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위태로운 KTX, 잦은 고장 왜?
중국의 고속철도 충돌사고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국내 고속철도 KTX의 안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KTX의 잦은 고장 및 사고가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이유다.
2004년 4월1일, 전국을 2시간대 생활권으로 묶는 KTX가 운행을 시작한 이래 끊임없는 고장과 사고에 시달려왔다. 민주노총 전국운수산업노조 산하 철도본부에 따르면 올해에만 40여건의 크고 작은 고장과 사고가 일어났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월 발생한 광명역 일직터널 탈선사고다. 부산을 출발한 KTX 열차가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을 진입하는 과정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한 것. 다행히 승객 149명 중 1명만 다쳤지만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 했던 상황이다.
이후 국토부와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항공기 수준의 안전정비를 약속했지만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고장으로 인해 승객들이 불편을 겪은 일을 감안하면 ‘전국 2시간대 생활권’ 캐치프레이즈가 머쓱할 정도다.
2월 부산역 배터리 고장을 비롯해 김천구미역 기관고장, 3월 동대구역 통신장애, 4월 천안·아산역 고장, 5월 김천구미역 제동장치 이상, 6월 선로전환기 문제, 7월 광명역 바퀴 이상, 밀양역 바퀴 이상, 밀양역 연기발생, 황익터널 모터고장 등 매달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지난달 30일에는 처음으로 인명사고까지 났다. 충남 연기군 전의면의 한 철도 건널목을 건너던 승용차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열차가 들이받으면서 승용차 운전자가 사망했다. 열차 고장 문제는 아니지만 철로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건이다.
잦은 사고에 대한 코레일의 불성실한 대응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책을 주문하는 여론의 질타에 코레일은 “현재 노후화된 KTX의 부품 교체가 내년 상반기에 완료될 예정이므로 당분간 비슷한 문제들이 계속 노출될 것”이라고 대답해 논란이 됐다.
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직원에 대해 징계를 내린 사건도 있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코레일은 5월 KTX 사고원인을 언론에 제보한 직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노조 간부를 고소했다. 영업비밀을 누설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철도노조는 승객의 안전을 위한 공익적 판단을 한 직원을 징계하겠다는 것은 양심적 내부고발자에 대한 비민주적 탄압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KTX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결국 감사원은 전면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올 하반기 예정된 철도시설 관련 감사를 미루는 대신 타깃을 KTX로 전환한 것. 감사원은 현재 KTX의 운영 및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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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고장 원인은 인원감축”
철도노조는 고장 및 사고 원인이 개별적으로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2~3년간의 과도한 인력조정이 정비불량을 야기한 원인이다”면서 “또 회사가 효율성이나 수익을 강조하면서 안전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4월까지 코레일은 현장 정비인력을 1782명이나 감축했다. 현재 코레일의 인력은 2만9896명. 신규노선 증가 등으로 인로 4300명의 정비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문제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내년까지 코레일은 2000명을 더 감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비인력의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인원 감축은 결국 열차나 시설물의 검수일정 축소로 이어졌다. 선로도부 순회가 주 2회에서 1회로 변경됐고 신호설비도 2주 점검에서 월 점검으로 축소됐다. 마침 KTX 및 KTX 산천의 검수는 3500km에서 5000km로 늘어났다. 인원 감축과 연장 증가가 검수 주기를 늘리게 된 원인이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해 10월 코레일은 대규모 특별승진을 단행했다. 정원감축에 따른 승진적체 해소와 조직분위기 쇄신,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라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현장은 조직분위기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 전체 구성원의 10%에 불과한 관리지원인력이 특별인사의 60%를 차지했으며 직급별 승진 최저연수를 무시한 특별 승진이 단행됐다. 특히 공사의 인사 담당 간부의 친인척이 2년만에 특별승진자로 포함돼 위화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2006년 코레일 출범 이후 특별승진은 2007년 5명, 2008년 4명이었지만 허준영 사장 취임 이후인 2010년 특별승진자는 무려 297명이었다.
더불어 외주화 문제도 거론된다. 외주위탁업체의 비율은 2006년 차량분야 7.6%, 시설분야 17.6%, 전기분야 6.3%에서 2009년 각각 21.3%, 18.5%, 13.2%로 증가했다. 향후 최고 50%가 넘는 분야도 생기는 등 외주위탁업체 비율은 점차 높아질 계획이다.

◆“감원은 효율성 문제, 점차 안정화 될 것”
인원 감축에 대한 코레일의 입장은 ‘효율성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노후화된 시설이 점차 교체되고 있는 만큼 노조에서 주장하는 인력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원감축이 지속되는 고장의 근본원인이 아니냐는 노조 측의 입장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KTX 자체 인력만 보자면 2009 841명에서 2011년 1017명으로 오히려 21% 늘어났다”면서 “자연감원인원에 대한 추가 인력을 뽑지 않는 대신 기존 인력을 KTX쪽으로 재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설자동화로 인해 더 이상 선로에 삽이나 곡괭이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교체 주기가 짧은 형광등 대신 수명이 긴 LED로 조명이 바뀌는 식인데 교체 인력을 많이 두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은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안전에 저해되지 않는 단순업무는 외주위탁을 통해 비용을 아끼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코레일은 안전과 관련해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전차선(전기공급선)이나 선로전환기의 보수는 외주업체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안전과 단순업무에 한해 위탁하겠다는 원칙과 상반된 결과다.
코레일 관계자는 “프랑스산 선로전환기의 경우 아직 우리가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유압식 제품”이라며 “감독은 우리가 하되 보수는 해당 기술을 보유한 업체에 맡기는 편이 유리하다”고 답했다.
연이어 발생한 고장 및 사고에 대해서 코레일은 부품 교체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01년부터 시작한 시운전을 포함 운행 10년이 되어가는 동안 부품 노화가 발생했다”면서 “핵심부품 11가지 중 해외에서 들여오는 2개 부품을 제외한 전 부품을 9월 이전까지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또 로템에서 개발한 KTX 산청의 경우 아직 안정화단계에 있지만 지속적인 보완이 이뤄지고 있어 크게 우려할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