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투자노트]
위대한 투자자를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앞날을 예측하는 능력이 아닐까. 앞으로 주식과 채권과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안다면 성공하는 투자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울 것이다.
최근 두 명의 위대한 투자자가 "내가 틀렸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세계 최대의 채권운용사 핌코를 이끌고 있는 빌 그로스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트레이더"라는 찬사를 받던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이다.
그로스는 매월 초 핌코 사이트에 그 달의 투자 아이디어를 담은 글을 공개하는데 지난 3월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국채 매입이 6월로 종료된다는 점을 이유로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FRB가 미국 국채를 사주지 않으면 누가 사겠는가"라는 이유였다. 그로스는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 "수익률이 매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큼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당히 논리적으로 들렸던 그로스의 대예측은 그러나 완전히 틀렸다.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그로스가 국채 매도를 선언했던 3월초 3.5%에서 10월4일 현재 1.72%까지 내려왔다.(국채 가격 상승) 최근 미국 국채수익률이 소폭 올랐지만 그래도 2% 남짓이다. 그로스가 25년간 운용하며 매 분기 벤치마크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렸던 핌코의 토털리턴펀드는 지난 1년간 수익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로스는 결국 지난 16일 투자자들에게 '내 탓입니다(Mea Culpa)'라는 제목의 서신을 보내 "경제는 잠재적인 침체를 향해 가고 있는데 토털리턴펀드는 리스크를 회피하지 않은 채 너무 많은 리스크를 졌다"고 고백했다.
그로스보다 더 심각한 처지에 빠진 투자의 구루가 헤지펀드 업계의 황태자 폴슨이다. 그는 2007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에 매도 입장을 취하면서 금세 조지 소로스의 아성에 도전하는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로 성장했다.
폴슨의 펀드는 2007년 한 해에만 150억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그는 대가로 "월스트리트 역사상 1년 급여로는 사상 최대"(월스트리트 저널)라는 30억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하지만 폴슨의 투자 역량은 지난해부터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8월까지 급등세를 보였던 금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그럭저럭 버텨오긴 했지만 씨티그룹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은행주에 투자해 큰 손실을 입었고 중국 목재회사 사이노-포레스트에 투자했다 7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올초에 투자했던 휴렛팩커드도 상황이 엉망이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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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 폴슨의 어드밴티지 플러스 펀드는 올들어 47%가 폭락했고 어드밴티지 펀드는 올들어 가치가 3분의 1가량 날아가며 60억달러 손실을 냈다. 그는 투자자들과 콘퍼런스 콜에서 거듭 "내가 실수했다"며 사과해야 했다. 연말을 맞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는 큰 손들이 이달 말에 대거 폴슨에게 환매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위대한 투자의 구루, 그로스와 폴슨의 추락을 보면서 2가지 투자의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첫째,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아무리 세상의 이치를 잘 분석해도, 아무리 완벽한 논리로 무장해도 아무도 미래가 전개되는 방향을 예측할 수는 없다.
성공하는 투자의 가장 결정적인 요건으로 여겨지는 미래를 전망하는 능력은 환상일 뿐이다. 위대한 투자자들이 미래를 정확하게 전망해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지금 우연히 예측이 맞았을 뿐이다.
'투자자들이 정말 원하는 것(What Investors Really Want)'의 저자이자 산타 클라라 대학의 재무교수인 미어 스태트먼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탁월한 수익을 올려온 투자자들은 덤을 누리고 있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투자의) 기술과 행운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기술이 행운과 만날 때 그런 투자자들은 마치 천하무적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의 기술이나 기법이란 것은 행운을 만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불패의 투자자로 여겨지는 워렌 버핏조차 중국의 자동차회사 비야디에 투자했다 회사 실적이 추락하면서 명성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
둘째, 성공하는 투자의 결정적인 요인인 미래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실패하는 투자의 결정적인 요인은 피할 수 있다. 실패하는 투자의 가장 큰 원인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자만이다.
스태트먼은 "기업가나 투자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지만 성공한 투자 대부분은 개인이 갖고 있는 기술보다는 행운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뛰어난 성과를 거둔 사람들이 지금처럼 경제가 불안정할 때 시장을 예측하려 하면 언제나 문제가 생긴다"며 "사람들은 구루의 예측이 언제나 맞을 것이라고 믿지만 (그런) 구루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시장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과신, 즉 자만에 빠져 아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잊는 순간 실패하는 투자가 시작된다.
따라서 성공하는 투자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는 교만을 버리는 것이다. "교만에는 멸망이 따르고 거만에는 파멸이 따른다"(현대인의 성경, 잠언 16장18절)는 말은 투자의 세계에서도 들어맞는 말이다.
시장을 예측해 한 가지에 '몰빵'하는 투자는 운이 좋으면 크게 성공하지만 예측이 어긋나면 크게 실패하게 된다. 자신의 예측이 들어맞는 행운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전부 아니면 전무'식으로 투자하지 않고 예측이 틀릴 수 있음을 기억하고 투자를 다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장 쉬운 성공하는 투자는 다각화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의 구루, 투자의 전문가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것은 금물이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일 뿐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