으로 글로벌 금융회사에 미친 손실 금액은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리먼이 민간 금융회사인 만큼 거래 금융회사 대부분이 리먼 채권에 대해 어느 정도 유보금을 쌓아뒀다는 분석이다.

반면 그리스 국채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디폴트에 대비한 충당금을 거의 쌓아두지 않았다고 카니는 지적했다.

그리스가 유로화로 발행한 국채는 대략 2700유로이며 이 가운데 1000억유로는 유럽 은행들이, 나머지는 유럽의 보험회사와 연기금, 중앙은행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로화 발행 그리스 국채는 독일 국채와 거의 같은 취급을 받아 유럽 금융회사들은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면 충당금 부담 없이 독일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누릴 수 있어 선호해왔다.

카니는 FT 렉스 칼럼의 주장과 달리 유럽의 은행들은 그리스 단 한 국가의 디폴트조차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BNP파리바, 소시에테 제너럴, 크레디 아그리콜 등 프랑스 3대 은행은 그리스 국채를 150억유로 가량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등급 강등 경고를 받았다.

◆독일 은행들 자본력 취약, 디폴트 늦추면 더 큰 위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칼럼니스트인 어윈 스텔저는 유럽에서 가장 경제가 견고한 독일의 은행들은 그리스 국채만 230억유로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현재 자본 여력도 극히 부족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유럽의 독립 경제연구소인 오픈 유럽의 이코노미스트인 라울 루패럴은 FT 기고문에서 독일이 은행의 자기자본 규제 강화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루패럴은 EU가 그리스의 디폴트를 아무리 미뤄도 유럽 은행들의 자본 충당과 구조개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지금 매를 맞고 빨리 털고 일어나는 것이 위기를 늦추는 것보다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펠트스타인 교수의 주장대로 그리스 디폴트를 늦춘다 해도 그리스 디폴트에 따르는 충격을 완화할만한 대비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리스의 디폴트는 시간 문제라는 사실을 안다. 그리스에 돈을 쏟아 붓는다 해도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만 해결할 수 있을 뿐 그리스 경기가 침체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상환 능력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리스 정치인들과 EU 리더들은 펠트스타인 교수의 의견대로 미봉책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위기를 늦추는 것이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유로존 앞에는 선택하기 힘든 2가지 대안밖에 없다는 것이 오픈 유럽은 물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헤지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의 전망이다.

그 두가지 대안이란 첫째, 그리스 디폴트와 유로존 은행들의 연쇄 파산이고 둘째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유로화 체제의 붕괴이다. 두 가지 대안 모두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기의 허리케인 속으로 몰아 넣겠지만 유로존은 결국 두 가지 중에서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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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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