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좋아질게 없다… 더블딥 우려 고조

美경제, 좋아질게 없다… 더블딥 우려 고조

권성희 기자
2011.08.02 16:16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올 상반기에 고유가와 일본 대지진 여파로 주춤했던 경제가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란 기대도 급속도로 잦아들고 있다. 이미 올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3%대에서 2%대로 연쇄 하향 조정됐다.

특히 연방정부 채무한도 증액에 따른 재정적자 감축 계획으로 정부 지출이 크게 줄어 이미 취약해진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미국 분기별 GDP 성장률
▲미국 분기별 GDP 성장률

월스트리트의 저명 애널리스트인 메리디스 휘트니는 1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연방정부 지원이 줄어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정 압박을 겪고 있다며 더블딥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휘트니는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는 주정부와 지방정부는 지출을 크게 줄이고 있으며 주택시장은 이미 더블딥"이라며 "2분기 부진한 GDP 성장률은 이를 확인시켜 줬다"고 지적했다.

조세 라보르그나 도이체방크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도 "경제가 최악으로 나쁜 상황을 10이라고 하면 지금 우리는 6 정도로 악화된 상태"라고 우려했다.

◆하반기 첫달, 7월 지표가 불안하다=최근 발표되고 있는 7월 경제지표는 반등은 커녕 상반기보다 더 악화됐다. 공급관리협회(ISM) 7월 제조업 지수는 50.9로 6월의 55.3보다 떨어지며 2009년 7월 이후 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경기의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50선을 소폭 웃돈 것이 유일한 다행이다.

ISM 제조업 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 가운데 향후 제조업 활동을 예고하는 신규 주문 지수는 49.2로 2009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위축 단계로 접어들었다. 고용 지수도 53.5로 전달보다 6.4포인트 떨어졌다.

브래드 홀콤 ISM 회장은 "절대적으로 좋지 않은 하반기 출발"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그린로 모간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자신을 포함해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하는 하반기 반등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홀든 루이스 BB&T 캐피탈마켓 애널리스트는 "아직 경제가 새로운 침체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경기 회복세가 시작된 이후 어떤 지표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톰슨 로이터/미시간 대학의 7월 소비심리 지수 확정치도 63.7로 6월의 71.5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콘퍼런스 보드의 7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예상과 달리 59.5로 전달 57.6보다 상승했지만 전문가들은 톰슨 로이터/미시간 대학의 조사에 더 큰 신뢰를 보내고 있다.

올 상반기 부진한 경제 상황과 최근 늘어나는 감원, 채무한도 증액을 둘러싼 정치권의 오랜 교착 상태, 증시 약세 등을 감안할 때 유가 상승세가 꺾인 것을 제외하고 소비 심리가 좋아질 요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美경제, 해외서도 기댈 언덕이 없다=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 예비치는 1.3%로 집계됐다. 1분기 성장률은 기존에 발표했던 1.9%에서 0.4%로 대폭 깎였다. 올 상반기 전체적으로 미국 경제는 0.8%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사실상 성장 정체다.

저스틴 울퍼스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스쿨 교수는 "올 상반기 GDP 성장률이 발표된 후 더블딥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2분기 성장률에서 특히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은 0.1%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부 지출은 1.1% 줄었다. 약달러로 인한 수출 호조와 기업 투자가 그나마 2분기 경제를 떠받쳤지만 하반기에는 무역과 기업 투자마저 불안하다.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 경제가 꺾이고 있어 수출전선이 어둡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HSBC가 집계하는 브라질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47.8로 두달 연속 50을 넘지 못하는 위축세를 이어가며 2009년 5월 이후 2년 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PMI도 50.5로 간신히 50을 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JP모간 체이스가 집계하는 7월 글로벌 PMI는 50.6로 떨어져 미국 ISM 지수와 마찬가지로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BB&T의 루이스는 "글로벌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며 "특히 신흥국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돈 많은 기업도 돈 안 쓴다=미국 정부와 반대로 1960년대 이후 가장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기업도 버팀목은 되지 못한다. 미국 정치권에서 결정된 재정지출 감축안이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의 투자와 고용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의회 지도부가 마련한 재정지출 감축안에는 어느 분야에서 예산을 얼마나 줄이겠다는 내용이 없다. 구체적인 감축안은 의회에 구성될 특별위원회가 오는 11월23일까지 결정한다. 이에 대해 로버트 사피로 전 상무부 경제정책 담당 차관보는 "아무런 생각없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방, 인프라 건설, 의료보험, 기술 등의 분야에서 정부 예산이 얼마나 줄어들지 확정되지 않는한 방산, 건설, 의료, 기술업체들이 투자와 고용을 확정지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예산 축소를 예상한 감원은 현실화되고 있다. 국방비와 우주개발 예산 삭감으로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이 6500명의 감원 계획을 확정했고 제약업체 머크는 실적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비용 절감을 위해 2015년까지 1만3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머크가 인정하진 않았지만 이같은 대규모 감원이 미국 연방정부의 의료비 예산 감축과 전혀 관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금융회사들은 금융규제 강화와 경기 부진으로 고전하며 HSBC가 3만명, 크레디 스위스가 2000명, UBS가 5000명, 인위적 감원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골드만삭스도 1000명 등 곳곳에서 대규모 감원을 확정했다. 기술장비 구입이 줄어들며 네트워킹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도 6500명의 직원을 줄이기로 했다.

취약한 경제 성장세 속에 기업의 감원이 확대되면서 9.2%에 달하는 미국 실업률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이같은 고용시장 부진은 가계 소득에 타격을 미쳐 소비를 끌어내리게 된다.

해외 수요, 기업, 소비 전망이 암울한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표현을 빌자면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가장 적은 정부 지출"로 정부마저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해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의지할 곳 없는 천애고아 신세다.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 하향 러시=바클레이즈는 최근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로, 4분기 전망치를 3.5%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도이체방크도 3분기 전망치를 3.5%에서 2.5%로, 4분기 전망치는 4.3%에서 3%로 낮췄다.

IHS글로벌 인사이트는 3분기 성장률이 기존에 전망했던 3.4%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라며 2% 미만, 어쩌면 1%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퍼롤리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7월 경제지표가 발표되는) 앞으로 몇주일간 GDP 성장률 전망치가 대대적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3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2.5%정도로 예상하는데 이는 일자리를 늘리기에 충분하지 않는 성장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GDP 성장률이 3%는 넘어서야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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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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