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버핏’을 찾습니다

‘한국의 버핏’을 찾습니다

김진욱 기자
2011.09.21 09:31

[머니위크 커버]재벌가 기부, 어떻게 볼 것인가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석유왕' 록펠러,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그리고 'IT황제' 빌 게이츠….

세계 경제를 호령했던 글로벌 기업인들엔 늘 애칭이 따라다닌다. 각 분야에서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영웅적인 경영행보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을 기억하는 또 다른 교집합이 있으니 바로 ‘기부왕’이라는 수식어다.

카네기는 철도와 운송, 석유 사업에 투자해 큰 돈을 번 후 인생의 후반부를 사회사업에 바치면서 뉴욕의 카네기홀을 비롯, 카네기 공대와 카네기재단 등을 설립했고 전 세계에 2500개 이상의 도서관 건립을 지원했다. 록펠러 가문도 시카고 대학과 록펠러 재단을 만들어 기아근절과 교육 등에 많은 공헌을 해오고 있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는 말이 필요없는 '기부 라이벌'이다. 둘은 수십 조원의 개인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는 등 미국 사회에서 큰 존경을 받아왔고, 지난해만 해도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공익재단을 출범시키며 미국 갑부들의 기부 서약을 이끌었다. 실제 이 재단을 통해 미국 재벌들이 약속한 기부금은 2000억달러(200조원)에 이른다.

최근 동반성장이 사회적인 화두가 되면서 국내 재벌가에도 이 같은 기부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재계 2위의 현대기아차그룹을 움직이는 정몽구 회장이 지난달 말 개인 재산 50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공표한 게 대표적이다.

◆정몽구 불당긴 '기부열풍' 언제까지?

‘기부액 5000억원’은 1971년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가 타계하면서 자신의 전 재산을 공익 재단에 기부한 이래 최대 금액으로, 정 회장은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총 6500억원 정도의 사재를 해비치 재단에 출연했다.

앞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도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범현대가를 중심으로 최근 5000억원 규모로 만들어지는 아산나눔복지재단에 사재 2000억원을 출연하면서 재계 기부열풍에 불을 지핀 바 있다.

다른 재벌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1조원(추정) 규모의 사회 출연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고, LG도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구본무 회장이 개인기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기업 지원에 공을 들여온 SK그룹이나 신격호 명예회장의 개인기부로 나눔에 앞장서 온 롯데그룹 역시 기부 프로그램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재벌총수들의 개인 재산기부를 신호탄으로 대기업들의 지식 기부와 봉사 기부 등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지식정보 나눔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10월부터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방 소기업 10만개사에 '세리프로(www.seripro.org)'를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LG전자도 최근 케냐 나이로비 세계식량기구(WFP) 사무소를 찾아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기부식단 모금액을 전달했는데 국내뿐 아니라 멕시코 케냐 아랍에미리트 등 국외 7개 법인에서 모두 1만5000여 명이 참여해 1만달러를 모금했다.

이밖에 현대오일뱅크 임직원도 9월부터 월급의 1%씩 떼어내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기로 하는 등 대기업 계열사들의 기부 동참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영업이익 '상승세' 기업 기부금액은 '하락세'

재벌가에 이같은 ‘기부온풍’이 뜨거운 건 사실이지만 미국 기업인들의 기부 의지나 기부 행보에 비하면 아직 상당한 온도차이가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특히 기업의 기부 금액도 줄어들었거니와 총수 개인들의 기부실천도 여전히 인색하다는 평가가 대세다.

실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 현대차 등 10대 그룹이 총 8300억원대의 기부금을 냈지만 모두 기업 명의일 뿐 총수 개인 기부는 없었다. 여기에 국내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증했음에도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자료에서도 국내 10대 그룹의 기부금 총액은 2008년 6410억원에서 지난해 6085억원으로 5.1%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조403억원에서 34조1554억원으로 70.4% 급증했다.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을 집계하면 감소세가 더 뚜렷하다. 2008년에는 영업이익의 3.2%를 기부했지만 2009년에는 2.0%, 지난해는 1.8%로 매년 비율이 떨어졌다. 한화(2.1%→0.8%), 롯데(1.3%→1.2%), GS(1.3%→0.5%) 등 국내 대표 대기업들이 모두 기부금 비중을 줄인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은 사회공헌 면에서 꾸준하지 못하다. 기업 범죄나 비리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공헌활동을 조금 많이 했다가도 나중에 다시 줄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익이 늘어도 기부금은 비례해 증가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법인기부보다는 개인기부가 바람직”

-김영희 경제개혁연대 부소장(변호사)

-정몽구 회장이 사재 5000억원을 기부한 것이 화제다.

▶(재벌가의 기부는) 기업기부보다는 개인기부가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최근 정몽구 회장과 정몽준 의원의 사재 기부는 그 자체만으로는 매우 긍정적이다. 2008년도 전체 기부금 총액을 기준으로 볼 때도 개인기부는 5조5300억원, 법인기부는 3조3800억원으로 6대 4의 비율로 민간기부가 한국의 기부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법인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국내 기업기부 문화는 뭔가 부당한 면이 없잖아 있다.

-어떤 부분이 부당하다는 얘긴가.

▶국내 10대 그룹의 기부금 총액이 2008년 6410억원에서 2010년 6085억원으로 5.1%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조403억원에서 34조1554억원으로 무려 70.4% 급증했다. 이는 기업들이 돈은 많이 벌었는데 기부금액은 크게 줄였다는 얘기다. 그리고 재벌가의 기부 이면에는 선의에 의해 순수기부보다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한 목적성이 다분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기업기부 문화와는 어떻게 다른지.

▶미국의 경우 민간기부, 즉 기업오너를 포함한 개인기부가 전체 기부총액의 75%를 차지한다. 미국은 아직도 복지환경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다. 때문에 미국의 기업들은 기부를 통해 어차피 세금으로 낼 돈을 기부금으로 대신 내는 풍토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세금을 많이 공제해주기 때문에 기업들과 오너들은 명예도 사고 세금 혜택도 있는 ‘기부’를 많이 선호하고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