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의회, 긴축안 거부하면 어떤 사태 닥칠까

그리스 의회, 긴축안 거부하면 어떤 사태 닥칠까

권성희 기자
2011.06.29 10:18

오늘 오후 8시 전세계 금융시장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이 내려진다. 그리스 의회는 이 시간(그리스 현지시간 오후 2시) 재정긴축안에 대한 찬반투표에 들어간다.

투자자들은 재정긴축안이 가결되면 지난 2일간 증시 랠리에 선반영됐듯 안도하며 환호할 것이고 부결되면 패닉에 휩싸일 것이다.

현재 투자자들은 그리스 의회가 설마 재정긴축안을 반대하진 못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재정긴축안을 수용하는 것이 그리스가 파괴적인 디폴트, 국가 부도 사태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EU의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인 올리 렌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그리스가 즉각적인 디폴트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의회가 수정된 경제 프로그램을 승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지급이 연기되고 있는 1차 구제금융 가운데 5차분 120억유로를 집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그리스 정부와 780억유로의 추가 긴축과 자산 매각에 합의했다.

그리스 정부는 12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면 오는 7월과 8월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다.

◆EU "재정긴축안 승인 외에 플랜B는 없다"

EU가 그리스 재정긴축안이 부결될 경우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B를 준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EU의 렌은 강력 부인했다.

렌은 "그리스가 차기 구제금융 지원을 받으려면 반드시 재정긴축안과 민영화 계획이 승인돼야 한다"며 "다른 대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이렇게 말하고 싶다.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플랜B는 없다.'"

이코노미스트들과 시장 참여자들은 그리스가 대비하지 못한 상태로 다음달 디폴트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리먼 브러더스 파산에 버금가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그리스 제 1야당은 EU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재정긴축안에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은 300석 의석 가운데 155석으로 간신히 과반을 넘고 있다. 하지만 사회당 의원 가운데 2명이 재정긴축안에 반대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어 과반을 넘는 여유 표는 채 5표도 되지 않는다.

29일 그리스 의회가 재정긴축안을 가결하면 30일에는 재정긴축안 시행을 위한 법안들이 처리된다.

◆재정긴축안 부결시 그리스 조기총선 불가피

정말 만에 하나 재정긴축안이 부결되면 어떻게 될까. 28일(현지시간) 미국의 투자 전문사이트 마켓워치에 따르면 소시에떼 제네랄의 글로벌 경제 대표인 미샬라 마르쿠센은 이 경우 그리스가 "정치적 진공" 상태에 빠져 조기 총선을 치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 총선이 치러질 경우 그리스 제1 야당인 중도우파 신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르쿠센은 신민주당 대표인 안토니스 사마라스가 추가 긴축에 명확하게 반대하고 있지는 않으며 다만 세제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 총선으로 신민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EU와 IMF가 요구하는 추가 긴축은 결국 합의될 것이란 전망이다. 포르투갈에서 최근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지난 정권 때 합의됐던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그대로 승계돼 이행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란 설명이다.

문제는 조기 총선과 새 정권 수립 후 EU 및 IMF와의 협상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당장 7~8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 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그리스가 조달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된다.

◆EU의 브리지론이나 IMF의 크레디트라인 개설 가능

CIBC 월드마켓은 그리스가 7월 중순까지 24억달러의 국채를 상환해야 하는데 재정긴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 이 자금을 구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라시아그룹의 유럽 담당 애널리스트인 무지타바 라만은 그래도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 디폴트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리스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필요하다면 유로존 정상들이 "브리지론의 형태로 그리스 대신 현금을 지불, 그리스가 다음달초 갑작스럽게 디폴트되는 상황을 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라만은 그리스 의회가 재정긴축안을 부결시키면 다음달 3월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브리지론이 승인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IMF는 브리지론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라만은 IMF가 추가 지원을 위해선 그리스의 재정 긴축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분명하게" 주장하고있다고 지적했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마르쿠센은 브리지론은 물론 IMF의 크레디트 라인 설정도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어떤 추가 지원도 마지못해 간신히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그리스 의회에서 재정긴축안이 부결되면 "무시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잔존할 것으로 우려했다.

◆디폴트 위험 제기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위험

아울러 그리스 의회에서 재정긴축안이 부결돼 즉각적인 디폴트 위협이 제기된다면 유럽의 채권시장과 은행간 대출 시스템에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마르쿠센은 이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중단했던 국채 매수를 통한 유동성 공급을 재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국채 매입을 통해 은행간 대출 시스템을 구한다 해도 부채위기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확산되는 것은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수익률이 급등하고 유로화의 금융 안정성은 물론 글로벌 금융 시스템까지 위험에 처하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외부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마르쿠센은 "유로존 정상들이 그리스 디폴트라는 사태를 극구 피하려 하는 것이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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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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