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김부원 기자
2011.11.17 09:15

[머니위크 커버]워크아웃 100만시대 출구전략/저리로 갈아타고 채무는 묶어라

평범한 직장인인 최모(44·남) 씨는 월수입 300만원을 받는 중소기업 부장이다. 급여가 많진 않지만 아내와 자녀 두 명, 네 식구가 살아가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동산이 가압류되면서 위기에 빠졌다. 1년 전 부모님이 부탁했던 연대보증이 화근이 된 것. 결국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갔고 급여의 절반이 채권자에게 돌아갔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극복하고 싶었지만 복권 당첨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 도저히 해결책이 없었다. 결국 김씨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개인워크아웃 신청. 썩 내키진 않았지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최씨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대안이라 여긴 것이다.

현재 최씨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은 이미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겠지만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그만큼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수습하는 일이다.

당장 목돈을 마련해 빚을 한꺼번에 갚을 수 없다면, 자신의 처지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 나름대로 산더미처럼 쌓인 빚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각기 다른 세사람의 경우를 통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구전략을 찾아보자.

◆대부업 등 '고금리' 채무에 허덕이는 김모씨

"바꿔드림론 등 저금리 채무통합이 최우선책"

개인워크아웃까지 떠올릴 만큼 빚이 많다면 십중팔구 1금융권이 아니라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내지 대부업체 등에 채무를 지고 있는 경우다. 회사원 김모(56·남) 씨 역시 비슷한 처지. 글로벌 금융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2008년부터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아왔고, 이자 비용을 감당하느라 계속해서 대부업체 및 캐피탈사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았던 게 원인이다.

신용은 8등급으로 뚝 떨어졌고 채무상환 어려움이 가중됐다. 김씨의 총 채무액은 940만4000원으로, A대부업체 192만8000원(이자율 49%), B대부업체 39만3000원(49%), C파이낸셜 206만5000원(49%), D캐피탈 343만5000원(39.9%), E금융 158만3000원(39%)이다.

결국 김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찾아 '바꿔드림론'을 신청했고, 5건의 고금리채무를 한 시중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김씨가 저금리 대출로 채무를 통합하면서 얻은 이자 절감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기 전 김씨는 5건의 대출 모두 합쳐 이자만 월 35만4217원(45.2%)을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11%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면서 매달 부담해야 되는 이자가 8만6203원으로 크게 줄었다. 월 26만8014원(34.2%)을 아끼게 된 셈이다.

만약 모든 대출금을 5년간 원리금균등분할로 갚아나간다고 가정할 경우 바꿔드림론 이용 전 김씨는 총 2384만7000원, 매달 39만9388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바꿔드림론을 활용해 5년간 상환할 총 부채는 1226만7960원으로 크게 줄었고, 매달 20만4466원씩만 갚아나가면 된다. 무려 1157만9040원을 번 것이나 다름없다.

김지현 포도재무설계 재무상담사는 "빚을 청산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은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바꿔드림론이나 햇살론 등 저신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1금융권 저금리 대출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무리한 부동산 투자로 빚더미에 빠진 이모씨

"재테크 투자금에 집착하지 말고 현금흐름 원활하게"

바꿔드림론을 비롯한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대출 금리가 조금 높더라도 일단 여러개의 부채를 하나로 통합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악순환을 멈추고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중소기업에서 기술직사원으로 근무 중인 이모(35·남) 씨. 그는 지방에 본인 명의의 투자용 주택을 2가구 보유하고 있다. 매매가는 각각 6500만원과 8000만원 상당. 반대로 현재 이씨가 안고 있는 총 부채는 4370만원(1금융권 담보대출 2000만원, 카드론 600만원, 캐피탈 800만원, 저축은행 500만원, 자동차할부대출 470만원)이다.

월 소득액은 200만원 정도인데 매달 부채를 상환하는 데 무려 120만원이 들고 생활자금도 월 100만원에 달한다. 당연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겨우 현금흐름을 메우고 있는 처지다.

이씨가 이처럼 많은 빚을 지게 된 이유는 무리한 부동산투자와 투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때문이다. 투자용 주택을 2가구 매입하면서 주택 1가구당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1000만원씩 받은 것. 또 본인 주택의 가격이 오르자 추가로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계약을 했다가 기획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부채가 더 늘어났다.

사실 이씨가 빚을 처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소유 중인 투자용 주택 중 하나를 처분하면 대출금을 갚고도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가 재테크 투자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김지현 재무상담사는 "이씨와 상담을 하면서 주택을 처분해 빚부터 해결할 것을 권했지만 투자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며 "또 바꿔드림론으로 채무통합할 것을 추천하고 싶었지만 대출 기간이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자격조건도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에도 채무를 통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좋다. 일부 2금융권은 최대 연 25% 수준의 금리로 채무통합 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김 상담사는 "채무통합 상품의 금리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금리보다 높은 경우도 있지만, 금리만 낮춘다고 전부는 아니다"라며 "빚으로 빚을 돌려막지 말고 효과적인 채무통합으로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통 바꿔드림론 등 1금융권 채무통합 상품은 현금서비스를 제외하고 있지만, 일부 상품들은 현금서비스도 통합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아울러 김 상담사는 "이씨에게는 개인워크아웃을 추천하지 않았는데, 아직 젊고 결혼계획도 있으므로 추가 대출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해서다"며 "개인워크아웃 신청 후 부채를 모두 상환한다 해도 금융거래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 류승희 기자

◆워크아웃 신청 후에도 생활고 시달리던 박모씨

"개인워크아웃이냐 파산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저금리 대출로 채무를 통합하거나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는데도 불구하고 재무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다. 이런 경우 파산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는데, 학원강사 박모(28·여) 씨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월 125만원을 벌던 박씨는 매달 부채상환을 위해 절반 이상인 80만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매달 집세 20만원, 생활비 40만원 가량이 들다보니 안정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던 것.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조건조차 안 된 그는 결국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총 6000만원의 부채(원금 4300만원, 이자 1700만원)를 4000만원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

조영경 FM파트너스 대표는 "개인워크아웃까지 신청해 부채를 줄였다면 이제부터 시작이란 생각으로 재무계획을 올바로 세워야 한다"며 "박씨의 경우 다만 몇 만원이라도 자금 여유가 생긴다면 보장성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즉, 월 125만원의 수입을 부채상환 41만원(8년간 분할상환), 집세 20만원, 생활비 40만~50만원, 보장성보험 6만원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이 정도만 돼도 부채상환액이 줄어들어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룬 셈"이라며 "다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자금 마련은 여전히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결국 박씨는 최후의 수단으로 개인워크아웃에 이어 파산 신청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강창훈 중앙EIP 대표는 "본인의 소득으로 갚아야 할 이자가 월 50% 이상을 초과하고 가족의 최저 생계까지 위협한다면 채권추심이나 신용불량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의 도움을 받기 위해선 향후 빚을 지지 않기 위한 의지와 노력도 필수다. 강 대표는 "채무통합 등을 통한 부채 조정, 개인워크아웃 및 파산 신청 등을 결정하기 위해선 부채 금액과 성격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막연히 부채를 탕감받기 위해 개인워크아웃이나 파산을 결정해선 안 된다"며 "뚜렷한 재무목표를 세우고 본인의 처지에서 가능하고 가장 유용한 방법을 선택해 활용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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