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BS의 트레이더 한 명이 20억달러, 한국 돈으로 2조2000억달러의 어마어마한 손실을 내고 구속됐다. 사기 매매 혐의를 받고 있는 장본인은 31살의 크웨쿠 아도볼리(사진)로 UBS 런던지점의 '델타원(Delta One)' 파생거래 데스크 이사이다.
아도볼리가 20억달러의 손실을 낸 델타원은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거래지만 2008년 개인 트레이더 사상 최대 규모인 68억달러의 손실을 낸 소시에테 제네랄의 제롬 케르비엘이 시도했던 투자기법과 비슷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아도볼리가 델타원과 관련해 어떤 사기성 거래를 했는지는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문제는 델타원이 잘 알려지지 않은 거래임에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기매매가 사실상 금지된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는 마지막 수익원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델타원은 기초자산과 똑같은 수익 내는 파생거래
16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델타 원은 주가지수나 은 같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정해 놓고 그 자산과 똑같은 수익률을 다른 증권 매매를 통해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회사는 투자자들의 돈을 받아 주식이나 은 등에 투자하면서 손실에 대비한 헤지를 권하는데 델타원은 일종의 헤지 수단으로 이용된다.
금융회사가 저렴한 비용으로 헤지하는데 성공하거나 초고속매매나 알고리즘 매매를 통해 목표로 하는 기초자산보다 델타원에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리면 기초자산만큼의 수익은 고객에게 제공하고 나머지 초과 수익은 금융회사가 수수료처럼 갖는다.
금융회사가 많은 고객을 상대할수록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 델타원에서 누적되는 수익이 커지게 된다. JP모간은 지난해 델타원이 앞으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주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의 자기매매가 금지돼 매매 수수료 외에 금융회사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상태에서 델타원은 운용만 잘 한다면 초과 수익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델타원은 미국의 금융감독당국이 금지하고 있는 자기매매가 아니면서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커지는 자기매매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다.
◆고객 돈으로 운용하되 초과 수익은 은행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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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원은 고객의 투자자금으로 운용한다. 금융회사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매매는 아니다. 하지만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투자은행이 차지하는 초과 수익이 커진다는 점에서는 자기매매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금융업계에서는 델타원을 고객으로부터 은행 자기매매 계정으로로 자금이 흘러간다는 의미에서 "흐름(플로, Flow) 프랍(Prop, 자기매매)"이라고 부른다.
JP모간의 은행 애널리스트 키안 애부호세인에 따르면 대다수 금융회사의 델타원 부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초과 수익의 기회를 찾는다. 그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델타 원에서 초과 수익을 기대하는데 특히 ETF는 거래량이 많고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어 델타원 거래상품으로 인기가 많다"고 밝혔다.
◆델타원과 ETF는 천생연분, 무슨 관계길래?
ETF는 여러 기초자산을 묶어 하나의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시켜 거래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ETF는 금융회사가 설계해 시장에 제공하는데 개인 투자자들로선 다양한 자산에 소액의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데다 유동성도 풍부하고 매매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투자은행의 델타원은 ETF처럼 다양한 금융상품을 합성한 금융상품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ETF를 운용하는 금융회사의 목적은 ETF 내에 각 기초자산을 사고 팔 때 차익, 즉 스프레드를 얻어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이 스프레드는 매매에 따른 일종의 수수료라고 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기초자산을 사고 파는 거래가 종료되기 전까지 필요한 자금은 자기자본으로 충당한다.
이에 따른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델타원 부서는 가능한 저렴한 비용으로 헤지 포지션을 구성하거나 고객들로부터 유입되는 대규모 자금을 이용해 헤지한다.
ETF 시장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는 트레이더 한 사람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게 델타원의 역할이지만 헤지 포지션이 항상 원하던 결과(위험을 상쇄하는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TF 운용 불투명, 델타원은 경영진도 이해 못해
영란은행은 지난 6월에 이미 은행들이 ETF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특정 ETF에 위험 요인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영국의 중대 부정행위 단속국(Serious Fraud Office)은 많은 ETF가 투명하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델타 원의 경우 대다수 투자은행들이 운영하고 있지만 표준 모델이 없는데다 감독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떤 은행은 델타원을 이용해 헤지펀드나 기관 투자가들에게 헤지 상품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어떤 은행은 ETF가 기초자산의 수익률을 따라갈 수 있도록 장외시장에서 파생상품을 제공하는데 주력한다.
FT는 렉스칼럼에서 "은행들이 고객들과 똑같은 수익 혹은 더 나은 수익을 더 저렴한 비용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데서 델타원의 가정이 출발한다"며 "하지만 은행들조차 자신들이 델타원에서 어떤 거래를 하고 있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 중개회사인 툴레트 프리봉의 최고경영자(CEO)인 테리 스미스도 "은행 경영진들은 자사 델타원 부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UBS는 지난 14일 오전까지 아도볼리의 델타원 부서에서 20억달러의 손실이 났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손실을 확인한 뒤 서둘러 런던 경찰에 아도볼리의 체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