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CEO
독일의 대표은행인 도이체방크가 프랑스가 제안한 그리스 부채위기 해법, 이른바 '프렌치 플랜'이 금융시장의 '원전 사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렌치 플랜이란 민간 금융회사가 향후 3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그리스 국채를 자발적으로 30년만기 국채로 교환해주는 방안을 말한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금융회사의 자발적인 그리스 국채 만기 연장이 "매우 복잡하다"며 그리스의 디폴트를 초래, 금융시장에 "원전 멜트다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커만 회장은 이날 베를린 독일 의회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새로운 그리스 구제금융 방안에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고 관련 협상에 참여하고 있지만 프렌치 플랜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고 매력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렌치 플랜의 주요 문제점 중 하나는 그리스 국채 가운데 일부가 디폴트 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커만 회장은 또 그리스 부채 경감에 민간 금융회사들이 참여하는 것과 관련,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날선 충돌을 빚기도 했다. 그는 "은행들이 그리스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은행들이 자발적인 의지를 가지고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민간 채권자(은행)들이 정치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사업을 계속하기를 원한다면 납세자들과 부담을 공유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며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기꺼이" 해법 마련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맞받았다.
그리스 지원을 둘러싼 메르켈 총리와 아커만 회장의 신경전은 다음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독일 금융회사간 회의를 앞두고 벌어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다음날 회의에서 쇼이블레 장관과 금융회사는 프렌치 플랜의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커만 회장은 특히 그리스 국채시장의 "리스크를 공유하는데 있어서 투명성이 없다"며 많은 금융회사들이 이미 그리스 국채 보유에 따른 위험을 신용부도스왑(CDS) 으로 헤지해 놓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리스에서 발생하는 위험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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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들에 따르면 민간 금융회사들은 프렌치 플랜이 국채 등 신용자산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이른바 "신용사건(Credit event)"으로 여겨져 CDS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이는 민간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그리스 국채를 롤오버한다 해도 신용평가사들이 그리스 국채 일부를 디폴트 등급으로 강등하는 사태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또 다른 독일 은행인 코메르츠방크의 마틴 블레싱 CEO는 은행들이 프렌치 플랜에 어떻게 기여할지 "합의문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선 "몇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리스 주요 은행들은 오는 3일 열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 회의에 앞서 그리스 국채를 롤오버해주는 프렌치 플랜이 완전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