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조선시대의 약 빼돌리기와 리베이트

[광화문]조선시대의 약 빼돌리기와 리베이트

오동희 바이오헬스부장 겸 산업부장
2011.11.10 09:57

 임채민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의료계에 만연한 리베이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한다. 전임 전재희 장관이나 진수희 장관 때도 마찬가지지만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 의지는 대단해 보인다.

 임 장관은 리베이트가 있는 한 아무 정책도 못한다는 말로 기자들에게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또 "정부가 주는 돈(건강보험재정)이 다 엉뚱한데 간다고 생각하면 뭘 할 수 있겠냐"는 말로 의료계에 뿌리 깊은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약을 이용한 불법은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경우가 다르기는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약재를 이용해 이윤을 부당하게 취해서 의료산업을 망치는 도둑이 기승을 부린 모양이다. 중종 34년(1539년) 사헌부에서 의약의 폐단이 심하다며 중종에게 각별히 다스릴 것을 간언한 내용이 눈에 띈다.

 "(전략)…양의사(조선의 의료관청)의 노비 및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창고의 약재를 도둑질 해다가 그 관아에 도로 납부하고는 요구하는 값이 한이 없기 때문에 약재는 날로 궁핍해지고 민생은 날로 군색해지니 진실로 작은 폐단이 아닙니다. 엄하게 다스린다면, 그러한 습속을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중종은 이같은 약재문제를 엄히 다스릴 것을 윤허했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에도 백성을 구제하는데는 `배부르고 아프지 않게 살게 하는' 농경과 의료가 중요한 요소였다. 그 가운데 약재 생산은 의약의 핵심이었고, 각 고을에선 의생(공공약재상)을 시켜 매달 약초를 채취해서 깨끗이 손질해 이를 관아에 납부토록 했다.

 1539년 당시는 중종이 연산군을 몰아내고 보위에 오른 후 초기개혁에 실패하고 신진사류와 훈구파의 갈등으로 사회가 혼란을 겪어 기묘사화, 심사무옥, 삼포왜란 등이 한반도를 흔들던 시기다.

 원래는 약재를 돈을 받고 관청에 올리면 관청에선 이를 양의사에게 보내 백성을 구휼케 하는데,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약재를 올리지 않고 의료기관 사람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약재를 외부로 빼돌려 다시 관청에 팔아 이익을 취하는 문제가 극심했던 모양이다. 약재를 새로 캐지 않고 돌려막기를 하다보니 약재는 늘지 않고 약재 가격만 올라 약값에 거품이 생기고 민생이 궁핍해지는 단초가 됐다. 이를 보다 못한 사헌부가 왕에게 간언해 처벌을 강화하도록 한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그동안 리베이트가 관행이었다고 얘기해왔다. 정부가 의료수가를 제대로 산정해주지 않으니 제약사들이 환자들에게 약을 비싸게 팔고, 자사의 약을 처방해준 의사나 의료기관에 비싸게 받은 것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보전해준다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를 관행이라고 불렀지만 정부의 통제를 받는 의료산업이 편법과 불법으로 국민의 주머니에서 쌈짓돈을 빼서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 것일 뿐이라는 게 일반의 생각이다. 양의사 사람들이 약재를 빼돌려 관아에서 돈을 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할 듯하다.

 리베이트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의료산업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정된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누수가 없도록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혜택을 받고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곳은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목소리다.

 여기에는 의료계가 스스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요즘 의료계는 리베이트쌍벌제니, 약가 일괄 인하니, 약국 외 판매니 등 갖은 현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 국민이 병원, 약국, 제약사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는 점이다. 의사와 약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가진 무리의 '집단이기주의'쯤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갈등구조는 국가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선의의 집단이라는 인식을 빨리 되찾고, 정부도 제대로 된 의료기관과 제약사들에 대접받고 생존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제도적 뒷받침을 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