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국가부도의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위기의 근본 원인이 치유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이 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 국가의 모임인 유로존이 깨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발생하려면 결정적인 촉매가 필요하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금융 칼럼니스트 매튜 린은 30일 마켓워치 기고문에서 유로존을 붕괴시킬 '블랙 스완' 6마리를 지목했다. 블랙 스완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 혹은 위기를 의미한다.
1. 그리스나 포르투갈의 군사 쿠데타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비틀스가 '렛 잇 비(Let It Be)'를 발표했던 1970년에 군사정권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군대는 여전히 스스로를 위기 때 구원자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스가 유로화를 버리고 과거 통화였던 드라크마 체제로 돌아간다면 아마도 군사정권이 들어설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면 대외부채 전부를 부인하고 자본 통제를 실시하고 국정화폐를 드라크마로 바꿔 돈을 마구 찍어내고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엄혹한 시절이 찾아올 것이다.
어느 날 아테네 시내에 탱크가 등장한다면 전세계 금융시장은 카오스에 빠져 유로화와 주가가 폭락할 것이다.
2. 독일 헌법재판소의 구제금융 위헌 판결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과 새로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설사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이런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해도 모간스탠리는 이를 구제금융의 주요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만일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구제금융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실제로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독일 정부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해법은 독일 정부가 얼마간의 돈을 일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유로화 탈퇴를 논의하는 것이다. 이 경우 유로존 주변국에 대한 대규모 지원이 동반될 것이다.
이는 위기 때 합리적인 해법이다. 아울러 역설적으로 유로화와 주식시장은 독일의 유로화 탈퇴 소식에 강세를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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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마린 르펜의 결선 진출
유럽연합(EU) 내에서 주요 정치세력이 유로화 탈퇴를 선거 공약으로 내건 사례는 없었다. 그리스에서조차 거리의 시위대는 유로화 탈퇴를 외칠지언정 주요 정치 세력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다르다. 그녀는 유로화를 버리고 프랑스 프랑 체제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만약 르펜이 내년 대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제치고 우파진영에서 결선에 진출한다면 그녀는 유로화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 결과 르펜은 우파 진영에서 사르코지 대통령과 막상막하의 지지를 얻고 있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정치 지도자들과 달리 언제나 유로화 사용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대통령이 우파와 좌파 어느 쪽에서 배출되더라도 유로화 탈퇴를 선언할 수 있다. 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지고 프랑스 국채와 주식 가격은 폭락할 것이다.
4.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종료
IMF는 현재 자금력과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유로존 부채위기의 불을 끄는데 쏟아 붓고 있다. 유로존 회원국들이 IMF내 다른 회원국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부유함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호주, 일본, 한국 등은 IMF의 유로존 지원에 어떤 이해관계도 갖고 있지 않다. 왜 이들이 남이 초래한 혼란을 해결하는데, 게다가 개선 기미도 보이지 않는 문제에 계속 돈을 써야 하는가.
조만간 이들 국가는 IMF가 유로존에 대한 지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이같은 요구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IMF의 도움 없이 유로존 주변국에 대한 구제금융이 계속 유지되긴 불가능하다. 따라서 IMF가 유로존 구제금융을 중단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질서정연한 방향으로 디폴트가 이뤄지도록 협상할 것이며 유로존은 붕괴할 것이다. 이 경우 유로화 가치는 폭락하겠지만 주가는 오히려 상승할 것이다.
5. 중국의 유럽 국채 매입 중단
중국은 지난해 유로존 국채를 가장 많이 매입한 국가 중 하나였다. 중국이 왜 유로존을 지지하고 있는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제품을 수출할 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유럽은 미국만큼이나 중국에 중요한 시장이다. 아니면 중국은 미국 국채 외에 외환보유액을 다각화할 다른 자산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유로존 국채 매입을 중단한다면 게임은 끝난다는 사실이다. 유럽 국채시장은 중국의 갑작스러운 매입 중단을 견딜 수 없다. 사실 유로존은 이해할 수 없는 동기를 가진 믿을 수 없는 파트너에게 위험스러울 정도로 심하게 의존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유로존 국채에서 손을 뗀다면 유로존 국채는 물론 중국에 버림받을 다음 차례라는 공포에 미국 국채까지 폭락할 것이다.
6. 이탈리아 은행 시스템 붕괴
지금까지 이탈리아는 이번 위기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는데다 성장은 정체돼 있다. 지난주 이탈리아 은행들의 주식 거래가 일시 중단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짧은 패닉이 나타났다.
이탈리아 은행 단 하나만 흔들려도 처음에는 유럽, 그 다음에는 글로벌 은행 시스템이 광범위하게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떠올리게 만들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꺼리는 것은 금융회사 주식이고 가장 원하는 것은 스위스 프랑과 금일 것이다.
유로존의 부채위기가 어디에서 끝날지 아무도 얘기할 수 없다. 지금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5년 내 어느 순간 유로존이 분열될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칼럼니스트 린은 투자자들이 유로존 분열을 초래할 이 6가지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